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의혹 침묵하고 임시공휴일로 국민 입막음

광복절 70주년 맞아 '국민 사기진작' 하겠다는 정부... 누구를 위한 휴일인가?

등록 2015.08.04 20:07수정 2015.08.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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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처음 주재한 4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정책과 규제완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해킹 의혹에는 침묵했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교체 인사를 단행했지만, 메르스 사태에 관한 정부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았다. 여기에 '광복 70주년'을 맞아 오는 14일을 '국민 사기진작'을 위한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여론 물타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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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처음 주재한 4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시장 구조개혁, 경제활성화 정책과 규제완화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한 마디로 청년 일자리 만들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절박한 청년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비정규직 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관광, 벤처, 수출 등 분야별 경제 활성화 정책과 규제완화 작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 구조개혁과 경제활성화에 확실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지난 6월 말부터 계속돼 온 국정원의 해킹 의혹에는 굳게 입을 닫았다. 국정원이 내국인 해킹 의혹을 부인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고 주장하지만, 이 역시 대통령의 서면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이 같은 서면 승인 여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국정원의 도청 의혹이 불거졌을 때 "국민이 믿을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던 모습과도 비교된다. 박 대통령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대표였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국민에게 큰 어려움을 끼쳤던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함에 따라 그동안 발생했던 문제에 박 대통령의 책임 있는 발언이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과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의 문책성 교체 인사만 발표됐다.

오는 6일로 예정돼 있는 대국민담화에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사과가 포함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로 사태를 무마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임시공휴일이라는 얄팍한 조치로 국민 미혹"


박 대통령은 국정원 해킹 의혹과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비켜가면서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키는 계기로 '광복 70주년'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미 '국가발전'과 '국민대통합'을 명분으로 한 광복절 특별사면을 예고한 것에 더해, '내수진작'과 '경제활성화', '국민사기증진'이라는 목적으로 오는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많은 국민들이 경축 분위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해 주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광복 70주년'이 국가적으로 축하해야 할 날이기는 하지만, 동시에 분단 70주년이기도 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임시공휴일 지정은 '여론 물타기용'이라는 지적이다. 여태까지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지정한 것은 서울올림픽 개막일이었던 지난 1988년 9월 17일과 월드컵 4강에 진출을 기념한 지난 2002년 7월 1일뿐이었다. 무엇인가 크게 축하할 일이 있었던 지난 사례와도 다르다. 또 쉬지 못하는 영세업체나 비정규직에게는 오히려 박탈감만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늘 격무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휴일은 사막의 오아시스이지만, 정부 발표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라며 "민간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들에게 임시휴일은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뜻 깊은 광복절을 맞아 정부로서 우선 보여줘야 할 것은 남북관계 개선 정책이지만, 정부는 정책 개선으로 민심을 얻기 보다는 임시휴일이라는 얄팍한 조치로 국민들을 미혹하려 한다"라며 "일시적인 처방으로 국민의 사기가 진작될 리도 만무하고 내수가 살아날 수도 없다"라고 비판했다.

윤태곤 의제와 전략그룹 '더 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임시공휴일은 정부가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터닝포인트로 충분히 쓸 수 있는 카드"라면서도 "'내수진작'이나 '국민사기진작'을 앞세우는 건 주객이 전도된 무신경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두 번의 임시공휴일은 국민들이 흥이 나서 거기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흥이 날 일이 없다"라며 "마치 국민에게 '경기부양을 위해 놀라'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을 위로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담아 전달해야 한다, 6일 예정된 대국민담화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국정원 #박근혜 #임시공휴일 #해킹 #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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