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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전라디언' 전라도 비하글 고교 교지에 실려

해당 학교 "전라도 출신 학생이 유머로 쓴 글, 비하 의도 없어"

등록 2013.09.16 15:57수정 2013.09.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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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전라도를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지난해 학교 교지에 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해당 학교 학생이 쓴 글의 일부. ⓒ 조정훈



대구과학고등학교 교지에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이 실려 있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간된 이 학교 교지 '왕대 20호'의 206페이지에는 '전라도'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으며 1학년 A군이 쓴 것으로 나와 있다. A군은 '백괴사전'이라는 사이트에 실린 글을 각색해 이 글을 작성했다. 내용은 대부분 전라도를 비하하거나 풍자하는 것으로 A군은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맞춰 썼다고 기술했다.

A군은 전라도를 설명하면서 "전라민국이라는 말의 유래는 위대하신 김대중 해상방위대 전남지부 부대장이 경상도 중심의 정책에 불만을 품고 '홍어의, 홍어에 의한, 홍어에 의한 공화국은 절대로 멸망하지 않는당께!'를 외치며 만세 7창을 외쳤다"며 "독립투표에서 98%의 찬성표를 얻어서 1970년에 독립하게 되었다"고 썼다.

A군은 또 전라도의 문화와 정치 및 외교, 사회 및 경제에 대해 전하며 "공용어는 '거시기'이고 종교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슨상교 등이 있으며 슨상교의 성지로서 유명하다"고 말하고 '슨상교(슨상메이슨)는 대한민국 최대의 정치종교이자 대한민국에서 오랫동안 유지된 비밀결사단체"라고 썼다.

전라도의 행정구역에 대한 설명에서는 "전주는 전주물리공화국과 전주비빔밥식품공화국으로 내분되어 있는 상태지만 지역특산물이 많이 나오곤 한다"며 "태연과 본인의 고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광주는 "24기 라도 선배님과 수지의 고향"이라고 쓰고 전라민국에서의 사회생활은 "주요 산출물은 지역의 특산물이며 대부분의 전라디언이 농업에 종사한다. 화폐로는 홍어 등이 사용되고 경제활동으로는 곡식수탈과 대외지출뿐이라고 한다"고 썼다. 글 마지막엔 "경고! 본 문서는 사실과 허구성이 적절히 조화되어 있습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누리꾼 "이런 글이 버젓이...교지편집 담당 교사는 주무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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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과학고등학교 학생이 전라도를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지난해 학교 교지에 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해당 학교 학생이 쓴 글의 일부. ⓒ 조정훈


이 글을 처음 트위터에 올리 누리꾼은 "뒷부분엔 라도, 홍어, 라디언…가지가지 나오네요. 이 이야기는 허구의 상상력이라고 아무리 적어놔도 학교 교지편집 담당 선생님은 주무셨나 봅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저런 생각이 점점 더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나라를 책임질 학생들에게도 자리잡는 현실이 무섭고 씁쓸하다", "저게 지역감정 유발하는 글 아니면 뭐지? 생각이 있으면 선생님이 알아서 검열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등의 비난글이 쏟아졌다.

논란이 일자 해당 학교 관계자는 "전라도 출신 학생이 자기 고향을 소개하는 유머스런 표현을 쓴 글인데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나와 당황스럽다"며 "백괴사전에 실린 글을 각색했다고 밝히지 않은 부분은 미숙했다"고 말했다.

이 글을 쓴 A군도 "위키백과에서는 전라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만든 '백괴사전' 사이트에서 퍼왔다"며 "나도 전라도 사람인데 이런 글 정도야 수용할 수 있다. 친구들끼리 지역감정 같은 거 없이 지내자"라고 생각해 썼다고 말했다. A군은 또 "악의적인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일베 사이트에 단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지 편집에 관여했던 교사도 "전라도 출신 학생이 별로 없었고 이 학생이 대구에서 전라도를 욕하는 사람들이 많아 괴로워했다"며 "전라도에 대해 대구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리자는 목적에서 글을 쓰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편집회의를 수차례 거쳤지만 당시에는 일베라든지 홍어라든지 하는 전라도 비하하는 말들이 인터넷 상에서 떠돌던 시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과학고는 16일 홈페이지에 공지창을 띄워 "'지역감정'이란 사회적으로 이슈가 팽배한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고려하지 못한 점 죄송스럽습니다"라며 문제가 된 글에 대해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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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백괴사전은 대구과학고 학생이 백괴사전에서 옮겨다 쓴 글의 내용을 삭제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 조정훈


한편 해당 글이 '백괴사전'에서 옮겨온 것으로 알려지자 '백괴사전'은 "현재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모 고등학교 교지에 실린 백괴사전 글에 대해서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라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어 "백괴사전의 목적이 풍자이지만 풍자와 비난은 종이 한 장 차이"라며 "원래의 의도가 풍자였고 이 과정에서 비난의 여지가 개입되는 것을 정책적으로 막고 있다고 하더라도 관리가 미비하여 풍자가 아닌 비난 글이 실렸을 수도 있음을 인정한다"고 밝히고 지역감정을 유발할 수 있는 글을 모두 삭제했다.

인터넷 사이트 '백괴사전'은 "위키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유머 사이트로 백괴사전의 모든 문서는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또한 자유롭게 편집할 수도 있으며 모든 이들에게 영양가 없는, 웃긴, 상식 있는 내용을 제공하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설명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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