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아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리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_수 클리볼드

검토 완료

장교진(littlefnger)등록 2017.01.09 09:21
1999년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 발생했다. 콜롬바인 고등학교에서 에릭과 딜런은 학생 12명과 교사 1명을 살해하고 24명에게 부상을 입힌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책의 저자 수 클리볼드는 역사에 기록된 이 사건의 가해자, 딜런의 엄마다.
 
그녀는 대학에서 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치고, 타고나기를 남 돕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것의 가치를 자신의 아들에게도 충실히 가르쳐 온 소위 말해 '좋은 엄마'였다. 개인적으로 총기 소유에도 반대해서 생일 선물로 총을 사달라고 한 아들에게도 단호하게 대응했었다고 한다. 그녀의 회고에 따르면 그녀의 아들 딜런은 이 가르침들을 성실히 배워왔는데,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의 가해자로 역사에 남게 됐다. 그리고 본인은 자살을 하고.
 
수 클리볼드는 순식간에 가해자의 엄마인 동시에 아들은 자살은 한, 비극적 운명의 엄마로 전락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악마와도 같은 가해자이지만 자신에게는 둘도 없는 자식이 죽은 사건이니 엄마로서 수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다 한 비디오를 보게 되면서 진짜 자신의 아들을 알아가려고 한다. 일기를 통해 과거를 복기해 가면서 말이다. 그러면서 수 클리볼드는 엄마인 자신이 아들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러기 때문에 좋은 길로만 가도록 통제할 수 있다고 믿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아 간다. 수는 자신의 아들이 '살인을 통한 자살' 이례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답을 찾아간다. 그 과정과 답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의 끝에서 우리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도록 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은 가까이에 있는 악을 알아보고 사전에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악의 발현은 통제하기 어렵다. 물론 온전히 딜런의 엄마 수의 기억에 의존한 것이긴 하지만, 그녀의 아들 딜런은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가정에서 소심하지만 말 잘 듣는 아들이었다. 사람들이 가정교육의 문제라고, 사전에 사건의 시초를 감지하지 못한 가정의 무능과 무관심을 탓했지만, 수의 가정은 건강한 대화가 넘쳤다.
 
물론, 이 책이 말하는 불편한 진실의 목적이 자신의 아들이 한 행동을 정당화하려거나 축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가해자를 포함해서 이 사건으로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세운 14개의 십자가 중, 가해자인 딜런과 에릭의 십자가만 훼손됐던 일을 보면서 수는 앞으로 남은 생을 참혹한 사건의 가해자의 가족으로서 아들을 대신해 속죄해야 하는 동시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엄마로서 살아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러니 정당화보다는 그저 이 이례적인 일을 겪은 경험자로서 내 자식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이것에서 벗어나 내 아이를 인간으로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충고하고자 함이다.
 
그럼에도 가정의 책임이 크지 않냐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의 고통을 글로 쓴 그녀의 용기와 가해자 가족으로서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긍정적 에너지로 바꾸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홍한별 옮긴 이) 수 클리볼드의 노력은 무시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이 책이 가치 있는 부분은 한 번도 주목한 적 없는 가해자 가족의 입장에서 바라 본 언론보도다. 최악의 총기 사건이 도대체 왜 일어났는지 사람들은 그 원인을 강렬하게 궁금해 했다. 그냥 원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손에 잡혀서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그런 원인을 말이다. 그렇게 해서 쉽고 빠르게 찾은 첫 번째 원인이 바로 '가정'이었다. 도대체 집에서 애를 어떻게 키웠냐는 질타가 딜런의 가족에게로 쏟아졌다. 언론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들을 빠르게 모았다. 딜런의 집을 부자집으로 묘사해 딜런을 철모르는 부자집 아들로 둔갑시켰고, 수는 사건 후에도 태연히 미장원에 가는 사이코패스같은 사람으로 끌고 갔다. 사건, 사고의 주된 원인을 주로 가정교육에서 찾는 사회 분위기에서 사실이 부풀려지고 왜곡되면서 가해자 가족들은 무방비하게 언론에 노출되고, 그러 인해 이들의 인권이 침해됐다. 이를 직접 겪은 당사자로서 수 클리보드가 충고하는 언론의 보도 방법은 이 책을 읽어야 하는 독자층의 범위를 넓혀준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