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운운하던 의사들, 결국 정부와 짜고 치나

[주장] 원격의료와 투자활성화 기본틀 유지한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결과는 반칙

등록 2014.02.19 14:52수정 2014.02.19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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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정부와 의료계가 원격의료 도입을 둘러싸고 만든 협의기구인 '의료발전협의회'가 협의 결과를 발표했다. 언론에 공개된 합의 내용은 ▲원격의료는 충분한 시범사업 기간을 두고 추진하고 ▲투자활성화 대책은 영리 자법인 허용 범위를 일부 축소하며 ▲건강보험의 낮은 수가 문제는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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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의사협 회장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월 27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의료영라화 반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작년 11월부터 대한의사협회는 (가칭)의료제도바로세우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원격의료와 의료민영화 저지를 1차 목표로 내세우며 관치의료 타파, 근본적인 보험제도 개혁, 의료악법 타파 등을 목표로 3월 총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의사협회의 '변신'은 예고된 것이었다.

총파업 앞두고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내용 봤더니...
의사협회는 '원격의료와 영리병원반대'를 투쟁 목표로 내세우고, 이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 보건의료 의사결정구조, 건강보험 수가나 건강보험당연 지정제도 등에 대한 문제제기로 나가겠다고 투쟁계획에서 밝히고 있었다.

그러나 씁쓸하게도 의사협회가 내세운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반대'라는 목표는 국민적 명분과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총파업 운운한 의사협회 집행부는 스스로의 정체를 금방 드러내고 말았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집행부는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 결과로 실리를 얻었을지는 모르나 국민들에게 '이익집단의 양치기소년' 이미지를 또 한 번 강하게 심어주었다.

많은 국민들과 시민사회단체 등은 정부의 원격의료도입, 보건의료투자활성화대책 등이 '의료서비스의 공공성'을 해치고 돈벌이 의료를 강화하는 정책이라는 데 우려했다. 특히 원격의료서비스 도입은 대면진료를 기본으로 하는 1차의료를 약화시키고, 개원가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로 인식돼 의사협회도 크게 반발해 왔던 사안이다.

이에 정부가 각계의 반대에 부딪히자 가장 힘 있는 집단인 의료계를 달래고자 만든 협의기구가 '의료발전협의회'였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의사협회의 반발을 달래고 설득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료발전협의회'의 결과를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정부는 '원격의료도입'과 '투자활성화 대책'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추진하기로 했다. 그 대신 의사협회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 '일차의료협의회'의 상설화, 건강보험정책심의협의회 산하 '상대가치기획단' 등의 구성으로 가격결정 등 각종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개편, 수가인상 등도 암묵적으로 보장받았다. 의료계 역시 정부에 합의해 준 것 이상의 '보상'을 약속 받은 것이다.


정부와 의사협회, 주고받기 담합 파트너인가
정부와 의사협회의 '주고받기'를 인정할 수 없다. 정부는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과 원격의료도입을 통해 기존 병원 운영에 외부 자본투자를 유도해, 병원이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의료공급자는 건강보험 적용 가격의 인상을 보장받아 자기 몫을 챙기면서 결국 국민들이 더 많은 의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를 용인한 담합파트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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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켓들고 호소하는 간호사 대한의사협회 등 6개 의료보건단체가 1월 27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의료민영화 반대 캠페인에서 의료민영화반대 피켓을 들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이희훈


이번 '의료발전협의회'는 각자의 이 두 가지 요구를 서로 바꿔치기하면서 국민들의 비용부담이 커지는 것을 암묵적으로 담합한 것에 다름 아니다. 비용을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하든, 국민 각자의 호주머니에서 내든, 결국 국민들이 부담하는 '총 의료비 부담'은 늘게 되었다. 투자자에게 이윤을 보장하고, 의료공급자에게는 수입을 보장하는 안이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의 요체이다.

정부가 원격의료를 도입하고 보건의료분야의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은 어떤 수식어를 붙이든 의료를 산업으로서, 민간자본의 투자영역으로서, 대기업의 돈벌이의 장으로 만들고자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의료의 공공성'과 양립하기 어려운 거다.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정책목표는 국민이 부담하는 '총 의료비 부담'을 줄이고, 적정진료와 의료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는 가격요인으로 작동하는 민간과 시장에만 맡길 수 없기에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의료기관 투자자나 의료공급자에 대해 일정한 관리가 필요하고,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따라야 한다.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처럼 정부의 관리, 정책조정 기능은 이해집단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질 수 없다. 이해집단의 요구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와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에서 만들어진 '의료발전협의회' 합의는 바람직한 선례도 아니다.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는 시민참여와 감시가 없는 행정편의주의와 관치의 소산이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나 성찰이 없는 이해집단의 왜곡된 이익관철 방식의 결과다.

담합의 결과로 의료계가 얻은 것은 의료서비스 가격 인상과 의료계 중심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아래 건정심) 구조개편 등 정책결정에서의 의료계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총파업 운운하던 호기는 결국 말뿐?

시민사회가 우려하던 바와 같이 의사협회는 '원격의료도입반대'와 '의료민영화반대'의 슬로건으로 대정부 교섭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결과는 시민사회가 의료계에 대해 갖는 우려와 불신을 입증한 꼴이 되었다.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결과를 보더라도 의료계는 보건의료 정책결정에서 '목소리 높은 강자'임을 여실히 증명하였다.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여전히 강자인 의료계의 손을 들어주었다. 동시에 보건의료 정책결정에서건강보험가입자인 일반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너무 취약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여실히 증명되었다.

이번 의료발전협의회의 합의는 결코 시민이 바라는 의료의 바람직한 상과는 거리가 멀다. 의료서비스 가격결정, 의료전달체계의 설계, 건강보험보장성 우선순위 등 중요 보건의료정책 현안들이 실질적으로 의료계와 정부의 담합으로 결정되는 구조는 명백히 '반칙'이다.

이 정부는 의료계의 이해와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편의의 담합으로 결론 나는 구조부터 정상화시켜야 한다. 의료계도 결국 '의료민영화 반대'의 슬로건을 걸었지만 속내는 수가인상과 정책결정에 영향력 확대가 목표였음을 솔직히 시인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이미 짜놓고 담합한 것을 시민단체가 사후에 추인하는 정도로 '시민감시'를 생각한다면 참 후지고 낡은 관료주의이자 퇴행이라 할 만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건강세상네트워크에도 실렸습니다. 박용덕 기자는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책위원입니다.
#의료발전협의회 #의료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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