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고양이는 어디로 가야 하나

각종 질병 매개 의심받는 길고양이, 주요 질병 마녀사냥 희생양에 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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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종(victoryfornexen)등록 2016.12.31 10:11
한 해 많은 반려동물들이 인간들의 고의, 혹은 실수로 길가에 버려지며 유기 동물이 되는 현실이다. 개와 고양이는 그러한 동물들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길고양이는 각종 사회 문제로 눈치를 받는 처지에 놓여 있다.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생활하는 동물들은 질병의 원천 취급을 받아 왔다. 대표적인 예가 쥐로, 흑사병 등 무거운 질병들을 역사적으로 오랜 기간 옮긴 쥐를 잡기 위해 1970년대부터 국가 사업의 일환으로 쥐잡기 운동을 시행하였다. 하지만 유기동물은 쥐와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자연 발생적으로 개체수가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박멸의 필요가 있는 쥐와는 다르게, 인간의 영향으로 생겨난 유기동물은 현재의 개체보다는 앞으로의 개체 축소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 일환으로 많은 유기동물 관련 시민단체와 캣맘과 같은 개인들이 중성화 수술 사업과 유기동물 밥주기 등의 활동으로 사회적 관심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비롯한 유기동물을 쥐와 같이 취급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밥 먹는 어미와 새끼 고양이 여느 유기동물임을 막론하고 그들은 항상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있다 ⓒ 서원종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다. 지난 여름, 대한민국은 살인 진드기 공포에 떨고 있었고 과연 진드기를 옮기는 매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게 일어났다. 그 중 하나가 어느 언론사에 의해 제기된 '길고양이'에 의한 진드기 이동설인데, 이 보도에 의해 많은 무고한 길고양이들이 일정 기간동안 진드기를 옮긴다는 오해를 받으며 살아가야 했다.

다행히도 얼마 가지 않아 오보임이 판명되었고, 해당 언론사는 정정 보도를 내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고양이들이 질병의 매개체라는 오명 아래 비둘기 등의 동물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

30일 오늘, 고양이에 의한 조류독감 확산 문제가 제기되었다. 경기도와 포천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포천시에서 수컷 집고양이 1마리와 새끼 길고양이 1마리가 폐사체로 발견되어 집주인이 신고했다. 이에 봇물 터지듯 언론들은 야생동물 혹은 유기동물에 의한 질병전파 위험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고양이와 사람 간 조류독감 전파를 우려하기 시작했고, '지난번에 이어서 또 고양이냐'라는 반응 등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지만 KBS보도에 따르면 고양이와 접촉한 사람들 모두 별다른 이상 반응이 없다고 한다. 동네 주민 4명, 사체를 수거한 수의사 2명, 그리고 사체 검사관 2명 총 8명에 이른다.

잠복기가 있긴 하지만,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고양이에 의한 전파는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불필요한 확장 보도를 낸 언론들은 정정기사를 내야 하고, 앞으로도 추측성 기사는 쓰지 말아야 한다. 현재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고양이들은 이번 기사로 인해서 더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질병 등 환경에 관련한 이슈가 발생하면 항상 루머성 기사들이 나타난다.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 고등어라고 발표한 것 처럼, 터무니없는 추측과 발표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이번 기사로 인해 유기동물들이 전보다 더 부정적인 인식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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