18대 대선에 의문을 가지면 패자인가?

조화유 영어칼럼 논쟁 중인 미주한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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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경(hkchun)등록 2013.08.12 13:54
미주<한국일보> 지면을 빌어 생활영어 칼럼을 쓰는 조화유씨가 18대 대선의 적법성과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미주동포들과 800여명 지역회원으로 이루어진 풀뿌리단체인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이하 사사세, 공동대표 심영주)'을 명예훼손하는 발언을 한 이후, 미주동포 사회에서 윤창중 사건과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규탄시위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조씨는 7월 12일자 스포츠란의 영어칼럼에서 미주동포들과 사사세를  'sore loser(시기하거나 생트집 잡는 비겁한 패자)'로 표현했다. 이후 조씨와 심영주 사사세 공동대표 간의 반박과 재반박이 두 번 오고갔다. 심대표가 반박하는 글(http://dc.koreatimes.com/article/806573)을 7월 25일에 오피니언란에 실었고, 조씨가 사사세 대표의 글에 대한 답변 형식으로 재반박 하는글 (7월 26일, http://dc.koreatimes.com/article/806813)을 실었다. 이에 8월 1일 심 대표는 다시 반박(http://dc.koreatimes.com/article/807729)했고, 3일 조씨가 재반박(사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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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
조화유씨의 '사사세
대표의
재반박에
대해' 윤창중 사건에 대한 조롱으로 미주동포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바 있는 조화유 미주한국일보 생활영어 칼럼 필자의 글.
ⓒ 손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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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씨의 재반박글로 인해 미주동포들은 그간 조씨가 썼던 칼럼의 문제점(윤창중사건, 미주동포들의 민주화운동 및 역사바로세우기에 대한 폄훼)을 지적하고,칼럼게재에 대해 중지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는 상태다. 미주동포들이 많이 찾는 웹사이트인 '미씨 유에스에이'나 '미즈빌'에서 조씨에 대한 비판은 넘쳐난다.

여러 제보자에 따르면, "미주 <한국일보> LA본사나 워싱턴 지사에 전화를 해서 항의하자"는 글도 여러 번 올라왔고, 그 아래는 다음과 같은 댓글들도 달려 있다.

많은 미주동포들은  "돈 주고 한국일보를 선택한 사람에게 조중동 세례를 퍼 붓는다", "예전에 조씨가 조선일보에서 일하더니...","오피니언 란도 아니고 혈압 올라가는 영어칼럼이네요","6개월 선납하고 구독중인데 구독을 취소할겁니다","이성적이고 중립적인 논조의 정치생활영어를 원해요" 라고 말하고 있다.

이에 조씨의 글에 대해 반박문을 보내온 미국정치학 전공 권미숙 박사와 '사람사는 세상 샌디에고' 김희수 대표(언론학 박사)의 글을 종합해본다.

1. 국회의 국정감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제안에 대하여

김 (김희수박사): 김용판 서울 경찰청장의 사건수사 축소, 은폐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 2013년 4월. 그러니까 조씨가 문제의 칼럼을 쓰기 석달이나 전의 일이다. 그리고 2013년 5월 경찰은 "국정원의 요구로 수사자료 (하드디스크 기록) 삭제했다"라는 인정까지 하였고, 그래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6월 14일 불구속 기소되었다. 대통령 직속기관이며, 군사독재시절 온갖 간첩사건을 날조하여 선량한 시민들을 고문하고 죽인 전과가 있는 안기부의 후신인 국정원에 의한 대선개입 증거인멸이 이미 확인되었는데 가만 앉아서 국회의 국정감사 결과를 기다리자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인혁당 사건과 그 사형판결처럼, 대한민국의 사법부와 행정부가 저지른 온갖 대국민 사기극들을 기억할 때 필자는 조씨의 이러한 입장에 동조할 수 없지만, 백번양보하여 그것이 조씨의 수동적 태도요 '깨어있지 못 한' 선택이라 인정하고 존중한다 하더라도, 그럼 조씨 본인은 왜 국정감사 결과도 나오기 전에 'sore loser'라는 표현을 썼는지 묻고 싶다. 조씨가 그렇게까지 신중한 입장이라면, 증거인멸이 밝혀진 5월 이후로 조씨는 최소한 "18대 대선이 적법하고 정당한 선거였는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는 주장을 견지해야 했으며, 그런 태도였다면 18대 대선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을 'sore loser'라 표현하는 것은 본인의 입장에 일관되지 못한 행동이었다.

권(권미숙박사): 조화유씨의 글을 보면 정치적 의사 표현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정치적 의사표현이란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무엇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이다. 정치적 발언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면 동조하면 될 것이고, 반대한다면 반대의사를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조씨는 국정원 국정감사 관련한 낙관적, 수동적, 훈계조의 발언을 하기에 앞서 시민들의 적극적 의사표현을 통해 국정감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고마워해야 한다. 적극적 의사표현을 선동이라고 폄하하기 이전에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인지부터 생각해보라. 미국 의회 건물에 상주하다시피하는 전문 로비단체들과 정부정책입안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이익단체, 시민운동 단체들을 보면서 미국 생활을 수십 년을 하신 조화유씨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무엇인지, 적극적 의사표현이 무엇인지 배울 만큼 배웠다고 기대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2. 다수가 문제삼지 않으면 옳다는 식의 논리에 대하여

김:무엇이 사실인가 아닌가는 몇 명이 믿느냐와는 전혀 무관하다.  조씨가 단순 '영어 소매인'이 아니라 정치사회 이슈들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할 정도의 '지식인'으로 불리기를 원한다면, 몇 명이 무엇을 주장하는가 보다, 단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의심과 논리적 검증과정을 갖추시기 바란다. 조씨의 영어칼럼이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또는 왜 인기가 있는지는 필자로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박근혜 정부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sore loser'인가"라는, 이것이 본 사건의 촛점임을 기억하시기 바란다.

권:조씨의 글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정치적 견해가 나와 달라서가 아니라 글이 논리적이지도 않고 증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와 견해가 달라도, 글이 진실을 전달한다면 충분히 배울 의사가 있다.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조악한 글(윤창중 사건=남녀 간의 사사로운 신체접촉사건?)이 실린 한국일보 '생활영어란' 때문에 돈을 내고 구독하던 <한국일보>를 구독 중단하는 사례도 있다. 조씨 자신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했던 사람이 없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가 동의했다고 볼 수 있는가? 실례로 미주동포들이 많이 찾는 웹사이트, '미씨 유에스에이'나 '미즈빌'에서 조씨에 대한 비판은 넘쳐난다. <한국일보> LA본사나 워싱턴 지사에 얼마나 많은 항의전화가 왔는지 조화유씨가 모르지는 않을 거라 믿는다. 앞으로 조화유씨 말대로 적극적 글쓰기를 하는 독자와 조화유의 '정치생활영어'를 반대하는 독자들이 항의 행동을 할 것이니 기대하시라.



3. 현 정부의 정당성을 의심하는 플래카드를 손에 든 아이는 과연 '앵벌이'인가 

김: 이 사안은 본질적으로 '정치의 문제'가 아닌 '법치의 문제'이다. 국립 박물관에서 귀중한 문화유산을 도난 당한다면, 이것은 미술계에서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박물관 관리 시스템의 문제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은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의 위반에 해당하는 '법적문제'이고, 그래서 정권이 누구에게 돌아갔는가는 그 범법행위의 결과일 뿐이다. 문제의 본질과 수반되는 결과를 조씨는 혼동하지 않기 바란다.

또,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의 국정원 규탄집회 참여는 오히려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의무와 권리에 대해 가르치는 민주주의 교육'이며 정권을 쥐고있는 강자와 다수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용기있는 소수의 참여로서, 오히려 권장되고 보호받아야할 대상이지, 이를 '앵벌이'로 표현하는 것은 조씨의 의식수준일 뿐인 것이다. 

권: 어린이를 정치행위에 이용하는 것인지 부모로서 아이에게 정치교육을 함께 실천하는 것인지는 보는 이들의 판단에 달린 것이다. 선교활동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부모들은 종교행위에 아이들을 이용하는 사람들인가?



4. 대한민국은 이미 충분히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말에 대하여

김: 대한민국이 현재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인지 어떤지는 각자 주관적으로 판단할 일이므로, 여기에는 토를 달고싶지 않다. 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대한민국이 지난 수십 년동안 이룩한 발전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만족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실 수 있으며, 남한보다 북한을 더 걱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물론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시민들이 북한의 인권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리라 추측하시는 것은 조씨의 기우(杞憂)일 뿐임을 알려 드린다. 상기시켜 드리고 싶은 보다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어쨌거나 북한에 비해서는 정치적으로 이렇게 월등히 발전한 이유가 바로, 사람사는 세상의 회원들처럼, 좀더 공정하고 좀더 민주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때로는 개인의 삶까지 송두리째 희생해가며 참여하고 행동한 민주시민들 덕분이었지, 독재자들이나 그런 독재자들이 좌지우지하는 사법부와 행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맹신하며 침묵하고 있었던 누구같은 사람들 때문은 아니라는,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권: 한 사회가 살 만한 세상인가를 판단하는 여러 가지 기준 중 하나가 소득 불평등 지수이다. OECD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최상위 10% 가구가 얻은 평균 소득은 하위 10% 가구의 10.5배에 달한다고 한다. 소위 말하는 '양극화-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의 소득격차'가 OECD 34개국에서 9번째라고 한다. 이보다 더 쉽게 와 닿는 지표는 자살률이다. 2011년 한국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 당 자살하는 사람 수인 자살률이 31.7명으로 OECD회원국들 중 1위,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왜 하루 평균 43.6명이 자살을 하는가를 조화유씨는 한 번이라도 깊이 생각해보았는가 묻고 싶다. 

조씨가 말한 '막말을 너그럽게 받아들일 정도로 민주화된 나라'라는 말에는 민주화의 조건에 대한 낮은 이해수준이 고스란히 나온다. 미국 민주주의 이론의 대가인 정치학자 로버트 달 (Robert Dahl)이 제시한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 중 하나가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이다. 이것은 민주화된 나라들의 헌법 기본 조항이기도 하다. 1980년부터 세계 각 나라의 언론자유도를 수치화해 발표하는 프리덤 하우스 (Freedom House)의 2013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은 '언론자유국'이 아닌 '부분적 언론자유국'이다. 세계 197개국 중 공동 64위이고 2011년에 상실한 '언론자유국'으로 회복을 못했다. 여러 가지 사회 평등 지수나 민주화를 가늠하는 척도 중에서 가장 기본이고 기초적인 자료만이라도 이해를 한다면 조씨의 글이 이리 엉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조씨가 북한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드는데 큰 힘을 싣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영어교재와 글쓰기를 통해 벌어들인 수입으로 이젠 북한 식량보내 주기 등의 운동에 물질적으로 크게 지원해주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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