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시대, 글쓰기란 무엇인가

당신에게 건네는 '답 없는' 질문

등록 2014.05.27 15:00수정 2014.05.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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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학회 공개수업에서 필자는 본인이 쓴 수필을 사람들에게 선보였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와 그 당시 가졌던 고민을 쓴 글이었다. 그 수필을 낭독하는 목소리엔 떨림이 가득했고, 그 소리가 낯선 이들로 메워진 강의실에 울려 퍼졌다.

수필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들과 비평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저마다 한 마디씩 차례를 이어갔다. 마치 많은 사람 앞에서 자기소개를 한 것처럼 나 자신을 타인에게 온전히 보여준 기분이었다. 그렇게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 상황은 나에게 긴장과 함께 설레는 마음을 가져다주었다.


이와 같이 자신이 쓴 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했던 경험과 그 속에서 느꼈던 즐거움을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일상에서 너무나 사소하고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의 카카오톡, 페이스북, 그 외에도 인터넷 곳곳에 올라오는 익명의 글들이 우리에게 이를 증명해준다. 또한 그러한 글들은 글쓴이의 지인은 물론, 때때로 공간의 제약을 넘어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과 공유되며 소통의 범위를 점차 넓혀나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SNS 시대에 글쓰기란 과연 무엇일까?

위의 질문에 우린 대답할 수 있을까. 글쓰기에 정의란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쓴 글이 활자들의 모임으로 남을지, 살아있는 글이 될 지는 시대와 도구가 아닌 글을 쓰는 '나'와 그 글을 읽는 '너',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공개 수업 때 내가 느낀 그 감정들 역시 온전히 '너'와 '나'의 소통과 교감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시대는 시대일 뿐, 글에 생명력을 넣는 주체는 여전히 '나' 그리고 '너', '우리'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 우리는 쉽고 빠른 SNS를 통해 시공간의 벽을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어떤' 글을 쓰느냐에 따라 그 글쓰기의 내용이나 의미, 가치는 다 달라진다. 그러므로 'SNS'는 그 글을 전달해주는 도구를 말하는 거지, 그것을 기준으로 세상의 수많은 글쓰기를 단순 정의내릴 수는 없다.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질문 자체가 수천 자를 훨씬 넘겨도 결국 정의내릴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질문을 'SNS시대'라고 한정 짓는다면 나는 더욱 그 대답을 찾기가 힘들다. 이 글은 글쓰기를 우리의 일상에 녹아들게 하고, 낯선 타인과 글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준 SNS를 비난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글쓰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할 때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은 가변적인 시대와 도구가 아닌, 글쓰기의 본질적인 주체인 바로 '우리'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쓴 글이다. 그렇다면, '글쓰기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우리는 과연 어디서부터 그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것일까.

'말하기, 듣기, 쓰기'. 우리가 아주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한 이 세 가지 행위로부터 나는 글쓰기의 시작점을 찾으려 한다. '말하기'와 '듣기'라는 행위가 모여 이룬 '소통', 그러한 '소통'을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담아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 이가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시작점이다. 이렇게 '나'와 '당신'이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으며 '소통'하려는 목적이 바로 나는 '글쓰기'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저마다 생각하는 시작점에서부터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해 자신을 기준으로 삼고, 그 해답을 찾으려 고민해야 된다 생각한다. 그러한 '글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에는 정해진 글자 수도, 기간도 없으며, 정답도 오답도 없는 그야말로 아무런 틀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자신만의 진정한 답을 찾았을 때, 즉 글쓰기의 진짜 '주체'는 자신임을 인식할 때, 비로소 우리는 시대의 그 어떤 틀에도 휘둘리지 않은 채 온전히 자신의 글을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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