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학생 "별이 된 친구들, 반드시 투표하자"

[현장]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

등록 2016.04.10 21:31수정 2016.04.1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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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과 안산문화재단 주최로 10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기사 수정 : 11일 오전 9시 58분]

다시, 4월이다. 희생자의 가족과 지인들은 형제자매와 단짝친구가 웃는 얼굴로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왜 죽음으로 돌아왔는지 모른다. 2년이 흘렀건만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들은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벚꽃 잎이 비가 되어 내리건만, 그들은 4월이 두렵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산산조각이 났다. 그리고 그날 이후 2년 동안 겪은 자신들의 마음을 기록했다. 참사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 11명이 날줄로, 형제자매를 잃고 어린 나이에 유가족이 된 15명이 씨줄로 엮은 <다시 봄이 올 거예요>(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씀, 창비 펴냄)다.

그들은 책에서 털어놓았다. "우리도 이렇게 힘들고 아프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고. 이젠 우리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가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청소년과 함께 하는 안산 북콘서트'를 주제로 10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 극장에서 열렸다.

작가기록단에 참여한 이호연 작가는 "이번 북콘서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이 살아온 일상을 같이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자 안산지역의 청소년들이 겪은 상실의 경험과 기억, 다짐을 함께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이 책의 화자가 10대와 20대들인 만큼 또래들이 더 많이 이 책을 읽고 함께 공감하고 실천을 함께 이야기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월호 생존학생 "아직 미수습자와 가족분들이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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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과 안산문화재단 주최로 10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에서 1부 ‘두 번째 봄, 우리가 보내온 시간’이 진행되고 있다.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과


북콘서트 1부는 '두 번째 봄, 우리가 보내온 시간'을 주제로 단원고 생존학생인 김희은, 이시은씨와 오빠를 잃은 김예원, 김채영 학생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겪은 참사 당일의 경험과 그 이후 영원히 달라진 일상에 대해 학생, 시민 100여 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콘서트는 참가자들이 '세월호, 내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은 (   )이다'라는 질문에 대해 스케치북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스케치북 토크로 시작했다.

'수진이 올라온 날', '새누리당 의원의 망언', '슬픈 감정', '전원 구조', '허공을 향한 눈빛과 한숨', '멈춘 시간 2014 0416', '잊으면 안 되는 친구들', '세월호 도보행진', '광화문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눈물 흘리는 유가족', '교실'

생존학생들은 어떤 생각으로 책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게 됐을까. 콘서트는 중간중간 웃음과 울음이 교차했다. 참가자들은 학생들의 웃음엔 함께 웃었고, 눈물엔 박수로 응원했다.

"세월호 참사가 영원히 잊혀지지 않고 기억될 수 있기를 바라며 참여했다."(김희은)
"참사의 진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책을 읽고 참사 상황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이시우)

지난 2년간 이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주변의 위로나 격려조차도 아픔이 되는 현실도 어느덧 2년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이들은 갑자기 어른이 돼버렸다. 하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는 이들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껴안지 않았다.

"구조 이후 친구들끼리 서로 치유하려고 노력했다. 대학 생활하면서 (생존학생) 숨기려고 하지 않고, 물어보면 다 말해 준다. 당당하게 말하려고 한다."(김채영)
"우리는 친구를 잃었고, 그분들은 가족을 잃었다. 나 혼자 살아 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유가족들을 만나기 힘들었다. 상처와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이시우)
"처음엔 단원고 앞을 못 지나다녔다. 불 꺼진 교실에 오빠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오빠 교실 처음 갔을 때 책상에 오빠는 없고 국화만 놓여 있어서…"(김채영)

이들은 손톱 끝을 파고드는 상실의 기억과 고통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참사 이후 가족들의 품에서 힘과 용기를 얻었고,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그렇게 슬픔을 딛고 어른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늘의 별이 된 친구들이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눈에만 보이지 않는다. 친구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각오를 한다. 또 자기 일처럼 공감하고 참여하며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큰 힘이 된다."(이시우)
"참사 이후 같이 힘을 보태주고 슬퍼해 준 분들을 통해 힘을 얻고 치유의 힘을 얻었다."(김예원)
"가족과 함께 진실규명에 동참해 주신 이름 없는 분들에게서 힘을 얻고 있다."(김채영)

이들이 북콘서트에서 남긴 마지막 말은 명확했다. 사람 때문에 상처를 받았지만 또 사람에게서 치유의 힘을 받았다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함께하는 진상규명'을 강조했다.

"제발 배·보상으로 왜곡하지 말아 주세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게 제일 중요해요. 그래야 나중에 또 다른 참사가 재발하지 않거든요. 그리고 아직도 배 안에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와 가족분들이 계세요. 끝까지 잊지 않고 기억해 주세요."

콘서트는 참가자들에게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들에게 나는 (   )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질문을 끝으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은 스케치북에 무어라고 썼을까.

'상처받지 않기를', '용기 내줘 고마워', '행복하렴 사랑해', '끝까지 함께 하겠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겠다', '감사하고 미안하다', '어른들 대신해 사과해', '실천하는 청소년들 있어요', '죄인이 아닙니다',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세월호 세대', 단원고 친구들 대신해 반드시 투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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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과 안산문화재단 주최로 10일 오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별무리극장에서 열린 세월호 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에는 100여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참가했다. ⓒ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북콘서트 2부는 '기억하는 봄, 행동하는 봄-안산이 맞잡은 손'을 주제로 윤영우(안산 학생회장단연합 의장), 김영찬(세월호 당시 안산YMCA 회장), 최승원(단원고 6기 졸업생), 김도균(안산디자인문화고 교사)씨가 패널로 참여했다.

2부 역시 스케치북 토크로 막을 올렸다. 질문은 '세월호 이후, 나는 (   )하게 되었다'다. 

'강해졌다', '정치인은 존경하지 않게 됐다', '당당한 피해자가 되었다', '가만히 있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함께 행동해야 하는 걸 알게 됐다', '사회에 관심을 가지지 못한 걸 부끄러웠다', '나는 거리로 나왔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무뎌지는데, 단원고 친구와 함께 걷던 길을 걸으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올해 처음으로 투표권이 생긴 우리 '세월호 세대'의 청년들이 친구들을 대신해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투표할 것을 부탁한다."(김영찬)

"우리에겐 (단원고 희생학생들이) 다 선배이고 친구들이다. 친구와 선배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려고 촛불 문화제를 한다. 그런데 어른들과 선생님은 공부만 하라고 한다. 슬퍼도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한다. 우리를 겉으로만 이해하는 어른들에게 실망이다. 아직 어리지만 우리 역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거다. 이제 우리는 어른들 말 귀담아 듣지 않는다."(윤영우)

"참사 이후에도 여전히 세월호 이전에 사는 사람이 대다수인 것 같다. 참사 이후에 깨달은 사람들이 이전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 세월호에 대한 소극적 기억이 아니라 적극적 기억으로 416기억교실을 희망의 공간으로 봤으면 한다. 경제도 안 좋고 힘든데 뭐하냐며 현실, 현실하는데 유가족의 현실은 현실이 아닌가? 어른들에게서 참정권 빼앗아 청소년들에게 줬으면 좋겠다."(최승원)

"세월호 이전에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최근에 본 글 중에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은 청년들이 데모를 안 해서 그렇다'는 대목이 있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세상을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교사가 되려고 한다. 신영복 선생이 우산을 씌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사람이 되라고 했다. 길고 오래 갈 싸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다."(김도균)

북콘서트가 막을 올린지 3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제 막을 내릴 시간이다. 스케치북 토크의 마지막 질문은 세월호 2주기를 맞아 '나는 (  )를 약속합니다'다. 참가자들은 어떤 다짐들을 했을까.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않기를', '청소년이 가만히 있어도 되는 세상 만들기', '곁에 있겠다', '다시 행동함', '사랑하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잊지 않기를', '416 참사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리기', '봄을 만드는 힘을 함께 만들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말하기'

작가기록단은 이날 북콘서트를 카메라에 담았다. 편집이 끝나면 유튜브에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북콘서트에 앞서 지난달 30일부터 만화가와 함께 다음 '스토리펀딩'을 통해 웹툰 형식으로 책 내용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는 29일까지 진행한다. 1천만 원을 목표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10일 현재 750명이 1천6백만 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후원금은 전국 중·고교 도서관에 <다시 봄이 올 거예요>를 보내는 데 쓰인다.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콘서트 #세월호 생존학생 이야기 #세월호 형제자매 이야기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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