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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걸린 조정석, 드라마가 간과한 '중요한 사실'

[TV리뷰] <질투의 화신>, 암환자들의 직장 생활 현실감 있게 다뤘으면

16.10.28 11:58최종업데이트16.10.2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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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에 걸린 사람들은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때, 세 가지 고통에 직면한다. 하나는 물리적인 고통이다. 두 번째는 일상생활은 물론 사회생활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세 번째는 사회적 편견에 시달리며 스스로의 사고와 행동도 위축된다. 예컨대, 유방암에 걸리면 유방의 일부 혹은 전체를 도려내는 시술을 받게 된다. 이 때 암세포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인근 림프절을 잘라낸다. 이 가운데 4분의 1에 해당하는 이들이 림프 부종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림프 부종 때문에 고통을 당하거나 사회생활이 자유롭지 않게 된다.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이화신(조정석)은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에 "왜 하필 제가 유방암이에요?"라고 따지듯이 물었고, 눈물을 글썽였다. "가슴을 절제하면 어떻게 사냐, 수영은 어떻게 하냐, 셔츠는 어떻게 입냐, 가슴 없이 어떻게 사냐, 여자 가슴 아니라고 막 드러내자는 거냐" 등 격하게 항의도 한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마침내 그는 유방 부분 절제 수술을 받았다.

유방암은 후유증이 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한 장면.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 SBS


그런데 그는 개인적으로 할 수 없는 행위만 언급할 뿐이다. 사회 생활이나 직장 생활에 대한 인식은 담겨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7회에서 그는 매일 이뤄져야하는 방사선 치료도 전혀 받지 않은 채 일에만 치중했다. 이화신은 강풍 속에서 고층빌딩 창문닦이 실태를 보도한다며 직접 빌딩 벽에 매달렸다. 그야말로 목숨 걸고 일했다. 남성의 유방암은 예후가 여성보다 좋지 않다고 한다. 그 이유는 여성보다 뒤늦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남성이 유방암에 걸릴 리가 있겠느냐 싶으니 뒤늦은 발견이 많은 것이다. 전체 유방암 비율에서 남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0.5~1%라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 남성 유방암 환자라고 할 수 있다.

만약 드라마에서 이화신처럼 그렇게 심하게 일을 하게 되면 림프 부종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팔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이 증상이 더 심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심한 운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때문에 유방암에 걸린 이들은 일상생활에 돌아가기 힘든 면이 생길 수 있다. 림프 부종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걱정과 공포가 생겨 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직장 생활이다. 일상생활은 자신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지만, 직장 생활은 타율적인 점이 많기 때문이다. 즉 스스로 자신이 하기 싫어도 해야되는 일이 많다. 직장에서는 암발생이 있는 직원들의 복귀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전의 업무들을 과연 해낼 수 있겠는가하는 의구심이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업무 강도가 센 직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노동강도가 매우 강하기로 유명한 한국의 직장문화에서 더욱 힘든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점은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점을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는 잘 관찰할 수가 없었다. 남녀의 사랑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직장 생활 자체에 대한 묘사에 덜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이화신이 기자 업무에 복귀해서 일에 매진하는 것이 매우 힘들 것이다. 정상적인 직장생활이 이뤄지지 않을 뿐더러 갈등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다. 스스로 밤샘 작업이나 무리한 이동을 자제하겠지만, 업무 환경은 이를 용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화신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직종에 종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유방암 투병, 이게 비밀로 할 일인가

분명 SBS <질투의 화신>은 재미있는 드라마이다. 하지만 몇 가지 접근법은 굉장히 아쉽다. ⓒ SBS


이화신과 표나리(공효진)는 유방암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비밀로 한다. 표나리는 "기자님 유방암인 거랑 내 마음에 누가 더 좋은지는 죽어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말 안 할 거야 절대"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표나리는 매일 방사선 치료를 해야 되는 이화신을 보호하려고 흑기녀를 자처해 보도국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마시지 못하도록 대신 술을 들이켰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누군가가 술을 들이켜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SBC 방송국 메인 뉴스 앵커 선발을 앞두고 이화신은 유방암 투병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메인 앵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의 일상 기자직이 원활하게 수행될 수 없는 점들을 다루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렇게 그냥 숨긴다고 되는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며, 그것이 얼마나 오래 갈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몰래 검사를 받았고 수술을 받았으며 치료도 몰래 다니면서 직장 생활을 한다는 것이 과연 쉬운 것인지 그렇게 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암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들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해 보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되어 있지 않다. 오로지 개인이 고군분투해야 하는 점은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많은 암환자들이 직장에서 분리되며, 복귀하고 싶어도 제대로 복귀할 수 없고, 복귀한다고 해도 제대로 생활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 일본의 국립 암센터에서는 직장이나 직업 복귀를 도와주는 멘토링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남성 유방암 환자가 등장한 것은 관점의 변화를 유도했기 때문에 사회적 가치를 지닌다. 암환자의 발생이 증가일로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직장생활을 다루는 드라마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암환자들이 겪게 되는 상황을 직장생활과 연계하여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주었으면 싶었다. 암환자가 자신의 몸 상태를 밝히고 적절하게 케어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도록 드라마가 유도했어야 한다. 정책적인 모색에도 나아갔으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질투의 화신 조정석 공효진 유방암 고경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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