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사월의 그 나라를 위하여

과천 군포 안양 의왕시민단체, 세월호 1주기 연합추모 문화제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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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mindle21)등록 2015.04.12 14:01

2015년 4월 11일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연합추모문화제에서 추모시 '사월의 그 나라를 위하여'를 낭송하고 있는 조호진 시인. ⓒ 조호진


과천, 군포, 안양, 의왕시 등 경기도 4개지역 시민단체가 '진실을 인양하라'는 제목으로 11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5시간 동안 경기도 안양시 평촌 중앙공원에서 시민과 학생 등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세월호 1주기 연합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4개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6일까지 한달 동안을 세월호 1주기 공동추모주간으로 정하고 '노란 리본 달기'(상시), '거리 배너 달기'(3월16일~4월16일), '팽목항 연합 방문'(3월28일) 등의 공동행동을 했다. 그리고 이 지역 416명의 시민들이 1인당 1만원 십시일반으로 참여하는 '416명 추모광고'(경향신문 4월16일)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왕지역 시민단체들은 영화 <다이빙벨> 상영(2월28일), 세월호 기금마련 바자회(3월21), 안양지역 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인양 서명전'(3월12일~4월9일), 과천지역 시민단체들은 3월~4월 두달 동안 매주 수요일 촛불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의왕지역에 거주하는 조호진(56) 시인은 연합추모문화제에서 '사월의 그 나라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추모시를 낭송했다. 조 시인은 노동자 시모임 '일과시' 동인과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우리는 식구다>(갈무리)라는 제목의 시집을 2009년 펴냈다. 다음은 추모시 '사월의 그 나라를 위하여' 전문이다.

사월의 그 나라를 위하여

지렁이만도 못한 것들 저것들
굼벵이만도 못한 것들 저것들
슬픔으로 꿈틀꿈틀 거리는 지렁이는
생명의 흙을 배설해 풀도 흙도 살리거늘
삼보일배로 기어 기어가는 애벌레 벌레는
징그러운 슬픔으로 나비가 되고 꽃이 되거늘

살아생전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슬픔으로 꿈틀거려 본 적도 없느냐
슬픔의 삼보일배로 기어본 적도 없느냐
슬픔이 거세된 욕망의 노예들아 이것들아
탐욕에 찌든 것들아 돈독에 오른 이것들아
재앙의 혀로 내뱉은 말이 너희에게 돌아가리라
저주의 피가 흘러서 너희들의 가문을 덮치리라

세월호로 돈 번다, 목돈 번다, 큰돈 번다고!
부모들이 시체 장사한다고 세금도둑이라고!
우리들의 가슴에 비수 꽂은 것들아 이것들아
니 새끼 죽어도 그 소리할 것들아 이것들아
니 시체 팔아서 한몫 챙길 것들아 이것들아

비탄의 강산에 꽃이 피었다.
슬픔의 봄날에 꽃이 피었다.
부활의 사월에 꽃이 피었다.
슬픔의 십자가를 멘 그대들아

세월호로를 기억하는 전교조 사들의 1인 시위 ⓒ 조호진


저것들, 벌레만도 못한 저것들
저것들, 금수만도 못한 저것들
우리들이 관용과 용서로 사면해주자
양심에 화인 맞은 저것들과 살기 위해
대못에 박혀 피 흘리는 그대들아 사람들아
저것들 대신 십자가에 박힌 그대들아 사람들아
돈독 땅값에 환장해 미쳐서 일등 명문 쫓아가는
살아서 죽은 저것들의 죽음을 위해 누가 울어주랴
살아서 묻힌 저것들의 무덤 잿더미에 누가 헌화하랴
우리들의 거룩한 슬픔으로 저것들의 장례를 치러주자
우리들의 거룩한 분노로 저것들의 검은 권력을 회수하자

저것들의 공동묘지엔
새 한 마리 날아들지 않으리니
저것들의 고독한 사망권세엔
죽음의 조화가 배달될 것이므로
죽은 자는 망자의 나라로 떠나보내고
산자들아, 서로 모여서 함성이 되어라
어서, 침몰된 인간의 양심을 인양하라
어서, 찢겨진 인간성을 깁고 회복하라
어서, 짓밟힌 인간의 예의를 복원하라
이제는, 희망과 생명의 새 나라를 세우라
다시는, 죽은 자가 산 자를 통치하지 못하게 하라

피 눈물 구곡간장으로도
못 살린 아이들아 우리 아이들아
그리하면 너희들을 살리리라 영영 살리라, 이 사월에
어미아비 가슴에 묻히지 않고 부활하리라, 이 사월에
그 사월이 오면 우리들은 다신 죽음을 노래하지 않으리라
그 사월이 오면 너희들이 세운 희망의 나라를 노래하리라

세월호특별법 정부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는 시민들. ⓒ 조호진


덧붙이는 글 조호진 시인은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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