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에겐 '큰손' 있지만
노무현 대통령에겐 '시민' 있다

[인터뷰]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 펴낸 노무현사료연구센터 김상철 본부장

등록 2016.05.23 08:09수정 2016.05.23 08:09
17
원고료로 응원
a

노무현사료연구센터 김상철 본부장 ⓒ 김상철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죄송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났을 때보다 눈물을 더 흘리지 않았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 그랬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일하다가도 울컥울컥 터진다. 노무현, 그 이름에는 눈물을 터트리는 그 무엇이 있다."

지난해 12월 어머니를 떠나보낸 김상철(44) 노무현사료연구센터 본부장은 죄송하다고 했다. 어머님 영전에 바친 눈물이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친 눈물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눈물의 양이 효의 잣대일 순 없지만, 바보 대통령은 그를 불효자로 만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떠난 지 어느덧 7년이다. 그리고 왈칵 쏟아지는 눈물처럼 그 오월이 다시 찾아 왔다.


김 본부장은 올해 5월엔 눈물 대신 책을 노 대통령 영전에 바쳤다.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생각의길)라는 제목의 책이다. '미국 대통령기념관에서 노무현을 찾다'가 부제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을 2019년 건립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 6월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조지 W. 링컨 등 미국 대통령 기념관을 다녀와서 쓴 답사기 성격의 책이다.

김 본부장은 한국기자협회와 경향신문에서 10년 남짓 기자로 일했다. 2005년 4월부터 2008년 2월 임기까지 참여정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2011년 2월부터 노무현재단에서 노 대통령 사료편찬 일을 시작했다. 참여정부 시절 언론의 보도행태를 정리한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책보세/2010)을 공저했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노무현재단에서 김 본부장을 만나 펴낸 책과 대통령 기념관 건립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봉하마을에 건립... 시민참여가 가장 중요

a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생각의길) ⓒ 김상철


-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에는 무엇을 담았나.
"지난해 6월 5일부터 14일까지 8박10일간 이호철 단장과 승효상 건축가 등과 함께 미국 대통령 기념관 여섯 곳과 기념시설 및 박물관 열댓 곳을 방문했다. 미국을 답사한 것은 건물에서, 공간과 구성에서, 전시기법과 전시물에서, 이미지와 키워드에서 노무현과 노무현 시대를 투영하고 대입하기 위해서였다.


이 책은 답사기 성격도 있지만 기록과 사실로서 노무현을 직시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노무현에겐 성공과 좌절, 성과와 오류, 도전과 미완이 있다. 노무현 7주기에 다시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에게 민주주의와 시민의 보편적 가치, 아이들의 행복한 세상에 대한 모색과 지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멈춘 지점과 다시 시작해야 할 좌표가 있기 때문이다."

-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언제 어디에 건립되나?
"대통령 서거 10주기인 2019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대통령 기념관이 건립된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세운 경남 거제의 김영삼대통령기록전시관(2010년 개관), 경북 구미의 박정희대통령민족중흥관(2013년 개관), 전남 목포의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2013년 개관) 등의 전례에 따른 것이다. 총 사업비 138억 원 가운데 김해시 76억 원, 경남도 9억 원, 국비 30억 원에다 노무현재단에서 설계비와 부지 일부 등 20여억 원을 지원한다. 현재 봉하마을 추모의 집 부지에 들어설 기념관은 2층 3266㎡(1000평가량)으로 국내외 사례에 비추어 크지 않은 규모다(김 본부장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노 대통령 사저 '지붕 낮은 집'을 '아방궁'으로 둔갑시킨 정적들의 마녀사냥에 시달린 탓이다. '지붕 낮은 집'이 최근 개방되면서 홍준표 경남도지사 등 '아방궁' 운운하던 이들은 입을 닫았다. 노 대통령의 사저를 방문한 시민들은 그이처럼 소박한 사저라고 평가했다)."

- '대통령기념관'이란 이름이 친근하지 않다. 노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처럼 친근한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김해시의 대통령 기념관 사업명은 '깨어 있는 시민문화체험전시관'이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은 노무현재단 후원회원을 비롯한 시민공모를 통해 이름을 짓는 게 합당할 것이다. 노무현과 시민은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은가. 노 대통령 기념관은 이름이든, 건물이든, 건립 이후든, 시민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a

지난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 노무현 대통령에겐 사람 사는 세상의 이야기가 있었다. 대통령 기념관에도 그런 이야기가 담기면 좋겠다.
"국립 5.18 민주묘지를 만들 당시 황지우 시인이 '산 사람들 편하자고 하는 짓'이라고 말했다. 기념관이나 기념시설이 건립되면 정신은 사라지면서 박제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노 대통령 기념관은 그래선 곤란하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은 2층 1천 평 규모로 크지 않은 공간이다. 작은 공간에 노무현의 철학, 가치, 과제 등을 어떻게 담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대통령 기념관은 오래된 미래가 될 것이다. 대통령 노무현이 추구했던 원칙과 상식, 정의,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 이야기가 담겨야 한다. '손대지 마시오'라는 팻말이 달린 기념관이 아니라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와서 우리들의 대통령이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느끼고 즐기는, 규모보다 시대정신이 담긴 기념관을 고민하고 있다."

- 기념관 운영은 누가 하게 되나.
"김해시와 협의를 거쳐 노무현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닉슨 대통령 기념관의 경우 기념관, 닉슨재단, 자원봉사자 등이 운영 주체이다. 노 대통령께서 생전에 '노사모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노사모를 비롯한 시민들이 기념관 운영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 생전은 물론 떠난 뒤에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많은 것이 운영됐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이 없는 노무현재단, 자원봉사자 없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추모 7주기 행사 다양... 육성 팟캐스트 일주일 만에 140만 다운로드

a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 건립 및 운영에서 시민참여를 기대했다. ⓒ 김상철


- 노 대통령 서거 7주기 행사를 하고 있다. 시민 참여는 어떤가.
"하루 3회 300명을 예상하고 노 대통령 사저를 개방했는데 지난 토요일(14일) 1100명, 일요일(15일) 1200명이 방문했다. 5월 1일~15일까지 서울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사람 사는 세상'이란 제목으로 추모전시회를 진행했는데 5만5478명이 관람했다. 지난 14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7주기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는데 12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서 노 대통령 육성 팟캐스트를 진행했는데 일주일 만에 다운로드 140만 건을 돌파했다. 시민참여는 여전히 뜨겁다."

- 노무현 대통령이 여러 인생들의 행로를 바꾸어 놓았다. 김 본부장도 그런 경우에 속하는 것 같다. 행정관을 그만둔 뒤 홍보회사를 다녔는데 왜 그만두고 노무현 재단에서 일하는가.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노무현 재단에서 일한다. 노무현 재단 후원회원 가운데는 가난한 시민들도 있다. 시민들이 낸 후원금은 그냥 돈이라고 볼 수 없다. 노무현 재단 역시 일반 단체나 조직이 아니다. 시민과 함께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이야기하고 만들어가는 곳이다. 50년~100년 뒤에 삼성은 사라질지 몰라도 노무현 재단은 존재할 것이다. 노무현 재단에는 노무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미국 대통령 재단 관계자들이 노무현 재단 운영 방식에 대해 놀라워했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 재단 및 기념관은 대부분 '큰손'들의 기부로 운영되고 이루어졌다. 반면 노무현 재단은 4만3천여 명 후원회원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사실을 미국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더니 다들 놀라워했다. 노 대통령 봉하마을에 연간 70만 명가량이 방문한다고 했더니 더 놀라워했다.

미국 대통령 기념관 가운데 방문객이 가장 많은 레이건 대통령 기념관의 연간 35만 명 가랑이고, 링컨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9년에 링컨 기념관을 다녀간 방문객이 110개국 60만 명이었던 것을 비교하면 봉하마을 방문객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기념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행정관 눈에 비춰진 노 대통령은? "이런 대통령 또 만날 수 있을까"

a

노무현 대통령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 행정관으로 일할 당시 봤던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이었나.

"2005년 4월부터 2008년 2월 임기까지 참여정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 일하면서 겪은 노무현 대통령은 앞과 뒤가 다르지 않고, 무대 위와 아래가 다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주요 현안이 있을 때면 하위 직급인 행정관도 배석시키면서 허심탄회하게 토론했고, 어떤 의견이든 제시하라고 했다. 일개 행정관이 올린 보고서에도 메모를 붙여 회신했다. 때론 질책을 들을 때도 있었지만 이런 대통령과 일한다는 게 뿌듯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런 대통령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다."

- 노무현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노무현 기록자로서 노무현에 대해 선의로만 바라봐주길 원하지는 않는다. 노 대통령은 퇴임할 때까지 박수를 받아본 적이 별로 없다. 임기 중에는 노무현의 원칙과 상식 그리고 정의가 낯선 것이었고 때론 조롱거리였다. 하지만 기록과 사실로서 노무현은 뜻깊은 대통령이었고, 훌륭한 시민이었고, 좋은 사람이었다.

책에서도 썼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관점은 '있는 그대로'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무현 시대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로 보지 않으면 미래를 제대로 보기 힘들다. 노무현 시대는 미완의 시대였다. 노무현이 구현하려고 했던 원칙, 상식, 신뢰, 정의 등은 시대가 달라진다고 해도 낡은 가치나 옛것이 아닌 여전히 유효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바보 노무현이 깨어있는 시민에게 남긴 몫이다."
덧붙이는 글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생각의 길/2016.05/1만5000원)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 - 미국 대통령기념관에서 노무현을 찾다

김상철 지음,
생각의길, 2016


#노무현대통령 #대통령기념관 #노무현재단 #김상철 #<성공의 가치 좌절의 가치>
댓글17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