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 뮤비 선정성 논란... 그래서 무엇이 문제인데?

섹시한것은 좋은데 허락 맡으라는 이중성, 이제 그녀들을 존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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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진(toto006521)등록 2016.06.07 18:43

걸그룹 EXID의 L.I.E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듯한 장면이나, 여성의 엉덩이를 묘사하는 듯한 모습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 L.I.E 뮤직비디오 캡처


걸그룹 EXID에 대하여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1일 발표한 신곡 엘라이(L.I.E)의 뮤직비디오 영상이 선정적이라는 것이다.

몇몇 네티즌들은 이번 뮤직비디오가 복숭아를 사용하여 여성의 엉덩이를 묘사하고 있고, 여성의 가슴을 만지는 듯한 모습이나, 특정 성행위를 생각나게 하는 날짜를 보이는 등 선정적이고 성행위를 묘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ID의 멤버 하니가 후추통을 들고 뿌리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네티즌들의 주장이 틀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흐릿하게 처리된 멤버의 엉덩이 부분에 하필 복숭아가 적나라하게 놓여있고, 여성의 가슴과 닮은 핑크색의 물체를 하니가 조심스럽게 만지는 모습 등은 의도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또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감독 김세희씨는 자신의 SNS에 "의혹은 무슨 노린거 맞아"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부정할 수 없이 네티즌들의 추측이 옳아 보인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EXID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기는 한데... 그래서 머가 문제지?

선정적... 그런데 무엇이 문제?

걸그룹 EXID. '위아래'로 역주행의 이슈를 만들면서 강제컴백하여 활동을 하게 되었다. ⓒ 이정민


EXID가 어떤 그룹인가. 바로 소위 '역주행'으로 유명해진 걸그룹이다. 그녀들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위아래'의 직캠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 내려갔던 노래가 다시 음원차트에 순위권에 오르고 화제를 끌게 되었다. 심지어 EXID는 '역주행'의 흐름을 타고 멈췄던 방송활동까지 다시 시작했다.

그럼 '위아래'의 직캠영상이 인기가 많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섹시함 때문이다. '위아래'는 특유의 골반춤을 가지고 있다. '위 아래 위위 아래'라는 가사에 맞추어 골반을 앞뒤로 흔드는 동작은 많은 남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얻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역주행'이라는 연예계의 하나의 이슈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EXID의 멤버 설현은 어떤가. 통신사의 입구마다 위치하고 있는 그녀의 뒷모습의 자태를 뽐내는 사진은 이미 설현하면 떠오르는 하나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다. '골반'이라는 단어를 빼고 설현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대학교의 한 주점에는 설현의 사진을 놓고 선정적인 문구의 단어들을 나열하여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이미 EXID는 섹시함을 무기로, 선정성 논란 위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다. '위아래'의 안무가 귀엽고 깜찍함을 내세우고, 설현이 귀엽기만한 소녀였다면 과연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렸을까? EXID의 선정성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은 누리고 소비해왔다.


EXID만도 아니다. 걸그룹 시크릿의 멤버 전효성은 어떤가. '글래머', '몸매'하면 전효성이 떠오를만큼 그녀는 섹시함을 내세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개그프로그램인 SNL에서는 가슴이 훤히 파인 메이드복을 입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효성의 섹시함이 노출 될수록 네티즌들은 환호하고 그녀의 인기는 높아져 갔다.

걸그룹의 선정성이 논란이 된건 이번뿐만이 아니다.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가 나왔을 당시에도 선정성 논란이 있었다. 비록 약간의 안무수정을 동반하기는 했지만, 이곡은 포인트 안무인 '시건방 춤'이 히트를 치면서 인기를 끌었다.

또, 걸그룹 스텔라는 어떤가. 스텔라 역시'마리오네트'의 뮤직비디오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라는 논란이 있었고, 안무를 수정하는 등의 홍역을 치뤘다. 이후, '떨려요'의 경우에도 의상에 대한 선정성 논란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선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걸그룹이 섹시한 콘셉트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텔라의 멤버 가영은 KBS2의 방송 '대변인들'에서 출연해 "대형 기획사에 있는 분들은 천천히 음반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처럼 작은 기획사에 소속된 가수는 힘이 세거나 돈이 많은게 아니기 때문에 한번 낼 때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라며 섹시 콘셉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이는 걸그룹에게 섹시 콘셉트는 포기할 수 없는 유혹과도 같다는 말이다. 그렇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들이 그녀들의 섹시함을 지속적으로 소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현의 사진을 사용하여 야한 콘셉트의 주점을 기획하는 것도, EXID를 강제 컴백 시킨 '위아래'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우리들이 섹시함을 원했고, 소비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섹시함을 상품화 하고 있었던 것은 바로 섹시함을 소비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의 논란은 의문이 든다. 이미 우리는 EXID와 많은 걸그룹들이 섹시함을 콘셉트로 삼아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들의 섹시함은 그녀들이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중요한 장점이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했던 것이기도 하다.

섹시한 것은 좋지만 대놓고는 싫다는 시선들

그룹 EXID 사진. 섹시하게 나오는 것도, 아닌 것도 그녀들의 자유다. ⓒ 이정민



한때 논란이 있었던 설리의 SNS에 대한 논란이 떠오른다. 설리가 속옷을 착용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서나, 그녀가 생크림을 먹는 사진이 이상하게 보인다면서 논란이 됬었다. 이는 걸그룹으로서 설리의 이미지, 즉 소녀로서의 이미지가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걸그룹 소녀로서의 설리는 존중하고 좋아하지만 한명의 여성으로서의 설리가 주체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불편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팬들이 정해 놓은 소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말라는 경고와도 같았다.

걸그룹들이 어떤 존재인가. 때로는 소녀로 불리기도 하고 때로는 '베이글'이나 '꿀벅지'라는 단어가 수식어로 붙기도 하는 존재들이다. 우리들은 그녀의 순수한 이미지나 성적매력을 칭찬하고 감탄하며 그녀들을 소비했었다. 하지만 그녀들이 우리가 정해 놓은 이미지의 기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때는 비난의 여론이 생성되곤 한다.

EXID도 마찬가지이다. 그녀들의 골반을 흔드는 '위아래'의 안무를 보고 열광하고, 역주행이라는 기록을 만들어 낸 것이 우리들이다. 그녀들의 섹시함이 우리는 좋았지만 우리가 원한 것 이상의 섹시함은 불편하고 싫다는 것이 지금의 선정성 논란의 본 모습이다.

이는 1980년대의 치마를 단속하던 시절에나 보일 듯한 '꼰대'들이 마치 되살아난듯한 인상을 풍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80년대 여성들의 치마를 단속하던 시대를 벗어나, 90년대의 염색이나 배꼽티를 금지하던 시대도 벗어났다. 시대가 변하면서 여성들의 노출이나 섹시 콘셉트에 대해서도 편견의 시선이 풀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곳곳에는 그녀들을 자기 마음대로 단속하고 싶어하는 '꼰대'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는 듯 하다.

이미 말했듯이, 아이러니한것은 매번 선정성 논란이 생겨나고 안무나, 가사, 뮤직비디오에 수정을 요구하는 일들이 발생하지만 그럼에도 섹시한 콘셉트의 걸그룹들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매번 욕하면서도 찾아보는 꼴이다.

그렇기때문에 설리부터 EXID로 이어지는 논란들은 매우 불편하게 느껴진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소비하기만 좋아할 뿐 그녀들의 주체성은 존중하지 않음을 뜻한다. 소녀인것도 좋고, 섹시한 것도 정말 좋지만 우리들이 정해 놓은 기준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또한, 선정성 논란에는 아이들의 교육에 좋지 않다거나, 걸그룹의 섹시한 콘셉트가 성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지만 섹시한 콘셉트를 한 걸그룹이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말은 성범죄를 당한 여성들이 노출이 심한 옷을 입었기 때문이다라는 말과 다를바 없다. 범죄가 일어났을 때 잘못은 범죄를 당한 사람들이 아니다. 섹시한 옷을 입는 것도, 섹시한 춤을 추는 것도 그녀들의 자유다. 그것을 보고 성적인 이미지를 연상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자들이 문제다. 아니, 범죄 행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문제다.

섹시함을 컨셉으로 삼은 걸그룹들이 많은 이유는 모두 우리가 만든 일들이다. 선정적인 것을 싫어하고, 거부했다면 과연 섹시한 걸그룹들이 지속될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섹시한 것을 좋아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아니다. 그녀들의 성적매력을 좋아하는 것도 모두 그대들의 자유다. 하지만, 걸그룹을 이미지로만 보지 말고 그녀들도 자유로운 사람임을 기억하자. 섹시하고 싶은 것도, 섹시하지 않고 싶은 것도 모두 그녀들의 선택이고 자유다. 그녀들은 우리가 단속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형이 아닌, 각각의 개성을 가진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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