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메르스 확진환자 7명, 이미 예견된 일

메르스 파동 앞에 드러난 간병인 노동실태... 병원 직접고용해야

등록 2015.06.19 18:07수정 2015.07.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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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병원노동자 증언대회에서 간병인, 간호사, 환자이송노동자 등의 메르스 관련 병원노동 실태를 규탄하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기사수정 : 7월 20일 오후 2시 27분]

2011년 서울대병원 간병인 A씨는 에이즈 환자의 링거바늘에 찔렸다. 병원 내 안전보건관리실은 병원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A씨의 진료를 거부했다. 노조를 통해 겨우 검사를 받았으나 몇 십만 원의 치료비는 모두 A씨가 지불해야 했다. 사례가 알려진 이후 에이즈 환자의 간병인을 구하는 일은 더 어려워졌다.

간병업계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7명에 달한다. 메르스 환자의 간병을 맡았거나,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 간병을 맡았던 것이 감염경로로 확인되면서 간병업계가 술렁대고 있다. 일부 언론에선 간병인 고용 문화에 문제를 제기하고, 환자와 보호자들은 간병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간병인은 환자들의 식사, 이동보조, 목욕보조 등 환자의 위생과 요양업무를 맡는다. 그렇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병원직원이 아니라는 점이다. 간병인은 알선업체를 통해 개별적으로 환자를 맡는다. 일종의 '프리랜서'인 셈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의료진 및 병원관계자에서 제외되어 안전망에 구멍을 내는 이유도 이들이 '프리랜서'이기 때문이다.

간염성 질병 유행할 때마다 불안에 떠는 간병인들

말이 좋아 프리랜서이지 실상은 불안정·불안전 노동자에 가깝다. 환자를 맡지 못하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병원의 안전망에서도 소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간병에 6만 원을 받는 등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고, 환자를 돌보다가 질병을 얻어도 산재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메르스 파동에도 마스크 하나 지급하지 않는 병원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다보니 간병인들은 메르스 같은 감염성 질병이 유행할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한다. 2011년 서울대병원 간병인의 에이즈 감염 이후 간병인의 고용형태와 산재 미적용이 논란이 되었지만 4년이 지난 지금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메르스 파동 앞에 드러난 간병인에 대한 처우도 그대로이고, 먹고 살 만한 간병인들이 하나 둘 일을 쉬어 간병인 수급이 더 어려워진 것도 똑같다.


질병감염 경로로 지적된 간병인의 병실 상주 문화 역시, 간병인의 고용형태가 주원인이다. 직원이 아니니 당연히 별도의 휴게 공간 등이 있을 리 없고, 12시간, 24시간 일을 하는데 먹고 쉴 곳이 없으니 병실 환자와 생활을 함께하게 되는 것이다. 쪽잠을 자면서 냉동밥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일은 간병인에게 즐거울 리도 없을 뿐더러, 환자의 위생에도 결코 좋지 않다.

문제의 해답은 간단하다. 간병인이 병원의 '직원'이 되는 것이다. 병원이 간병인을 직접 관리감독하고 업무 교육 등을 제공하면 보건시스템이 튼튼해지고, 간병인도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체계적인 간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는 이전보다 양질의 간병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우리 간병인은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간병인이 노동자로 인정받고 병원의 소속으로 당당하게 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간병인과 환자 모두가 안전할 수 있습니다. 간병인은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할 수 있고 환자들은 간병인에 대한 신뢰가 생길 것입니다."

서울 한 대학병원의 간병노동자의 말이다. 병원 간병의 문제는 생명과 안전의 문제와 이어져있다. 안정적인 고용 위에 안전한 간병체계가 세워진다. 답은 정해져있다.
#간병인 #돌봄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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