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만약'이라는 푸념을 끊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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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ahsobom)등록 2016.11.03 18:05
 '만약에 박근혜가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전두환과 노태우의 죄를 사면해주지 않았더라면, 김영삼이 3당을 합당하지 않았더라면, 김영삼과 김대중이 노태우의 당선을 막았더라면, 광주시민들이 계엄군과 맞서 승리했다면, 서울의 봄의 대학생들이 서울역에서 회군하지 않았더라면, 김재규가 거사 후 육군본부로 달려가 전두환에게 인계되지 않았더라면, 장준하 선생이 허무하게 살해당하지 않았더라면, 유신헌법이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면, 김대중이 박정희 대신 7대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박정희의 쿠데타가 실패했다면, 이승만의 개헌을 막아냈다면, 반민특위활동이 성공했다면, 안두희를 김구 선생을 살해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더라면, 미군정 대신 여운형 선생의 건준이 이 나라의 재건을 맡았더라면, 동아일보가 신탁통치 오보를 내지 않았더라면, 이봉창 열사의 수류탄이 일왕의 마차에 떨어졌다면, 동학농민군의 혁명이 성공했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이런 과거를 꿈꿔본다. 하지만 이는 분명 한낱 꿈에 불과하다.

지난달 26일 부산 박근혜 하야 집회 지난달 26일 부산 서면 거리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를 주장하는 집회을 열고 행진 중이다. ⓒ 조규홍


그러나 '검찰이 미르, k스포츠 재단을 애초부터 수사했더라면, 검찰이 최순실 귀국 후 하루 동안의 휴가를 제공해 주지 않았더라면, 검찰이 최순실을 봐주기 수사하는 것을 민중의 힘으로 거부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야당의 강도 높은 공세로 허울뿐인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막아낸다면, 최순실의 존재를 눈감아주고 이용했던 새누리당 의원들을 모두 처벌한다면, 박근혜를 하야시킨다면, 모든 진실이 밝혀지고 박근혜를 처벌한다면, 새누리당의 재기를 불가능하게 만든다면, 그 결과 꼴보수는 가고 진짜 보수가 정치판에 등장한다면, 이 사건이 민중의 승리로 역사책에 기록된다면' 우리의 삶은 얼마나 달라질까하는 생각은 꿈이 아니다. 한낱 꿈이 아닐 수 있다. '만약 했다면'을 '이제는 한다'로 바꾸지 못하면 안타까운 역사를 회상하는 상념에 갇힌다. 실패한 지난날을 돌이켜보며 '만약'을 중얼거리는 푸념을 지금의 승리로 끊어내자. 불의에 분노하고 무력함에 분노하여 '만약'의 자리에 현실을 그려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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