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9 보선 정말 야당이 무능해서 졌는가

민주진보세력은 해방후 단한번도 쉽게 이겨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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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근(prog21)등록 2015.05.02 16:21
쏟아지는 비판을 수용했다면 승리했을까

지난 4월 29일 재보선선거가 있었다. 결과는 새누리 3곳, 무소속 1곳, 그리고 새정연은 단 한 곳에도 이기지 못했다. 선거후 많은 이들이 이번 선거를 평했다. 그중 스스로 민주진보라고 생각하는 부류나 매체에서의 평가는 대부분 무능한 야당의 패배라고 했다. 야당이 제대로 된 혁신을 안 해서, 통합적 리더십이 부족해서 졌다고 평가했다. 공천도 실패했고 대안도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어떤 이는 문재인대표가 천안함을 폭침으로 인정하고 박정희 묘소를 참배하는 등 선명성을 보이지 못하고 우회전한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다.

워낙 정치적 식견들이 뛰어난 이들의 평이니 그런 분석들이 결코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들의 말처럼 문재인은 부족했고 새정연은 무능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렇게만 평가하고 끝내기엔 무언가가 아쉽다.

그래서 한 가지 꼭 묻고 싶다. 그럼 그들이 쏟아낸 여러 비판을 수용했다면 이번 보선은 야당의 승리로 끝났을까?

진보언론은 무능해서 1등신문이 되지 못했나

그렇게 그게 정확한 분석이고 맞는 이야기라면 왜 그렇게 정확한 분석을 쏟아내는 언론들인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그리고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은 아직까지 소위 조중동한테 판매부수가 어림도 없이 밀리는 것일까? 그들이 했던 야당에 대한 비판의 내용처럼 왜 대안을 가지고 좀 더 좋은 내용을 가지고 대중을 휘어잡아서 명실공희 1등 신문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소위 진보언론들이 무능해서인가? 아니면 대안제시를 안 해서 인가? 기자들을 잘못 뽑아서인가? 대표가 부족해서인가? 그건 과연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가? 단지 상황을 비꼬자 함이 아니다. 정말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정말 그렇게 그들의 분석처럼 간단한 것인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왜 누가 봐도 틀리지 않는 탁월한 분석들을 하는 그들은 왜 스스로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진보정당, 시민단체, 노동단체 그리고 진보단체들은 왜 우리들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는 걸까?

세월호 유가족들이 길에서 공권력에 두들겨 맞아도 아무도 책임지는 일이 없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뿌렸다고 시민이 구속이 되는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은 그렇게 놀라워하지 않는다. 총리부터 대통령 비서실장, 그리고 지자체 단체장들이 줄줄이 뇌물수수에 연관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고 있어도 투표율은 40%도 안 된다. 아이들 밥값이 하루아침에 날려 보내도 그는 당당히 해외에 가서 골프를 칠 수 있는 세상이다.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매일매일 쏟아져 나오지만 세상은 너무도 고요하다.

민주진보세력은 해방후 단한번도 쉽게 이겨본 적이 없다

해방 후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민족반역자들과 수구세력들은 권력을 잡았고 민주진보세력들은 이에 맞서 싸워왔다. 그들이 도덕적으로나 대안능력으론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민주진보세력은 이승만을 시작으로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등의 수구세력들에게 판판이 깨지고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것일까?

김구, 조봉암, 윤보선, 장준하 김대중을 필두로 한 세력들은 그냥 무능했던 것일까?

97년에 와서야 김대중 후보는 516쿠데세력의 핵심축인 김종필과 손을 잡고서야 겨우 승리했다. 노무현 후보조차 재벌2세인 정몽준과 손잡고 간신히 정권을 이어갔다. 이번에 논란의 중심에 있던 정동영 후보는 역대 최대 표차인 500만 이상 차이로 힘도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패배했다.

역사적으로 민주진보 진영이 호락호락 보수 세력에 쉽게 이겨본 역사가 있긴 한 것인지를 한번 돌이켜 보자. 그 어떤 역사적 호재 상황에서도 과연 그래 본 적이 있는지를 기억해 보자. 국가부도사태인 소위 IMF터져 나라가 거덜이 났어도 당시 가장 강력한 민주진보진영의 김대중 후보는 겨우 39만표 차로 턱거리 승리를 했다. 그것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 경선에 불복해 나온 이인제 후보가 무려 500만 표 가까이 표를 잠식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불과 20년도 안된 일인데 다들 잊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이길 수 있는 일들을 하자.

다시 묻는다. 이번 선거가 단지 대안을 제시 못하고 야당이 무능해서 졌는가?

그건 돈벌면 부자되고 오래살면 장수한다는 이야기 수준으로 들릴 뿐이다.

정동영이 이명박보다 부족해서, 문재인이 박근혜보다 모자라서 우린 지난 대선에서 지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가진 동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게 누가 되었든 그 동력을 키워나가지 않고서는 절대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쉽게 이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게 안철수가 되었든, 정동영이 되었든 노회찬이 되었든 대중이 누군가를 중심으로 모였다면 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건 단지 그들에 대한 호불호가 아니라 그게 대한민국이 단 한발이라도 현실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한이 조금이라도 풀리는 길이고 이 땅의 서민이 조금이라도 숨을 쉴 공기를 만드는 길이고 이 땅의 상식이 조금이라도 바로 서는 길이라 보기 때문이다.

비판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빠'가 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현실을 냉철하게 좀 보고 단심을 가지고 임하자는 것이다. 다들 농담반 진담반으로 세종대왕이 환생해 민주진보진영의 지도자가 되어도 수구보수세력을 쉽게 이기질 못할 상황이라 한다.

이 땅의 상식과 기본이 바로 서길 바라는 이들이라면 지금 저 거대하고 막강한 수구세력 앞에서 현실을 직시하자. 역사는 대중이 만들어간다고는 하지만 그 현실적 선택과 집중은 결국 지도자를 통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진보진영에 앞에 서서 싸워갈 지도자들은 누가 있는가?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그리고 최근에는 이재명까지 합류를 했다. 그나마 그들이 있어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 것이다. 그 희망이 조금이라도 현실이 되게 해보자. 그들이 대중 속에 더욱 파고들 수 있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이 더욱 부각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보자. 그게 대안이고 그게 이기는 길이다.

문재인의 도덕성과 박원순의 현실감각, 안철수의 참신함과 안희정의 수평적 리더십 그리고 이재명의 추진력을 모두 부각시킬 수 있도록 해보자. 그래서 국민 다수가 민주진보에게 희망을 갖도록 만들어 보자. 무슨 축구 경기 해설하듯 저기서는 패스를 했어야지 왜 공을 몰고 갔냐고 하지만 말고 직접 선수들에게 물을 갖다 주고 다리를 주물어 주도록 하자.

그게 야당의 무능이란 말을 던지는 것보다 이 험난한 정치지형 속에서 정말 민주진보진영이 이기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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