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바람이 불어온다!

[별별인권이야기⑮] 제8회 대구 퀴어문화 축제를 마치며

검토 완료

대구인권시민기자단(humandg)등록 2016.07.05 10:41

제8회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배진교 위원장의 개회사 모습 ⓒ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고담도시 보수도시의 대명사인 대구가, 지역에서 유일하게 퀴어 축제가 열리는 도시로 바뀌게된 힘은 무엇일까. 대구에선 2009년 6월 20일을 시작으로 해마다 퀴어 문화축제가 열렸다. 8년의 역사를 축제 슬로건으로 짧고 가볍게 써보았다.

2009년 6월 20일 첫 회 슬로건은 '당당하게 즐겨라'였다. 준비하는 이가 곧 참가하는 이었을 정도로 진보 정당의 활동가 중심의 작은 행사였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씨에도 어린 딸아이의 손을 잡고 몇 명 되지 않는 행렬에서 끝까지 걷던 활동가를 잊을 수 없다. 처음의 인연으로 몇 분은 의리에 맺힌 한이 있는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2회부터 퀴어 영화제도 준비하였다. 이때부터 '일회성 겉치레 행사가 아닐까', '못 믿겠다 꾀꼬리', 망설이던 분들도 적극 후원하고 당사자들도 모임의 형태로 참가했다. '마음껏 희망하라'란 슬로건 대로 마음껏 희망하게 되었다.

3회가 되면서 공식 명칭을 '대구 퀴어 문화축제조직 위원회'라 했다. 혐오와 편견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같이 일할 수 있었다. 매회 마다 새로운 활동가들이 들어오고 서로 배우고 나눈다. 슬로건 'This is Queer'로도 충분했다.

4회 때는 야심차게 동성의 결혼식을 계획하고 'We are getting married!'를 슬로건으로 했다. 드레스 및 결혼 선물까지 준비했으나 행사를 며칠 앞두고 두고 어렵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퍼포먼스로 바꾸어 행사를 치렀지만 동성 결혼식 자체가 이색적이라 주목을 받았다.

그 해는 11월에 축제를 열게 되었는데 얇은 드레스를 입고 벌벌 떨며 시간을 메꿔줘야 했던 이들에게 이제야 감사를 드린다. 그들에겐 살 떨리는 추억이었을 것이다.

5회 슬로건은 '오해하지 마세요'였다. 차별금지법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 마당과 전국에서 처음으로 퀴어 미술가들의 작품만 모아 작품전시회 '여기 퀴어 있다'를 열었다. 규모가 커지니 재정도 커졌다. 소셜펀딩을 시작했다. 축제의 재정은 응원하시는 분들의 후원금으로만 충당했으며 그 안엔 당사자들의 모금액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재정의 독립으로 인하여 퀴어 축제를 자유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6회 때부터 대구 퀴어 문화축제가 알려지면서 일부 기독교 세력과 보수세력들의 반대도 세어졌다. 퀴어 축제가 사회악을 조장한다며 축제 개최를 방해했다. 성소수자축제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구시 시설공단에서도 '2.28.기념공원 청소년광장' 사용을 불허했다가 재승인하는 과정이 있었다. 그러한 공공의 인식 때문에 그 해 슬로건은 '공공의 적 Queer?'가 되었다.

축제 탄압은 성소수자뿐 아니라 소수자의 인권을 억누른 심각한 문제라 인식한 인권단체와 시민단체들의 적극적 연대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여러 뉴스 매체에 본의 아닌 홍보가 됐고, 많은 시민들에게 퀴어 축제 개최의 정당성을 알릴 수 있게 됐다. 하느님의 뜻은 헤아릴 수 없이 깊어 반대세력도 마음껏 반대하게 놓아두시고 양쪽에서 다 즐기게 함으로 대구 퀴어 축제의 명성을 만방에 떨치게 하셨다.

작년 7회는 축제 시작 전부터 강력한 혐오 세력들의 반대로 슬로건을 '혐오 냠냠'으로 경쾌하게 정했지만 집회 장소, 날짜까지 행사를 치를 수 없이 불안정한 상태가 계속됐다. 아울러 중구청이 야외무대사용을 불허하고 대구지방경찰청의 퍼레이드를 금지해 힘들게 투쟁한 해였다.

축제를 투쟁해야만 치를 수 있는 것, 집회시위,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건 민주사회를 부정하는 중대한 사안임을 공감한 대구경북 시민사회 43개 단체와 1인 시위 등으로 저항한 결과 10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즐겁고 유쾌하게 경찰의 보호와 반대세력들의 호위를 받으며 당일 퍼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일의 기록을 대구 퀴어 축제가 많이 가지고 있다. 유일한 지역 퀴어 축제, 대구 유일의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축제, 전국 유일의 퀴어 미술제 그리고 7회부터 시작한 퀴어 연극제도 전국 최초이다.

올해가 8회다(6월23일~7월3일). 신나는 무대공연, 다채로운 부스, 감동의 퍼레이드로 많은 분들은 6월 26일 하루만 축제인 줄 알고 있었다. 축제는 6월 24일 퀴어 연극(극단 맥놀이)을 시작으로 7회 대구 퀴어 문화축제 때의 77가지의 순간을 담아낸 사진전(김민수 작가)도 27일부터 열리고 있다.

축제를 준비한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참가 단체와 활동가들이 인사말 대신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김광석)’을 합창하고 있다. ⓒ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낙인과 혐오를 넘어, 청소년 소수자의 문제, 동성 결혼, 대구 성 소수자 인권운동을 주제로 대구에선 말하기 힘든 이야기들을 모아 3일간의 연속 퀴어 토크쇼도 진행하였다. 이제 30일 퀴어 영화제 개막식을 끝으로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야 대구에 퀴어 축제를 알았다는 분들이 있다. 사진전이나 연극, 토크쇼를 보고 난 분들이 말을 건넨다. 그 말들은 8년 만에 대구에서 처음 꺼낸 이야기이기도 했다. 퀴어가 뭔지 자신의 어떤 부분이 혐오와 편견인지 알고 싶다 했다. 내 아이가 성 소수자라면 나는 어떻게 힘이 될 수 있는지 묻기도 했다.

이런 축제가 있어 좋다며 청소년이 만 원의 후원금을 내고 갔다. 대구에서 반드시 필요한 축제라 후원한다는 분도 있었다. 모르던 이들이 우리가 되었다.

'변화의 바람이 분다' 오늘은 성 소수자만의 축제로 시작되었지만, 오늘은 당황스러웠고 마음만 열었지만 내일은 생각 그대로, 표현하고 싶은 그대로, 원래의 모습으로 인정할 것이다.

축제는 끝나면 즐긴 이도 준비한 이도 일상으로 돌아간다. 직장으로 가정으로 사회로 그곳에서 정체성에 지지나 반대가 왜 필요한가, 사랑하는 만큼 변화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양희 시민기자는 무지개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