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27명 하는 일, 구글은 4명이 해낸다"

[현장] 구글 캠퍼스서울 하나가 창조경제혁신센터 18개 안 부러운 까닭

등록 2016.05.10 21:04수정 2016.05.1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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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 캠퍼스 서울에서 열린 1주년 행사 참가자들이 기념 셀카를 찍고 있다. ⓒ 김시연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아래 강원센터)와 구글 캠퍼스서울이 나란히 첫 돌을 맞았다. 국내와 글로벌 IT(정보기술)기업을 대표해 창업 지원에 나선 이들의 지난 1년 성적표를 비교했다.

네이버는 9일 강원도 원주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원주사무소에서, 구글은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캠퍼스서울에서 각각 설립 1주년 행사를 열었다. 네이버 행사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해 최문순 강원도지사,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등 정관계 인사들이 총출동해 성대하게 열린 반면, 구글 행사는 캠퍼스서울 구성원들과 이웃 창업센터 축하객들로 '조촐하게' 치렀다. 

[비교①] 장관님 축사부터 챙기는 창조경제센터, '셀카' 찍는 구글 캠퍼스

강원센터가 전형적인 '정부 기념식'이었다면, 캠퍼스서울 쪽은 '생일파티'에 가까웠다. 강원센터는 내빈 축사와 1년 성과 보고에 이어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 육성, 지역인재 고용 확대 등 업무 협약식만 4건이 이어졌고 우수 사례를 홍보하는 전시 공간까지 따로 만들었다. 반면 캠퍼스서울은 입주사와 파트너들이 직접 그간 성과를 발표하고, 내부 시설도 평소 모습 그대로 공개했다. 캠퍼스서울은 1주년 기념사진도 '셀프카메라' 촬영으로 자연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강원센터만이 아니다. 삼성, 현대차, LG, SK, KT를 비롯한 주요 대기업이 전국 18개 시도에서 저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민간기업보다는 공공기관 분위기에 가깝다.

한 민간 창업센터 관계자는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런 행사를 열 때마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역 국회의원 같은 내빈 축사부터 챙겨야 하는 구조"라면서 "대부분 창업 경험이 없는 대기업 임원 출신들이 센터장을 맡다보니 창업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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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1주년 기념식 및 원주사무소 개소식이 9일 원주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에서 최양희 미래부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원창묵 원주시장, 김상헌 네이버대표, 한종호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등 주요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미래부


[비교②] 모바일 진출 지원하는 네이버, 글로벌 진출 지원하는 구글


지난 1년 성적표도 질과 양에서 모두 차이가 있었다. 강원센터는 지금까지 89개 창업 기업을 지원하면서 37억 원 투자를 유치한 반면, 캠퍼스서울은 16개 입주 스타트업 가운데 9곳에서 121억 원 투자를 유치했다. '스트롱벤처스'와 '500스타트업' 같은 글로벌 벤처투자회사가 파트너로 입주한 덕분이다. 최대 입주 기간은 1년이지만 직원 수가 3명인 '바이트코드랩'은 입주 40일 만에 엔씨소프트에서 인수해 졸업하기도 했다.

물론 IT 창업 중심지인 서울 테헤란밸리와 강원도 춘천이라는 지리적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1년 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창업 관련 행사만 450회에 이르고, 2만 명이 넘는 창업가들이 방문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80개국에서 1만3000여 명이 캠퍼스서울 커뮤니티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 가운데 30%는 여성인데, '엄마를 위한 캠퍼스', 아기를 데리고 온 창업자를 위한 '엄마방' 등 여성 친화 프로그램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사이 네이버는 6개월 과정인 빅데이터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100여 명)을 운영하는 한편 지역 스몰 비즈니스 사업자 1740여 명에게 모바일 커머스 교육과 함께 모바일 홈페이지 1000여 개를 무료로 만들어줬다. 구글이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엄선해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는 동안 네이버는 당장 강원 지역 일자리 창출과 지역 사업자 판로 확장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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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강원도 원주시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1주년 행사에 참석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김상헌 네이버 대표 등 내빈들이 모바일 커머스 창업 지원 등 성공 사례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 미래부


[비교③] "창조경제센터 30명이 하는 일, 4명이 해냅니다"

캠퍼스서울 자체도 '스타트업'이다. 자체 운영 인력을 늘리는 대신 창업 생태계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손을 잡았다. 네이버에서 운영하는 강원센터 직원만 27명에 이르는 반면 캠퍼스서울 자체 인력은 임정민 총괄을 비롯해 4명뿐이다. 대신 입주사 공간 관리는 역시 스타트업인 '마루180'에, 카페 운영은 '빈 브라더스'에 맡기는 등 대부분 업무를 아웃소싱(외주화)했다.

서울에 있는 한 창업센터 관계자가 이날 "창조경제혁신센터 직원은 보통 30,40명인데 4명이서 이 많은 프로그램을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묻자 캠퍼스서울 관계자는 "구글코리아 직원들도 돕고 있고 인력도 조금씩 충원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아웃소싱 개념"이라면서 "우리도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했다.

이희원 마루180 대표도 "모든 일을 직접 하기보다 그 일을 가장 잘 하는 현장 플레이어와 협력해 파트너십 관계를 맺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비교④] "외국인 창업이 쉬워야 글로벌 진출도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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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 캠퍼스서울 입주사 업무 공간 모습. ⓒ 김시연


구글 캠퍼스 서울 모델은 이렇듯 개방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은 서울뿐 아니라 영국 런던, 이스라엘 텔아비브, 스페인 마드리드, 폴란드 바르샤바, 브라질 상파울로 등 전 세계 6곳에 캠퍼스를 두고 '글로벌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통한 상호 교류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엔 외국 게임 스타트업들이 서울을 방문해, 한국의 모바일 게임 노하우를 살펴보고 돌아갔다.

또 지난해 10월 750여 명의 창업가들이 참여한 스타트업 행사 '커넥트'에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에릭 슈미트 회장도 직접 참석해 국내 스타트업과 글로벌 진출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1주년 행사에 참석한 서울과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자들도 글로벌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한 발 더 나아가 구글은 오는 6월부터 전세계 구글 전문가들을 캠퍼스서울에 2,3주 상주시키면서 국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구글 엑스퍼트 위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글로벌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을 연결해주는 '캠퍼스×인더스트리'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캠퍼스서울의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좋은 모범 사례지만 일종의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에 진출하려면, 그만큼 외국 기업이나 창업자에게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정민 캠퍼스서울 총괄은 이날 "서울은 좋은 모바일 인프라를 갖춰 국내에 창업하려는 외국인도 많지만 이들이 창업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다"라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외국으로 나갈 때도 서울이 글로벌화돼 있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구글 #네이버 #창조경제혁신센터 #캠퍼스서울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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