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의 취재방해는 국민을 무시한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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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choi0126)등록 2014.12.17 19:39
지난 9일 YTN의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 방송도중 건장한 4명의 장정들이 위협적인 자세로 취재를 방해하는 모습이 그대로 방송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이날 YTN 기자의 취재를 방해한 사람들은 제2 롯데월드에 근무하는 직원들로 최근 개장한 제2 롯데월드 내에 설치된 아쿠아리움에서 물이 새는 현상에 대해 YTN 기자가 생방송으로 리포트를 하는 도중 카메라 앞으로 뛰어들어 "촬영하면 안 된다"며 1분 넘게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는 등 방송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했다.

YTN은 지난 9일 <제2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물 샌다…긴급 보수 중>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지난 10월 개장한 제2 롯데월드 지하 1, 2층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의 콘크리트벽 쪽에 세로 7cm 정도의 균열이 발생해 물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속보로 단독 보도했다. 그런데 이 날 스튜디오와 현장을 이원으로 연결해 관련 내용을 생방송으로 중계를 하던 중, YTN의 보도 사실을 인지한 롯데월드 측 관계자들이 카메라 앞을 가로막고 취재를 방해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롯데월드 측의 정당한 언론사의 취재활동에 대한 방해 행위는 명백히 국민의 알권리를 묵살하는 행위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언론사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을 기업이 물리력을 이용해 방해하는 것은 언론사가 국민들로부터 부여 받은 알 권리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 행위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언론의 사회 감시기능을 무력화 시키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이처럼 기업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 한다는 이유로 언론사의 정당한 취재행위를 방해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언론의 취재 활동에 대해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임받아 정부나 검찰 등 사회 권력기관들과 기업처럼 국민들의 소비를 근간으로 해서 부를 축척한 조직들에 대해 국민을 대신해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언론의 정치적, 경제적 권력기관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활동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해받거나 제한되어서는 안 되며, 이를 방해하는 행위는 법으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 왜냐하면 언론의 사회적 감시 기능이 마비되면 그 사회의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독재정권처럼 일방적이고 독선적인 정치 구조가 형성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2 롯데월드의 경우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대중 이용 시설물로 이용자들의 안전이 매우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하는 복합쇼핑센터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시설물에 안전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 했다면 회사는 즉각적으로 언론을 통해 이와 관련된 사실을 국민들에게 상세하게 알려야 한다. 그러나 롯데월드의 대응은 이러한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을 뿐만 아니라,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취재하던 방송사 기자의 정당한 취재행위 까지 방해하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보여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롯데월드의 취재방해 행위는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롯데월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우둔한 대처 방법이다. 지난 2009년 8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경찰관 가족이 탄 도요타 자동차의 렉서스 차량이 급발진으로 인한 충돌사고를 일으켜 일가족 4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도요타 자동차의 차량결함을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집중적으로 도요타 자동차의 결함과 관련된 보도를 쏟아냈다. 이러한 보도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자동차는 사고의 원인이 차량 결함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자, 미국 언론들은 사고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통해 도요타 자동차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는 동시에 도요타 자동차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도덕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도 함께 보도했다. 이로 인해 도요타 자동차의 명성은 땅에 떨어졌고, 미국 내 자동차 판매율 1위를 달리던 도요타 자동차는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나서는 등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극도로 악화 되자, 도요타 자동차의 회장은 그 때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 의회 청문회에 참석해 공식 사과하고, 사망자 가족들에게 피해보상을 약속했으며, 해당 차종에 대한 리콜을 약속했다.

도요타 자동차의 사례는 기업이 순간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들의 문제점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얼마나 큰 댓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업은 언론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임받아 기업의 문제점에 대해 취재를 진행 할 때 무작정 방해하고 막을 것이 아니라, 언론의 취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상히 알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기업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다. 롯데월드처럼 언론의 취재를 방해하는 기업에 대해 국민들은 뭔가 나쁜 짓을 한 기업이 자신의 잘못을 감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기업의 이미지와 명성에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취재를 방해한 기업으로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 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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