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 따로 있나! 이것이 힐링이지!

금비가 내리는 청남대를 옛 칝구들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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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만(imjeman)등록 2015.11.10 15:46

청남대 단풍 청남대의 고운 단풍이 가을비를 흠뻑 맞고 있다. ⓒ 임재만


충청에 내려온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멀리 보이는 산 빛이 참 좋다. 길가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는 너무 눈이 부시고, 느티나무 또한 단풍나무 못지않게 가을빛을 쏟아낸다. 우중이지만 차장으로 들어오는 단풍은 너무 고와 그냥 차를 타고 계속 갈 수가 없다. 잠시 차에서 내려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 할 것 같다.

11월 첫 주말 옛 친구들과 가을 소풍 길로 청남대를 찾았다. 오랜 가뭄으로 중부지역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지금, 고맙게도 금쪽같은 가을비가 내린다. 비록 소풍길이지만 나라전체가 완전 해갈이 되도록 많은 비가 내렸으면 하는 바램이다.

우중에도 청남대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대청호 주변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서 이른 아침부터 달려온 친구들이 청남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떤 친구는 너무 일찍 도착하여 기다리느라 눈이 빠지고, 어떤 친구는 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잠을 자다 차를 놓쳐 고민에 빠졌다. 그렇지만 카톡으로 쏟아지는 친구들의 성화에 용기를 내어 늦게라도 집을 나선 모양이다. 옛 친구들은 이렇게 설레임으로 모여 들었다.

옛 친구들 청남대를 우중에 찾은 고향친구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 임재만


먼저 도착한 친구들이 청남대 매표소에서 만났다. 친구들은 언제 보아도 늘 그렇듯 반갑고 기분이 좋다. 만난 친구들의 얼굴에서 어릴 때 소풍 길의 밝은 표정이 살아난다. 단지 날씨는 기우에 불과 했던 것이다. 

청남대로 들어섰다. 내리던 비가 잠시 주춤한다. 버스에서는 단풍객들이 쏟아진다. 전두환 대동령이 대통령 별장으로 만들고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돌려 준 청남대, 이제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국민광광지가 된 것 같다. 어린 아이에서부터 팔십이 넘는 어르신에 이르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우중에도 청남대를 찾고 있다.

대통령 별장이 국민들이 마음 놓고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될 줄이야!  세상일은 참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세상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절대 권력자 파라오 왕의 무덤  피라미드가 오늘날 세계인들이 찾아가는 관광명소로 되었듯이 말이다.

비가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지만 청남대의 단풍은 사람들을 유혹하기 충분했다. 누구나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산책길이 있고, 그 길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너무도 선명하게 가을빛을 쏟아내고 있다. 친구들은 대청호에 곱게 물든 산 단풍에 빠져 삼삼오오 흩어졌다. 그러나 누구하나 친구들을 찾는 사람이 없다. 스마트폰으로 곳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을 쉼 없이 전해오기 때문이다.

청남대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이름을 붙인 여러 산책길이 있다. 아무리 서둘러도 청남대를 하루에 다 돌아보기엔 시간이 매우 부족할 듯 싶다. 친구들은 삼삼오오 마음에 드는 산책길을 따라 도란도란 이야기 하며 눈에 들어온 아름다운 산 단풍을 카톡으로 주고 받고 있다. 

야외공연장 친구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임재만


얼마나 걸었을까?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진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청남대 야외 공연장으로 모여 들었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덕분이다. 늦게 도착한 친구들은 반가움에 야단이 나고 못다 한 서로의 안부를 묻느라 정신이 없다.

가을비는 더 세차게 쏟아진다. 친구들의 안부가 대충 끝나갈 무렵 준비해온 따듯한 커피 한잔을 친구들 손에 쥐어주었다. 따스한 온기가 서로에게 전해지며 반가움의 여운이 눈빛으로 잔잔히 다가온다.   

오늘 만난 친구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30년이 훌쩍 넘은 고향 친구들이다. 이제 머리도 빠지고 흰 머리도 감출수가 없지만 친구들의 얼굴을 보면 예전의 순수한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매일 같이 만나 밤늦도록 얼굴을 맞대고 놀았기에 어릴 적 모습을 생생히 기억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은 나이 오십을 넘었음에도 친구를 만나면 장난기가 절로 발동하고 짓궂은 농담을 해 대곤 한다.

"꼬도야!  요즘 재미 좋으냐"
"니놈 때문에 재미가 없다"
"왜~" 
"그냥! 너를 보니까 재미가 없어"
"ㅎㅎㅎ"

순간 친구들은 한바탕 웃고 말았다. 이렇듯 친구들은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동안 살아온 삶의 무게를 조금씩 내려놓고 있었다. 힐링이 따로 있나! 이렇게 친구들과 한바탕 웃고 나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이지!

어렸을 때에는 친구들에게 별명들이 거의 하나씩 있었는데 친구들은 별명을 부르는 것을 참 싫어했다. 별명을 부르다 싸우기도 하고 토라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친구들이 부르는 별명이 살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한바탕 웃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별명은 친구들에게 껌 딱지처럼 붙어 이제는 뗄 내야 떼어 낼 수 없는 또 다른 이름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청남대 우산을 들고 또 한장을 남긴다 ⓒ 임재만


특히 오늘 만난 친구들은 초등학교를 6년 동안 한 반에서 쭉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별명은 물론 온갖 일을 다 기억을 한다. 그래서 할 말도 많고 공감할 일도 많다. 누군가 옛 이야기라도 하나 꺼내 놓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이야기보따리가 끝없이 풀어지고 저절로 웃음바다가 되고 만다.

산골 벽지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전체 인원이 오십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신설학교였기 때문에 참 할 일이 많았다. 손수레로 흙을 퍼 나는 일에서부터 겨울이 되면 난로를 피우는 일까지 많은 것을 늘 함께 했기에 많은 추억을 간직한 친구들이다. 그래서 언제 만나도 가족처럼 반갑고 편안하다.

가을비가 내리는 청남대에서 고향 친구들과 옛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으니 동심으로 돌아간 듯 즐겁다. 더욱이 단풍 절정의 시기에 하늘에서 금비까지 쏟아지니 오늘 하루가 감사하게 느껴질 따름이다.

이 비가 그치면 고운 단풍이 모두 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오늘 옛 친구들과 함께 했던 우중의 만남은 오래 가슴속에 남아 두고두고 보물처럼 꺼내 볼 수 있는 삶의 충전소가 되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청남대는 문의면에 있는 매표소에서 버스를 타고 갈수 있으며 자동차를 타고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
청남대 홈페이지 참조(http://chnam.cb21.net/home/sub.do?menu_grp_key=1&menu_ke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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