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가기 전에 엉엉...내 아이 문제가 될 줄이야

죄 없이 죄인 된 어린이집 선생님들, 의심해서 미안합니다

등록 2015.01.16 14:33수정 2015.01.16 14:33
7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엄마~ 앙앙~"


아직 말을 못하지만 "엄마"란 말 하나만은 확실히 하는 내 아이가 오늘도 어린이집 현관에서 등을 돌리는 나를 보고 엉엉 운다. 어린이집에 처음 아이를 맡길 때는 그 울음이 심장 한구석을 콕콕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느덧 어린이집 이용 15개월 째. 그저 엄마랑 떨어지기 싫어서 또 저러는 거겠지 하며 "오늘도 아이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 한마디 하고 뒤돌아 직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늘(15일)은 언제나처럼 "엄마"를 부르며 울고 있는 아이의 울음이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그건 아마도 네 살배기 가녀린 여자아이의 뺨을 후려친 그 여자의 영상을 보아서일 것이다. 백일 때부터 어린이집에 맡겨진 내 아이.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나에겐 정말 '천사'와 같은 분들이다.

가끔은 내가 아이를 찾으러 가도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 품에서 안 떨어지려고 할 때가 있어 엄마인 나를 서운하게도 만드는 그런 곳이다. 그런데도 그 충격적인 영상을 본 다음 날, 그리고 또 다음 날. 나는 그 천사같은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지금 내 아이가 우는 게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야, 아니면 선생님들이 구박해서야?'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이가 울어도 선생님과 나는 미소를 보이며 헤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울고 있는 아이 앞에서 나는 걱정스런 표정을, 선생님은 잘못한 것도 없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헤어져야 했다. 우리 사이엔 그 어떤 문제도 없었지만 우린 이상하게 '불편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마음 속을 장악한 '그' 어린이집 뉴스

a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하는 ‘워킹맘’ 선차장.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 tvN


일을 하면서 가끔 열어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자리엔 하루 종일 '인천 어린이집'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도 이 테이블 저 테이블 할 것 없이 대화의 소재는 '어제 그 어린이집 뉴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을 한 나의 처지를 뻔히 아는 동료들은 "마음 안 좋겠어요. 괜찮아요?"라고 안부를 물었다. 그 아이는 인천 송도에 살고 있는 한 가정의 아이이자, 우리 아이였을지도 모를 이 사회의 아이였기에.

귓가에서 그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가 들릴 때마다 내 머릿속에는 무자비한 어른의 손찌검에 붕 떠올라 바닥에 쓰러졌던 아이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다. 그리고 내 아이도 혹시 그렇지는 않을까하는 걱정과 그래도 그 사건의 주인공이 내 아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생각이 교차했다. 오늘은 그저 여느 날처럼 평범한 날일뿐인데 저녁에 아이를 찾으러 갈 때까지 걱정이 한 가득이었고, 가슴은 어떤 선고를 받기 직전 마냥 쿵쾅거렸다.

일찍 일을 마치고 다급한 발걸음으로 지하철역으로 가 전철을 기다렸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전철은 늦게 오는 것 같고, 유독 정거장 수는 많게 느껴지는지. 집 앞 역에 도착해서는 하이힐 속 발이 퉁퉁 부어 있는 것도 잊고는 어린이집으로 달음박질쳤다. 우리 아이 어린이집이 그럴 리는 절대 없다고 믿으면서도 아이를 봐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잠시라도 믿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선생님

"재원아, 엄마 오셨네!"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자 미끄럼틀 주변에서 놀고 있던 17개월 배기 우리 아이가 방긋 웃으며 아장아장 걸어왔다. 그러곤 빨리 신발을 신기라는 듯 제 운동화를 들고 와 성화다.

"오늘도 재원이 밥 잘 먹고, 잘 놀고, 낮잠도 잘 잤어요. 참 오늘은 야외 활동도 참여했어요. 어느새 이렇게 커서 재원이가 야외활동도 같이 나가는지... 기특했다니까요."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아이 가방을 챙겨 주시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나도 모르게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이고, 재원이 엄마도 괜히 종일 걱정하셨구나. 이런 말 하는 것도 솔직히 좀 이상하지만, 우리 어린이집 선생님들 정말 안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어제 오늘 엄마들이, 아이 할머니들이 유독 아이를 빨리 찾아가요. 오후 3시부터 퇴근 시간마냥 어린이집이 텅텅 비더라고요.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엄마들보다 더 가슴 떨리는 건 우리일지도 몰라요. 괜히 억울하기도 하고. 우리 며칠 전처럼 서로 믿고 의지하며 아이만 생각해요 재원 어머니."

나도 모르게 무심코 뱉은 "휴" 한숨 한 모금에 선생님은 얼마나 상처를 받으셨을까. 선생님 이야기를 듣곤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움과 죄송스러움이 훅 올라오더니 나도 모르게 울먹이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이라 말하며.

내 이모뻘인 선생님은 오히려 내 어깨를 도닥이며 위로해 주셨다.

"일 다니며 아이 키우기 힘들죠?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마음고생까지 하느라 더 힘들고. 우리 일이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정말 아이가 좋아서 하세요. 이 일, 솔직히 아이들 좋아하는 마음 없으면 억만금을 준다 해도 못해요."

인사를 드리고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집으로 오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안타까운 사건을 보곤 진심으로 일하는 선생님들을 은연중 불편하게 하고 의심했던 내 자신이 미워서. 아이 선생님께 죄송해서. 선생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었다. 나도 주말에 하루 종일 아이를 보면 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다수의 아이들을 매일 돌봐야 하는 대부분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그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동학대 뉴스 나올 때마다 죄 없이 죄인되는 선생님들

최근 호주에선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무슬림의 카페 인질극이 벌어진 직후 한 무슬림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이슬람 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물건 중 하나)을 쓰면 안 좋은 시선을 받을까봐 히잡을 벗으려 하자 한 백인 여성이 다가와 "네 종교적 신념대로 히잡을 써, 네가 안전할 수 있도록 내가 너와 함께 걸어가 줄게"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내가 함께 걸어가 줄 게요"라는 운동이 펼쳐졌다. 이 일화는 성숙된 호주의 국민의식을 볼 수 있는 계기였다.

어제와 오늘. 나처럼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선 종일 가슴 졸였던 엄마들, 많았을 거다. 아이를 맡기는 스스로를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고, 상황을 원망하기도 했을 것이고 괜히 어린이집 선생님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기도 했을 것이다. 또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아이의 울음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인천 어린이집 유아 폭행사건은 너무나 안타까웠고 잔인했다. 하지만 그 분노를 성심성의껏 오늘도 아이를 돌보셨을 대부분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던지지는 말아야겠다. 호주의 국민들처럼 정말 성숙한 국민이자 엄마가 되어야 한다.

이런 사건이 보도될 때마다 죄 없이 죄인이 되어 괜히 미안한 마음뿐인 선생님들에게 먼저 웃음을 보이며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다'고 '선생님 덕분에 아이도 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고 감사 인사를 하는 멋진 엄마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인천어린이집
댓글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