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를 넘어선 광장의 열기

1126 집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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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윤호(becksujung)등록 2016.11.27 19:59
  광장은 뜨거웠다. 눈이 보들보들 내려앉은 밤. 뜨거운 열기는 광장 곳곳을 메웠다. 차가운 바람이 열기를 식히기 위해 분다는 착각이 들정도였다. 

사람은 적었으나 열기는 그대로다

지난 3회의 집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1112 민중총궐기는 기자 생애 2번째 집회였다. 가득한 사람들. 하나된 목소리. 다양한 토론. 집회를 참가해야할 이유가 명백했다. 우리는 집회라는 축제를 즐겨야 한다. 그럴 권리가 있다. 그 이후 매주 집회를 나오고 있다.
이번 집회는 조금 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6시. 한참 집회가 진행되고 있을 시간. 서울역을 가득 메운 인파를 바라보며 오늘도 축제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역 역무원들이 나와 질서유도를 하고 있었다. 매주보는 익숙한 모습. 사람들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간다. 최대한 탈 수 있기를 바라며.
시청은 이전보다는 한산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갔지만 못 나갈정도까진 아니었다. 아무래도 추운 날씨 때문이랴. 주위에도 이번 주 집회는 많이 안간다는 얘길 들은 터였다. 그러나 열기는 다르지 않았다. 시청 앞에서부터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이들은 곧 우리가 됐다. 우리는 광화문 광장을 향해 한걸음씩 걷고 있었다.
집회는 축제다. 각종 먹거리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따뜻한 어묵부터 핫도그, 옥수수 등등. 다양한 먹거리가 축제를 빛내고 있었다. 촛불과 핫팩은 잇(it)아이템이다. 무료로 나눔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는 사람들까지. 광장은 축제를 위해 열렸다.
우리는 너나할 것 없이 하야를 외치고 있었다. 대형 전광판 앞에서 '박근혜는!'을 외치면 자동으로 '하야하라'가 나왔다. 누가 선창을 하든 상관 없었다. 우리는 '하야'를 위해 광장에 나왔다. 그것이 우리가 외치는 모든 것이었다.

다양한 의제 나와

'하야'만이 광장을 메우고 있진 않았다. '재벌은 공범이다.' , '새누리는 해체하라.'부터 '이석기 석방.' 등등. 다양한 의제가 광장 속에서 살아 숨쉰다. 각자의 깃발 아래 자신의 얘기를 하고 있었다. 민주주의가 다양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라면 광장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늦은 7시 30분. 양희은 씨의 노래로 모두가 하나가 된다. 가족끼리 온 사람부터 머리 히끗한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아는 소절을 따라 부르고 있다. 촛불을 손에 들고 추위에 떨어가면서도 광장에 서있다. 이들이 부르는 노래는 역사다. 역사를 광장은 오롯이 담아내고 있었다. '상록수'의 가사를 읊는다.
'끝내 이기리라.'
광장이 이긴다는 듯. 사람들은 목청껏 부른다. 그리고 8시.
"점등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빛은 사그라 든다. 장관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촛불을 끈다. 주위 빌딩에서도 불을 끄는 사무실이 보인다.
"불꺼라! 불꺼라!"
시민들이 외친다. 광장을 기라성처럼 둘러싼 빌딩에게 시민들은 외치고 있었다. 그대들도 함께 하자고. 사무실 불을 꺼달라고.

집회는 어렵지 않다

"불을 켜주세요!"
광장이 빛으로 가득하다. 불을 껐던 빌딩 사무실도 환해진다. 어둠 뒤 빛이 오는 것처럼 광장은 다시 환해진다. 목청껏 노래를 부른다. 광장은 환희의 장이 됐다.
그리고 이어진 행진. 앞서가겠다며 나서는 사람들과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엇갈린다. 그러나 누구도 제지하거나 욕하지 않는다. 집회는 그런 것이다. 무조건 앞으로 가야하거나 끝까지 참석해야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준비만 된다면 참여할 수 있다.
다음 주 집회에서 당신과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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