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댐에 대한 진실 혹은 의혹

평화의 댐 그리고 금강산댐, 그 진실을 해부한다

검토 완료

신광태(naul)등록 2015.03.26 15:08

지난 3월 21일 평화의 댐을 찾았다. 3단계 공사가 한창이다. ⓒ 신광태


"물도 없는 곳에 저런 대형 콘크리트 조형물이나 만들어 놓고, 국민들의 성금을 받아서 이게 말이나 되느냐..."

지난해 9월, 기자가 지인들과 함께 강원도 화천군 동촌리에 위치한 평화의 댐을 찾았을 때, 5~6명 정도의 관광객 인솔자인 듯한 사람이 했던 말이다. 과연 평화의 댐이 물도 내려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 아무 이유 없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 덩이에 불과할까.

평화의 댐 탄생 배경

1986년 10월 30일, 이규호 건설부 장관은 '북한의 금강산 댐 건설'을 발표했다. "금강산댐에 담수될 200억 톤 규모의 물이 한꺼번에 방류됐을 경우, 국회의사당은 완전히 잠기고, 63빌딩 중턱까지 물이 차오른다."는 수공 위협론 이었다. 국민의 열망이던 88올림픽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논리도 펼쳤다.

정부는 대국민 성금 모금을 시작했다. 언론에서는 연일 금강산댐에 대응할 평화의 댐 필요성에 대한 뉴스를 쏟아냈다. 국민들의 동참이 이어졌다. 초등학생들의 참여 장면이 톱뉴스로 장식했다. 그렇게 모아진 국민성금 6백 여억 원과 정부예산을 합친 금액은 1,506억 원.

1986년, 정부는 평화의 댐 조성 공사에 착수했다. 높이 80m, 길이 450m, 저수량 5억9천만 톤. 1989년도에 준공된 이 댐은 정부에서 발표한 금강산댐(200억 톤)에 대한 대응용 치곤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규모였다.

'정권 연장을 위해 코흘리개 돈까지 뜯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였다. 금강산댐 실체도 없는데, 평화의 댐을 건설했다는 주장. 이에 대해 다수의 언론들은 여당의 정권연장을 위한 '대국민 사기극'이라 말했다.

'과연 당시 정부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분단이란 상황을 이용한 위기감을 조성했을까'

숱한 억측이 난무했다. 언론도 가세했다. 야당은 연일 포화를 퍼부었다. 청문회를 비롯한 정치권 공세. 결국 평화의 댐은 한낱 '몹쓸 괴물체'로 인식되었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금강산댐의 실체, 국민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유

평화의 댐 전면부. 댐 가운데 가로지른 선이 1차공사때 준공한 높이(80m)다 ⓒ 신광태


"한겨울, 비도 내리지 않았는데 웬 홍수?"

2002년 1월, 북한강 상류 이북지역에서 갑자기 엄청난 흙탕물이 밀려 내려왔다. 초당 206톤. 19일간 3억5천만 톤 규모였다. 북한지역에 장마예고도 없었다.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한겨울에 엄청난 수량이 평화의 댐으로 밀어 닥친 것이다. 80m 높이의 평화의 댐이 범람위기에 놓인 상황. 정부는 이 기이한 현상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그러나 딱히 '이것 때문이다'라는 뚜렷한 발표를 하지 않았다. 언론도 침묵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모르는 이유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금강산 댐 때문이란 결론이 났다. '존재하지도 않다던 금강산댐은 뭐고, 붕괴는 또 뭐란 말인가'. 일부 국민들의 의구심이 일자, 정부에선 '금강산댐은 1999년에 착공을 했고,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붕괴되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것에 대해 보도한 언론은 거의 없었다.

'남한처럼 장비가 현대화 되어 있지 않은 북한에서 금강산댐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인력이다. 다시 말해서 사람들이 곡괭이와 삽을 가지고 그 거대한 댐을 막았다면 큰 문제다'

일부 학자들이 금강산댐 위험 론을 제기했지만, 큰 이슈는 되지 못했다. 정부는 2003년 평화의 댐 2단계 공사를 착수해 2005년 10월에 준공했다. 높이 125m, 길이 601m, 담수용량은 무려 26억 3천만 톤에 이른다. 20억4천만 톤의 담수량이 늘어난 규모다. 공사비만 2천489억이 투입됐다.

평화의 댐 높이는 해발로 표시되어 있다. 해발 225m(지상에서 80m)로 표시된 부분이 1차공사를 했던 높이고, 아래 노란 화살표(203.6m) 부분은 2002년 1월 북쪽에서 수량이 밀려와 물이 찼던 표시다. ⓒ 신광태


금강산댐, 위협이 될 수 있다

"안 왔다고 들었어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국장급 정도의 사람이 참여했었을 겁니다."

2005년 10월, 평화의 댐 2단계 공사 준공식이 열리던 날, 초청을 받아 참석했었다던 화천군 화천읍 김 아무개 이장은 "그렇게 큰 공사 준공식이 열리면, 장관이나 차관급 정도는 참석 했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당시 정부의 고위 관료가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언론 또한 '단신 정도로 처리하는 수준'이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 평화의 댐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였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없다던 금강산댐의 실체가 드러나면 난처하지 않았겠냐"는 김 이장의 말에서 당시 상황을 짐작케 한다.

평화의 댐 상류. 북쪽에서 물이 내려오지 않는다. 북한에서 금강산댐 건설 이후 물줄기를 동해안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 신광태


2009년 9월, 북한에선 사전 예고도 없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42.3km에 위치한 황강댐 물을 임진강 하류로 무단 방류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시설물 파괴 등 수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평화의 댐은 안전한가? 일부 의식 있는 사람들의 관심은 평화의 댐으로 모아졌다.

금강산 댐 저수용량 26억2천만 톤. 평화의 댐은 26억 3천만 톤이다. 평화의 댐은 발전용이 아니다. 그렇다고 농업을 위한 저수 기능도 하지 못한다. 계곡을 가로질러 막아 놓은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에 지나지 않는다. 125m 높이의 댐에 물이 차는 일은 없다. 평화의 댐에 서서 좌측을 보면 커다란 원형 수로 네 개가 보인다. 물이 차기 전에 단계적으로 방류되는 구조다.

평화의 댐 바닥 측면에 설치된 배수로. 평화의 댐에 물이차는 일이 거의 없다. 이 수로로 물이 빠지기 때문이다. ⓒ 신광태


"금강산댐 규모가 26억2천만 톤이란 것은 정확한 데이터냐? 그리고 물이 내려오는 속도는 감안했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가정이다. 2012년 11월 30일, 정부에서는 630일이란 공사기간을 정해 평화의 댐 3단계 공사에 착수했다. 다수의 언론은 '혈세 낭비'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논리정연하게 금강산댐 부실이나 붕괴우려 또는 평화의 댐의 대응한계에 대해 말하는 언론은 없었다. 세금 낭비로만 몰아갔다.

금강산댐으로 인한 또 다른 문제

"옛날엔 바닥 전체가 모래 뿐 이었지. 모래무지라는 물고기 아나? 모래가 있어야 사는 고기야. 그물을 던지면 무척 많이 잡혔어. 모래무지 찜 전문 식당도 있었으니까."

파로호. 과거 강바닥에는 하얀 모래가 있었으나 지금은 뻘 뿐이다. 금강산댐 건설로 인해 상류에서 물이 내려오지 않기 때문이다.

화천군 간동면 구만리 뱃터 인근에서 수 십 년간 횟집을 운영해 왔다는 이 아무개 씨는 "과거 파로호 바닥엔 하얀 모래밭이었다. 지금은 온통 진흙 뻘로 변했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이 만들어지기 전, 그 많던 민물새우도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고 주장했다. 대체 무슨 말일까.

북한은 금강산댐을 조성하면서 북한강 물줄기를 인위적으로 원산 쪽 동해안으로 돌렸다. 물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말도 있다. 북쪽에서 내려오는 수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파로호 담수 기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두 번씩 화천발전소를 통해 흘러 내려가던 물은 3일에 한번 방류도 버거워졌다. 연쇄적으로 춘천호에 담수되는 기간도 길어졌다. 호수엔 뻘이 생기고 수질환경 지표 생물인 민물새우가 멸종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북한강물은 수도권 시민들의 젓줄인 상수원이다. 금강산댐 붕괴위험 외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금강산댐이 붕괴됐다

평화의 댐 3단계 공사는 댐을 높이는 공사가 아니다. 금강산댐 붕괴시 자연스럽게 물이 월류하도록 하는 구조다 ⓒ 한국수자원공사


금강산댐의 저수용량은 26억 2천만 톤이라 했다. 만일의 상황을 가정했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어떤 문제가 생겨 금강산댐이 붕괴됐다. 거대한 물줄기가 삽시간에 평화의 댐으로 밀려 들어왔다. 가속이 붙은 물은 거침이 없다. 순식간에 평화의 댐에 다다랐다. 26억3천만 톤 저수용량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에 갇힌 물이 월류를 하자 평화의 댐 사면 곳곳이 파이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평화의 댐은 서서히 무너져 내렸고, 한강수계에 있는 화천댐, 춘천댐, 의암댐 등의 붕괴로 이어졌다.'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가정이다. 국회의사당이 완전히 잠기거나 63빌딩 반 정도가 수몰되지는 않더라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저지대는 물바다가 될 수 있다.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 손실을 가져올 수도 있다.

지금 평화의 댐 3단계 공사가 한창이다. 댐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기자의 '평화의 댐 3차 공사에 대한 설명 요구'에 "이번 공사는 금강산댐이 붕괴됐을 때 평화의 댐 사면 토사가 흘려 내려가지 않도록 하는 공법이다. 다시 말해서 물길이 평화의 댐을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하는 구조다. 금강산댐에서 밀려 내려온 26억2천만 톤의 물을 평화의 댐에 가두고 월류된 수량은 화천댐과 춘천댐, 의암댐 등 북한강 수계의 댐에서 단계적으로 수문을 통해 방류하면 국민들의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평화의 댐 1단계 공사에 투입된 예산 1,506억원, 2단계 공사 2,489억 원 등 지금까지 3,995억 원이 투입됐다. 이번 3단계 공사에서 또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만일 금강산댐이 붕괴 되었을 경우, 평화의 댐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면, 북한강 하류와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들의 재산과 인명피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전 예방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에 대해 맹목적으로 세금낭비라고만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신광태 기자는 강원도 화천군청 기획담당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