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은 왜 무장탈영을 했는가

갓 전역한 민간인이 바라본 임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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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호(becksujung)등록 2014.06.25 10:47
  육군 병장이다. 전역도 이제 3개월 남짓 남았다. 말출 하나만 바라보고 있었던 그였다. 그는 지금 고성군 야산에 숨어있다. 주위에는 예전 전우들이 자신하나를 잡기 위해 둘러싸 있다. 숨이 벅찬다. 가만히 생각을 되돌려 본다. 지난 21일, 그가 근무하던 22사단 GOP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총기를 난사했다. 사망 5명, 부상 7명. 거기에는 그의 동기들과 후임, 상관인 부사관까지 있었다. 그는 최소 사형이다. 그가 매일 교육으로만 보았던 무장탈영을 실제로 감행한 것이다. 그 뒤 배운대로 상황은 진행됐다. 진돗개 하나가 발령되고 민간인 출입이 통제되고. 막상 무장탈영을 하니 그들이 자신 하나를 잡기 위해 쓰는 시간과 노력이 장난 아니다. 결국 그는 자살을 시도했다.
내가 육군 병장으로 전역한지 보름이 지났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은 이 병장이란 존재가 얼마나 힘있는지 알고 있다. 그야말로 병장. 육군 5대 장성 중 하나이다. 병장 계급의 말 한마디가 그 부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싯적 병장 달고 해본 '뻘 짓'이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 병장이 무장 탈영을 했다고 했을 때는 믿어 지지가 않았다. 집갈날 얼마 안남은 사람이 그런 선택을 하다니.
자살기도 후 임병장이 남긴 유서에는 자신의 존재를 '동물'에 비유하고 따돌림이 있었다는 암시를 줬다. 또한 사건 초기 때부터 그가 '관심병사'였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관심병사란 군 내에서 임무를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병사를 선별해 관리하는 제도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만날 수 있는 존재가 이 '관심병사'다. 우리 부대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특히 A급 관심병사라고 칭할 만큼 적응이 안되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볼때 마다 드는 생각은 크게 두 가지다. '불쌍'과 '경멸'. 이 임병장도 이런 감정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기수 열외라든지 따돌림이라든지 당했을 확률이 높다. 우리 부대에서도 그랬으니까. 그런 관심병사는 대개 '정말' 관심병사이거나 관심병사인 '척'하거나다. 사실 그걸 구별하는 일은 어렵다.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해석하는 것은 다르니까. 그래도 최소한의 상황을 바꿔 보려는 노력이 없다면 그 사람은 '척'일 가능성이 높다. 내 주위의 관심 병사는 두 명이었는데 나와 동기였던 그는 후자에 가까웠다. 항상 훈련이든 뭐든, 하지 않으려 했고 소심한척 어딘가 아픈 척을 했다. 그것이 가져오는 스트레스는 장난이 아니다. 그가 해야 할 일을 우리가 떠 맡을 때도 있었고 남들이 같이 받아야 하는 것을 오히려 특혜처럼 빠져 나갈 수도 있었으니까. 상대적인 박탈감이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따돌림을 준 사람들을 두둔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해는 된다. 전방이 아닌 부대를 나온 우리도 그러한 분위기가 있었다. 하물며 전방인 그곳은 대놓고 따돌림을 하지 않았으면 이상했을 것이다. 정말로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곳에서 그런 존재는 솔직히 못미덥고 불편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행동을 서슴없이 했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 전우다. 오히려 전우면 챙겨주고 이끌어 줘야 한다. 만약 임병장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전우를 버리고 챙기지 못한 것이다. 그러한 잘못이 사라질 수는 없다.
임병장 또한 안타깝다. 고작 몇 개월 남기고 그는 피할 수 없는 길에 직면했다. 꽃다운 나이에 평생을 잠깐의 실수로 피워보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거기다가 살인을 했다는 그 죄책감을 그는 평생을 짊어지고 가야한다. 그 짐이 이전에 했던 군생활보다 더 고통스러웠으면 고통스러웠지 덜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가족들이 그 모습을 지켜보고 위로해줘야 된다는 것에서 그가 겪을 고통은 더 크다. 차라리 3개월을 참았으면 어땠을까. 좀 더 참고, 사회에 나올 수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에겐 큰 공부가 됐을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 안타깝다.
국방부의 관심병사 시스템도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관심병사를 '관리'하는 것이 아닌 용기를 북돋우고 그들이 병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의 개발이 시급하다. 우리 부대에서도 단순히 관심 병사가 사고를 못치게 '열외'를 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오히려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가 참여할 수 있도록 세심한 관찰과 교육이 필요하다. 또한 관심 병사 등급이 단순히 간부 몇 명이 평가해 조절하는 것이 아닌 주위 전우와 선·후임의 평가가 필요하다. 단순히 쉬쉬하면서 그가 관심 병사인걸 숨긴다고 모르는 것이 아니다. 차라리 모두가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으면 하는지 오픈을 한다면 진정한 전우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번 사고는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닌 우리나라 국방부가 가진 안일함에서 비롯된 것 같아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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