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으로 몰아내, '김정은 집단'이라 한 사람”

[현장]조계사, 정봉주 기자회견 봉쇄…신도 동원 부추겨 빈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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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bulkyo)등록 2015.04.13 21:44
정봉주 전 의원의 기자회견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13일 오후 2시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정 전의원의 기자회견은 조계사가 내세운 신도들에 의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조계사 경내로 들어가지 못한 정 전 의원 일행은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려다 신도들과 종무원들에 밀려 재작년 적광 스님이 끌려갔던 우정총국 앞마당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9시께 각 언론사에 기자회견을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열겠다고 공지했다. 회견 장소가 알려지자 조계종 총무원과 조계사는 긴급히 모여 장소 사용에 대해 논의했다. 조계종은 "대웅전 앞마당에서 하는 기자회견은 총무원이 나설 일이 아니다"고 했지만, 조계사는 "대웅전 앞마당 기자회견은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의원은 팻캐스트 전국구 '생선향기'를 진행하는 이재화 변호사, 도정 스님, 김영국 연경불교정책연구소장과 이날 오후 1시 50분께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 앞에서 길을 건너 조계사 일주문으로 이동했다. 정 전 의원이 길을 건너는 모습이 보이자 조계사 이세용 종무실장 등 종무원들이 나서 "들어오지 못하게 몰아내라"고 신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정 전 의원은 일주문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신도들에 막혔다. 이세용 종무실장은 신도들과 종무원 뒤에서 "어서 나와서 몰아내, 건너편으로 몰아내. 뭐하는 거야. 빨리 몰아내지 않고"라며 신도들과 종무원들을 다그쳤다. 이 실장은 "저 사람(정 전 의원 등)은 몰아내고 스님은 건드리지 말아라."라고 지시하는 모습도 눈에 띠었다. 신도들은 "맞아, 맞아. 김정은을 왜 조계종에 끌어다 붙여."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이세용 실장을 향해 "당신 누구냐, 이리 나와서 말해. 당신 이리와 봐. 뒤에 숨지 말고 나서서 말해."라고 응수했다.

이세용 실장은 "저 사람이 조계종을 김정은 집단이라고 한 사람입니다."라며 다시 신도들을 선동했다.

이세용 실장의 말에 신도들은 다시 정 전 의원 일행을 막아서며 길 건너로 몰아세웠다. 한 신도는 "초파일 앞두고 무슨 기자회견을 하느냐. 다른 데 가서 해라"며 정 전 의원 측을 가로 막아섰다.

정 전 의원은 "기도하고 나올 겁니다. 부처님께 삼배하고 나올께요."라고 했지만, 신도들은 막무가내로 막아섰다. 다수의 신도들은 정 전 의원 일행을 계속 밀어붙였다. 그동안 이세용 실장은 뒤에서 신도들을 더 다그쳤다.

이재화 변호사는 "길에서 기자회견하는 데 왜 막아서냐. 도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며 신도들에게 기자회견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어머니 이러지 마세요. 기도하고 올게요."라고 거듭 말했지만, 신도들은 "건너가서 해라. 왜 우리 절에 와서 이래?"고 했다.

이세용 실장은 다시 "저 사람이 조계종을 김정은 집단이라고 한 사람입니다."라며 웃었다.

정 전 의원은 이 실장을 향해 "보살님들 다 치우고 이리 와서 말해. 뒤에서 숨지 말고 앞에 나와서 말해. 계속 왜곡하고 있어. 글을 다시 배우던지. 이리 나와. 나와서 이야기해."라고 했다.

신도들은 다시 정 전 의원 일행을 밀어붙였다. 정 전 의원은 "어머니 밀지 마세요. 다쳐요."라고 했고, 신도들 뒤에서는 "밀어, 밀어, 파란 불 바뀌면 밀어내."라는 소리가 들렸다.

정 전 의원 일행이 신도들과 조계사 종무원들에게 막혀 실랑이하는 사이, 지나가던 한 행인 "정봉주 파이팅"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격려했다. 신도들은 여전히 정 전 의원을 몰아내기 위해 온 몸으로 막아섰다.

정 전 의원 등은 "몸에 손대지 마시구요."라고 했고, 신도들은 "파란불이니 길 건너로 가자고, 갑시다."라고 했다. 이재화 변호사는 "왜 밀어, 왜 미시냐구요."라고 했다.   

정 전 의원은 "기자분들에게 말씀드리겠다. 바른불교 재가모임에서 제가 한 말에 대해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제가 한 말을 녹취록 풀어 들었고……."라고 하자, 신도들은 정 전 의원을 몰아붙였다. 그러자 이 실장은 "몰아내, 여성에게 폭행을 가한다. 몰아내라. 왜 보고만 있어. 건너로 몰아내라"고 소리쳤다.

전국구에 출연중인 도정 스님이 우정총국 앞 우정공원에서 기자회견을 하자고 권유했고, 조계사 종무원 한 사람도 "저리 가서 하라"고 했다. 곧 정 전의원 등 일행은 우정공원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정 전 의원은 조계사 옆 우정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도 몇 사람은 이곳까지 뛰어와 먼저 자리를 잡고 기자회견을 방해했다. 정 전 의원 일행은 준비한 '최근 일들에 대한 입장 표명' 제하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20분가량 입장을 설명하고 돌아갔다.

덧붙이는 글 정봉주 전 의원 기자회견을 막은 조계사 일주문 앞 현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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