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장 올림픽, 해설진 성차별은 심각한 수준

올림픽에 등장한 개저씨 해설, 언제까지 지켜봐야하나

검토 완료

주철진(toto006521)등록 2016.08.12 11:33
2016년 리우 올림픽의 열기가 뜨거운 한편, 중계진들의 해설이 논란이 되고 있다. 성차별적인 발언이 많다는 것이 비판의 요지이다.

온라인에는 익명의 누리꾼이 만든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가 소개되며 돌아다니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래도 피해의식인가", "엄마 검객이라니..." 등의 반응을 보이며 중계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야들야들하다부터... 얼평까지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는 성차별적인 발언들을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업데이트 할 수 있다. ⓒ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 갈무리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에 기록되어 있는 성차별적인 발언은 스포츠 선수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평가가 사용되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저 선수는 살결이 야들야들한데 억세게 경기를 하는 선수이다" (여자 유도)
"박수 받을 만 하죠. 얼굴도 이쁘게 생겨가지고" (여자 배영 100m)

이것은 모두 SBS에서 나온 해설들이다. 첫번째는 지난 6일 여자 유도 경기에서 몽골선수를 보고 사용한 표현이며, 두번째는 지난 8일 여자 배영 100m 예선 1조 경기에서 1위를 한 네팔선수에게 한 말이다. 둘 모두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고 평가하고 있다.

"여자 선수들 같지 않고 남자 선수들 같이 기술력이 좋으며 파워풀하다" (싱크로다이빙)
"강한걸 좋아하면 남자의 비치발리볼을 선호할 것이고 조금 보는걸 좋아한다면..." (비치발리볼)

KBS도 마찬가지다.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남자 선수들처럼 잘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남성 비치발리볼이 박진감 넘치는 반면 여성 비치발리볼은 관람하기 좋은 경기인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얼굴이 예쁜만큼", "꽃사슴", "여자선수가 이렇게 한다는건 대단하다" 등의 성차별적인 발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4년간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땀흘렸을 선수들의 노고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발언을 해야할 중계진들이 이런 발언들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개저씨 없어져야

쥐픽쳐스를 운영하는 국범근씨가 '올림픽 해설에 개저씨 등판'이라는 게시글을 올려 성차별적인 발언이 난무하는 해설을 비판하고 있다. ⓒ 국범근 페이스북 갈무리


쥐픽쳐스-G pictures를 운영하는 국범근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올림픽 해설에 개저씨 등판"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개저씨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로 '약자나 여성에게 갑질을 하는 남성'을 뜻하는 신조어다.

해당 동영상에서 국씨는 "선수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보는 우리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부 이상한 해설들이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여자 선수들은 4년동안 몸매와 얼굴 평가를 듣기 위해 노력한게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또한, "똥, 오줌은 제발 가립시다"라며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국씨의 게시글을 본 누리꾼들은 "사이다", "칭찬이라고 생각해서 모를듯", "칭찬 아니니까 제발 하지마"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손연재', '몸매'의 키워드로 검색해 나온 결과 ⓒ 주철진


성차별적인 발언들은 이번만이 아니었다. 여자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실력보다 외모를 평가받는 일들을 겪어야 했다. 인터넷에 '손연재', '몸매' 등의 단어를 검색해보면 얼마나 많은 기사들이 손연재 선수의 실력이 아닌 외모를 평가하고 있는지 쉽게 볼 수 있다.

긍정적인 것은, 이런 성차별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많은 국민들이 인식하고 비판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2016 리우 올림픽 성차별 보도 아카이브'가 만들어진다거나 개저씨들을 비판하는 동영상이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이는 여러번의 '여성혐오'로 인한 사건들을 겪으며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감하는 이들이 늘어나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외모를 평가하는 것이나 여성들의 능력을 남성에 비해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습들도 '여성혐오'라는 것을 인식하고 문제화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여자 선수라고 해서 남자 선수들에 비해 노력을 덜 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최선을 다하며 올림픽에 임하고 있다. 이런 선수들에게 미모가 어떻다던가 살결이 어떻다던가 말을 하며 올림픽의 질을 떨어트리는 개저씨들이 더이상 나오지 않아야한다. 많은 국민들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해설을 이제는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올림픽의 가치를 아는 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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