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교육을 경험한 것 같아요"

[동행취재] 제8회 <오마이뉴스> '더불어 졸업여행’

등록 2015.10.23 22:53수정 2015.11.1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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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오마이뉴스>제 8회 '더불어 졸업식' 행사에 참가한 낙도-격오지의 '나홀로 졸업'을 앞 둔 6학년 학생들,교사들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진짜 교육을 경험한 것 같아요."


윤태근(13, 상평초 현서분교)군과 '더불어 졸업식'에 함께 온 김승오(38)씨가 밝힌 소감이다. 김씨는 지난 2013년 첫째아들과 '더불어 졸업식'에 참여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이다. 2년 전 첫째아들이 또래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보고 둘째아들 태근이에게도 같은 추억을 만들어주려고 다시 서울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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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졸업식'에 참가한 윤태근(13, 상평초 현서분교)군과 함께 엄마 김승오(38)씨. ⓒ 이희훈


태근이네는 8년 전까지 서울에 살다 강원도 양양으로 이사를 갔다.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이 아닌 '진짜 교육'을 찾아서다. 김승오씨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것만 공부가 아니라 친구들과 어울리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게 아이들한테는 진짜 공부가 된다"며 자신의 교육관을 밝혔다. 양양에서 만난 선생님이 '더불어 졸업식'을 소개해주며 좋은 기회라고 권유해 김씨는 참여를 결정했다.

고지윤(13, 정선 벽탄초)군과 대화하는 태근이를 보며 김승오씨는 "또 오길 정말 잘했다"며 이번 여행을 통해 "(태근이가) 진짜 교육을 경험한 것 같다"고 밝혔다. 슬하에 아들 셋을 둔 김씨는 놀이공원도 4D영화도 경험해보지 못한 막내를 떠올리며 "막내가 3년 후면 6학년이 되는데 그때도 또 올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2박 3일 간 아이들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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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졸업식' 2박 3일 마지막 일정인 커뮤니티 교육을 통해 서로가 함께 연락하고 지낼 수 있는 온라인 클럽을 함께 만들어 가입하고 있다. ⓒ 이희훈


지난 23일 '더불어 졸업식'의 2박 3일간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 날 일정은 커뮤니티 교육과 감상문 쓰기다.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각자 어떻게 지내는지 사진도 올리고 글도 쓰며 소통을 이어갈 수 있다.

신현빈(13, 위도초 식도분교장)군과 3일간 손을 잡고 놓지 않던 노정훈(13, 별방초)군을 보며 최현주(33)교사는 "정훈이를 다시 보게 됐다"고 말했다. 별방초등학교에서 정훈이는 교사가 3번을 되물어야 대답을 할 만큼 소극적인 아이였다.


지난 2박 3일 동안 정훈이는 식사시간 때 인솔교사의 식판을 대신 치워 주기도 하고, 지난 22일 국립과천과학관을 방문했을 땐 가이드가 퀴즈를 내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학교에서의 모습과는 정반대였다. 퀴즈의 정답을 맞힌 정훈이는 별자리 목걸이를 선물로 받았다. 최 교사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외로웠을 정훈이가 아무래도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더 신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정현(32) 교사는 박예지(13, 봉덕초)양의 '6학년다운' 모습을 발견했다. '나홀로 6학년'인 예지는 5학년과 수업을 같이 받는다. 신 교사는 "5학년 동생들하고 지내다 보니 예지도 '5학년스럽게' 행동하곤 하는데, 여기 와서 오히려 동생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예지와는 다르게 '6학년다운' 모습을 보인 친구도 있다. 최바다(13, 흑산초 영산분교장)군은 또래들보다 어른스러운 편이다. 학교에서 1학년, 2학년 동생을 챙기며 형 노릇을 해온 게 몸에 배어 있는 탓이다. 박건태(29) 교사는 "바다가 동갑내기 친구들하고 장난치고 익살스럽게 행동하는 걸 보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생활'하며 스스로 학습하고 적응력도 키워

15명의 아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친구들과 두 밤을 함께 보내며 '더불어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지난 22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조끼리 모여 전갈로봇 만들기 체험을 할 때 장영주(13, 도학초)양은 옆에 있는 친구가 헤매고 있자 방법을 알려주며 같이 로봇을 만들었다. 학교에서 모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선생님을 찾던 '나홀로 학년'들은 친구들과 함께 문제를 풀며 스스로 방법을 체득했다.

'나홀로 학년' 친구들은 4개월 정도가 지나면 중학교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 친구들도 사귀어야 한다. 진도현(13, 여안초)군의 어머니 원순복(45)씨는 "작은 학교에 있던 아이들이 중학교에 가서 적응하는 데에 보통 1년이 걸린다고 들었다. 도현이가 그 안에서 이질감을 느낄까 염려 된다"면서도 "이번 여행이 조금이나마 적응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하영(13, 김제남양초)양의 어머니 정순희(41)씨는 "이번 여행 덕에 하영이가 또래 친구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며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사 첫날 어머니 곁을 떠나지 않던 하영이는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레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했다. 숙소에선 또래 여자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다크호스인 하영이가 팀을 이끌기도 했다.

"시간을 그저께로 되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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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오마이뉴스>제 8회 '더불어 졸업식' 행사에 참가한 낙도-격오지의 '나홀로 졸업'을 앞 둔 6학년 학생들,교사들이 함께 사진을 찍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이희훈


"처음 만났을 땐 어색했지만 서로 손도 잡고 이야기도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 에버랜드에서 야간퍼레이드를 볼 때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엄마의 반대로 카메라를 가져오지 못한 게 후회된다. 2박 3일이 금방 지나갔다. 친구들하고 헤어지는 게 너무 아쉽다." (신현빈, 위도초 식도분교장, 전북 부안군)

"2박 3일 동안 서로 공통점을 찾아가며 친구들이랑 가까워졌다. 첫째 날 숙소에서 한 레크리에이션은 정말 신났다. 다음날에도 그 때 했던 게임을 계속 하고 놀았다. 대한문에서 만났을 때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에버랜드에서 더 많은 놀이기구도 타고 싶고, 더 많이 체험하고 싶다." (진도현, 여안초, 전남 여수시)

"에버랜드에서 바이킹을 탈 때 (내가 타자고 했는데) 현빈이가 멀미를 해서 조금 미안했다. 우리를 위해 도와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학교에 가면 5학년 동생들한테 자랑하고 싶다."(박예지, 봉덕초, 전남 여수시)

이날 일정은 오전 10시에 끝났다. 아이들이 쓴 감상문엔 친구들이 많이 생겨 기쁜 마음과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다. 이제 중학생이 돼 '더불어 졸업식'에 올 순 없겠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또 이렇게 놀고 싶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도서‧산간벽지에서 온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를 준 <오마이뉴스>에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전북 부안에서 온 주지승(36) 교사는 "아이들은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들은 다른 지역 선생님들과 교류를 하게 된 좋은 기회였다"며 "내년에도 6학년을 맡게 되면 '더불어 졸업식'을 권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남 신안에서 온 박건태(29) 교사는 "<오마이뉴스> 부사장님이 졸업여행에 직접 오신 걸 보고 <오마이뉴스>가 진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걸 느꼈다. 공교육에서 하지 못한 부분을 민간에서 하려는 노력이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졸업식 #더불어 졸업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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