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아이돌의 응급실행 이대로 괜찮은가

[주장] 노예 계약을 넘어서 건강과 생명권 보장이 필요하다

16.10.18 16:21최종업데이트16.10.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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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청춘들을 괴롭히는 과로와 질병 그리고 사고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점은 한류 열풍이 불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류나 대중 음악의 산업적 팽창에 열광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인권과 함께 의료적 복지가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생명권과도 밀접하다.

과로와 질병, 젊은 몸도 못 당할 일

지난 11일 엑소의 레이가 수면 부족으로 인천공항에서 실신했다. 멤버 루한 역시 지난해 두통과 수면장애를 호소하기도 했다. ⓒ 이정민


지난 17일 오후 KBS 2TV <불후의 명곡> 녹화장으로 가던 가수 윤민수가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중간에 응급실로 향했다. 소속사 더바이브 엔터테인먼트 측에서는 과로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활동, 콘서트, 음반 준비활동을 해왔다.

지난 11일에는 그룹 엑소의 레이가 인천공항에서 콘서트차 일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가던 중 실신했다. 소속사는 수면부족으로 실신했다고 밝혔다. 레이가 이렇게 실신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중국에서 예능을 촬영하던 중 피로 때문에 쓰러졌다. 레이는 중후난성 창사시 출신이다. 엑소 멤버 가운데 루한도 중국 출신인데 베이징이 고향이다. 루한의 경우 2014년 9월 두통과 수면장애 때문에 태국 공연에 참가하지 못했다. 루한은 엑소에서 임의로 탈퇴해 중국으로 돌아갔고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청춘들에게 한국의 연예계 상황은 엄혹하다.

아이돌만이 아니다. 지난 12일 '음악신동'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가 택시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이유는 심장경색 심정지였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늘 과로에 시달렸던 너, 이제는 편히 쉬렴. 많이 그리울 거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를 통해 그가 평소에 과로에 따른 피로감에 빠져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주변에서는 권혁주가 항상 과로를 염려할 만큼 많은 연주를 소화했다고 한다. 스승은 권혁주에게 항상 몸을 돌보라고 했지만 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몸은 성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보름만에 오른팔 고관절과 왼손 엄지 인대를 수술하고 무대에 올랐다고 했다.

크레용팝의 멤버 소율은 공황장애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 크롬엔터테인먼트


스스로 선택한 뮤지션의 길이지만 팝 음악의 아이돌에게는 선택사항도 없다.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강제적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 4일 구토와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던 크레용팝의 소율이 공황장애 때문에 활동을 중지했다. 이어 5일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엄지가 최근 다리 통증으로 좌측 대퇴부 봉공근 염좌 진단을 받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월 EXID 하니는 장염이 심해졌는데 원인은 피로 때문이었다. 이에 <백종원의 3대천왕> 진행자로 합류한 지 4주 만에 하차했다. 3월에는 걸스데이의 혜리가 스케줄을 취소하고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 갔고 뇌수막염 진단을 받았다.

4월, 걸그룹 오마이걸의 승희는 <쇼! 음악중심> 사전녹화 후 실신했고 복통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응급실로 실려갔다. 5월 에이프릴 현주는 호흡장애와 두통 때문에 그룹 활동은 물론 방송활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6월 Mnet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CLC 멤버 권은빈은 활동 3주 만에 구토와 편두통 증세로 활동을 멈췄다. 8월 오마이걸의 진이는 음식을 제대로 섭취할 수 없는 거식증 판정을 받았다. 같은 팀 멤버 유아와 비니도 수면부족 등 건강 이상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이전에 F(x)의 멤버 크리스탈은 무대 공연 뒤 탈진으로 실신했고, 가수 현아는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원더걸스 활동에 무리를 겪었다.

교통사고, 스케줄에 쫓겨 끔찍한 결과 빚기도

2013년 10월 정진운은 지방에서 서울로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 이정민


교통사고도 아이돌 청춘들을 괴롭히는 악재다. 지난 13일 걸그룹 마마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미한 사고라 멤버들은 다치지 않았다고 했지만 행사에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러한 사고는 언제나 비일비재했다. 참혹한 사고 결과는 많았다. 2004년 그룹 원티드는 교통사고로 멤버 서재호가 사망하면서 활동 자체가 중단되었다. 2014년 9월 3일 오전 1시 30분께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에서 시속 135.7km로 달리던 레이디스 코드를 태운 승합차량은 과속을 못 이겨 전복되었다. 이 사고로 멤버 리세와 은비가 숨졌고 애슐리, 소정, 주니, 코디 등이 부상을 당했다.

2007년 슈퍼주니어 멤버가 탄 차량도 전복 사고를 당해 규현의 골반이 골절되고 기흉이 생겼다. 2012년 걸그룹 시크릿은 빙판길 교통사고로 멤버 정하나가 갈비뼈에 금이 가고 폐에 멍이 들었다. 2013년 10월 2AM 멤버 정진운은 지방에서 서울로 오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4년 5월 달샤벳의 수빈은 부산 일정을 마치고 오던 중 경부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전복되어 주상골 골절상을 입었다. 이러한 사고들은 많은 경우 스케줄 소화 때문에 일어난다.

살아남아야 하는 아이돌, 쉴 시간이 없다

여자친구의 엄지는 최근 다리 통증으로 좌측 대퇴부 봉공근 염좌 진단을 받아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 이정민


과로와 질병 그리고 사고가 빈번해지는 현상은 가요계의 경쟁이 격화되고, 이들이 활동해야 할 반경과 스케줄이 너무 많아지고 넓어졌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아이돌의 경우에는 혼자 노래를 조용히 부르는 것이 아니라 격한 댄스와 음악을 동시에 하는 것은 물론 다른 팀원들과 협업을 이뤄내야 하기에 피로가 더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독자적인 자신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 기간 동안 소속사의 지시 명령을 따라야 한다. 활동해야 할 곳은 많아지고 또한 매체들도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일정을 소화 해내야 한다. 특히. 여성 그룹들은 남성 그룹보다 더 힘들 것이다. 무리한 다이어트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제대로 먹지 않은 상태에서 안무 연습은 물론 공연을 치러내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아이돌은 활동을 마무리하고도 충분한 휴식 없이 바로 다음 활동 준비에 매진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아이돌 그룹에 대한 투자비용은 올라가고 그 비용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일을 잡아야 한다. 스스로 그러한 경쟁의 대열에 나서지만 청춘의 몸으로 감내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비단 그들 개인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적절한 정책적·제도적 개입이 필요해 보인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은 청소년에 해당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이 스스로 주체적으로 자신의 꿈을 향해 가고 있는지 알 수도 없다. 언제든지 다른 부품으로 교체될 수 있는 컨베이어 벨트의 부속품을 연상시키는 이들의 현실을 바라볼 때, 정말 이런 형태로 케이팝 아이돌 문화가 이어져가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어떤 것보다도 건강과 생명이 우선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산업적·경제적으로 성과가 있다고 하여 '투혼'이라는 이름으로 미화하거나 신화화하는 일은 적어도 없어야 하며 그들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해 보인다. 인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적·경제적으로 볼 때도 이런 방식으로는 거대한 중국 시장에 맞서는 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선진화된 곳으로 중심은 언제든 이동하게 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헌식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이데일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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