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행정명령에 미 관리들 반기... 트럼프, 한밤중 경질 '초강수'

외교관 집단반발·주 법무장관 소송 가세... 정부, 이민세관단속국장도 교체

등록 2017.01.31 18:41수정 2017.01.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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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에 외교관 100여 명이 집단 반발하고, 반기를 든 법무장관 대행이 한밤중에 전격 해임되는 등 미국 관가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30일(현지시간) A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해임한 샐리 예이츠(56) 전 법무장관 대행의 후임으로 선임된 데이나 벤테이(62) 법무장관 대행은 곧바로 "서약한 의무를 다하겠다"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을 옹호했다.

트럼프 측은 예이츠를 '배신자'로 낙인찍고 오바마 행정부 출신 관리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강수를 두면서 행정명령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재외공관에 근무하는 미 외교관들은 연판장을 돌리고 '반대 메모'를 초안 형태로 만들어 곧 국무부에 제출하기로 하는 등 워싱턴 내부 분열과 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형국이다.

◇ 반기 들다 잘린 법무장관 대행…후임 대행 "합법적 명령 수호"

트럼프 대통령이 법무장관에 지명한 제프 세션스가 상원 인준을 통과할 때까지 이 역할을 수행하던 예이츠 전 장관 대행은 "반이민 행정명령의 합법성에 의문이 있으므로 관련 소송에 법적 방어를 하지 말라"고 법무부에 지침을 내렸다.

그러자 불과 몇 시간 만에 백악관으로부터 한 줄짜리 해임 통보가 날아왔다.


'미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합법적 명령 집행을 거부함으로써 정부를 배신했다'는 내용이었다.

백악관은 불법 이민자로부터 미국 국경을 지켜내는 데 있어 '약해 빠진' 오바마 행정부의 관료라며 예이츠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백악관 뜻대로 한밤중 후임으로 취임한 벤테이는 자정이 되기도 전에 예이츠 전 대행이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과 관련해 법무부에 내린 지침을 철회했다.

벤테이 장관은 WP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하겠다. 오후부터 이행할 것"이라며 "우리 부처 경력 관료들이 법정에서 (행정명령을) 변호할 것이다. 내일부터 적절히, 제대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방검사로 오래 봉직하고 직전까지도 버지니아 동부지방 검사장을 지낸 벤테이는 고위관료 수사 경력이 있음에도 저자세 처신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검사 시절 로버트 F.맥도넬 버지니아주 전 지사, 윌리엄 J.제퍼슨 전 의원 등의 기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행정명령이 완전히 합법적이고 정당하게 입안됐다"고 강변했다.

이런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처음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 신념과 종교를 이유로 개인을 차별하는 트럼프 정책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오바마는 미 전역에서 잇따른 반대시위를 언급하며 "공동체에서 일어난 참여의 수준을 보고 힘이 났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배신이라고 부른 이는 헌법과 법률이 가장 우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졌다"고 예이츠를 두둔했다.

◇ 계속되는 반발…백악관은 '강수'

이날밤 전격 교체된 주요 부처 수장은 법무장관 대행뿐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 대행도 교체했다.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ICE 구금·추방 부문 부국장인 토머스 호먼이 국장 대행으로 지명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 대행 대니얼 랙스데일을 호먼으로 교체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호먼은 국가 안보에 위험이 되거나 공공안전에 위험이 되는 이들, 불법 입국자들, 우리 이민법과 국경통제력을 저해하는 이들을 식별·체포·구금·추방하는 노력을 이끌어왔다"고 설명했다.

반이민 행정명령 관련 주요 부처 수장 2명을 한밤중에 교체한 데 대해 AFP통신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도중 특별검사 해임으로 법무장관과 법무차관 사임을 촉발한 '토요일밤의 학살'을 연상시킨다"고도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 취임 후 내각에 대한 의회 인준이 진행되는 중 벌어졌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는 31일 상원 법사위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도 이날 상원 전체 표결에서 찬성 56대 43으로 주요 관문을 넘어 내달 1일 상원 최종 표결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이츠가 반기를 든 직후 트위터에서 "민주당이 순전히 정치적인 이유로 내각 인선을 미루고 있다. 그들은 방해 말고는 하는 게 없다. 이제 '오바마의 법무장관'도 있다"고 비난했다.

국무부도 온통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주말부터 행정명령 반대문서에 서명한 외교관이 줄잡아 100명을 넘겼다.

'반대 채널(Dissent Channel)'이라고 불리는 메모 회람·서명 방식은 베트남전 때부터 도입돼 외교관들이 주요 외교정책 등을 비판하는 통로로 사용돼 왔다.

반대 채널에 서명한 외교관들은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미국 영토에서 미국민에 대한 공격을 억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외교관들은 균형이 잡히지 않았다고 본다. 행정명령에 따르든지, 나가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접지 않았다.

◇ 백악관 "앞뒤 맞지 않는 소송… 109명 철저히 조사중"

트럼프 대통령이 '초강수'를 두고 있지만, 7개 무슬림 국가 출신 국민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행정명령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WP는 "예이츠는 나갔지만, 명령집행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남아있다"고 전망했다.

밥 퍼거슨 워싱턴주 법무장관이 주 법무장관으로는 처음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앞서 뉴욕에서 제기된 미국시민자유연맹(ACLU)도 소송 참가자를 늘려가고 있다.

미국-이슬람 관계회의(AIRC)도 합법적인 영주권자를 포함해 27명의 원고 명단을 확보했다.

시민단체의 소송에도 걸림돌은 있다. 이민 당국이 공항 억류자 명단 등을 제출하지 않아 정보 접근이 차단당한다는 것이다.

ACLU 관계자는 "연방판사의 명령에도 명단이 제출되지 않았다. 법원에 가서 강제로라도 리스트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파이서 대변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소송 확산 움직임을 조기에 진화하려 애썼다. 당국은 (이슬람 국가 출신 입국자) 109명에 대해 더 엄격한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부무 통계에 따르면 2015 회계연도에 이슬람 7개국 출신자 9만 여 명이 비이민 또는 이민 비자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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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민 #행정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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