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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고 학생들 운동장 시위 "국정 교과서 신청은 기만"

학생들과 학부모 등 200여 명, 운동장에 모여 연구학교 신청 철회 요구

등록 2017.02.17 12:42수정 2017.02.1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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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문명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학교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경북 구미시에 있는 오상고등학교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한 지 하루만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로 철회한 가운데, 경산의 문명고에서도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문명고 학생들과 학부모, 시민단체들은 17일 오전 대형 현수막을 내걸고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결국 김태동 학교장은 "교육부에 연구학교 지정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오는 23일까지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문명고에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할 경우,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학교는 경북 영주시에 있는 항공고 한 군데만 남게 된다. 연구학교 신청 마감일이었던 15일, 연구학교 지정을 신청했던 학교는 구미시 오상고, 경산시 문명고, 영주시 항공고 등 3개 학교로, 모두 경북에 있는 학교들이다.

학생들 "우리에게 일말의 통보도 없이 연구학교 신청"

문명고 학부모들은 17일 오전 8시 문명고 입구 사거리에 있는 인공암벽에 '문명고등학교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내걸었다. 이 학교 졸업생들도 오전 8시 30분부터 학교 정문 앞에서 '문명고는 친일미화 독재찬양 국정교과서 신청을 당장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졸업생인 윤상웅(19)씨는 "왜곡된 국정교과서를 우리 후배들이 배운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대학교 들어가서도 문명고 출신이라고 하면 친구들에게 쪽팔리고 왕따를 당할 것 같아 반대하러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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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 문명고가 지난 15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하자 이 학교 졸업생들이 17일 오전 학교 정문 앞에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조정훈


졸업생들이 피켓시위를 벌이자 삼삼오오 모여 등교하던 학생들은 "선배님 힘내세요"라고 말했고, 졸업생들은 "너희들이 고생이 많다. 꼭 연구학교 철회가 되도록 함께 싸우자"며 손을 맞잡았다.

재학생 200여 명은 오전 9시 운동장에 모여 약 1시간 가량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학생들은 '학교의 주인은 재단이 아닌 학생이다', '국정교과서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고 학교가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연구학교 신청을 했다며 당장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김진술 학생은 "선생님한테 훈계 들을 때 책임지는 것이 어른이라고 들었다"며 "잘못된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겠다는 것이 어른이냐? 교장선생님은 책임지고 연구학교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외쳤다.

정연성 학생은 "저는 누구보다 제가 다니는 학교를 좋아한다"며 "하지만 그런 애교심이 바로 이틀 전에 깨져 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에게 일말의 통보도 없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를 신청했다"며 "교장은 학생들을 강당에 불러 황교안 총리대행이 총리시절에 한 국정교과서와 관련된 대국민담화를 시청하게 한 뒤 이미 다 결정이 나 버렸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연성 학생은 "경북교육청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교사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공문을 보냈고 학교는 반대하는 선생님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의견을 묵살한 채 연구학교를 신청했다"며 "이는 명백히 우리 학생들을 기만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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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문명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학교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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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문명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 모여 학교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정홍주 학생은 "저는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알기 위해 국정교과서 사이트에 들어가서 기사들과 직접 비교하며 사실들을 확인했다"며 "누가 어떻게 친일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고 '친일파가 친일반민족 행위에 앞장서다'는 한 줄로 끝내는가 하면 논란이 있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건국절을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말로 바꿔 표기하는 등 수없이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교과서를 후배들이 배운다는 사실도 화가 나지만 더 화가 나는 것은 학생들을 대하는 학교의 태도"라며 "거의 모든 학생들이 기사를 통해 접하기 전까지는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학교가 연구학교 신청에 반대한 교사들 징계"

정홍주 학생은 3명의 교사들을 보직에서 해임한 것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3학년 담임을 맡아오셨던 백아무개 선생은 졸업식 때 두발규정을 어긴 학생들은 교실에서 졸업식을 하라는 교장의 지시를 어겼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당시 모든 반에 두발규정에 적합하지 못한 학생들이 비슷하게 있었다"며 "국정교과서 신청에 반대한 교사만 해임되었다는 것에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운동장에 모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학부모 이문길씨(52)는 "국정교과서가 왜곡되고 편향돼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며 "우리 아이들의 선택권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겠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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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경북 경산 문명고 학생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히는 시위를 벌인 가운데 한 학생이 '역사왜곡 국정교과서 철회'라고 쓴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조정훈


김태동 교장은 학생들이 운동장에 나와 시위를 벌이자 마이크를 들고 "촛불을 든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가는 것이 아니라 법과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지 않느냐"며 "여러분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해 오는 23일까지 최종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이어 "오늘 교육부에 공문을 보내 잘못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면 철회해 달라고 요구하겠다"며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데 연구학교 신청 자체를 철회해 달라고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교육부가 강행한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관철시켜 보조교재로 하든지 철회하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김 교장의 발언을 들은 뒤, 일단 학교의 입장을 기다리겠다며 한 시간만에 시위를 끝내고 교실로 들어갔다. 전성훈 학생회장은 "교장선생님이 23일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으니까 일단 기다리겠다"며 "하지만 학교를 압박하기 위해 전 학년 학생들이 서명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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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산시에 있는 문명고등학교가 지난 15일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하자 17일 오전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 조정훈


하지만 학부모들은 교장실까지 몰려가 김 교장에게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우리가 여기 쇼하러 온 것도 아니고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학교에서 이렇게 비민주적일 수 있느냐"며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된 교과서를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학교 신청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학부모들은 또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에 반대한 교사들을 징계한 것에 대해서도 학교장의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김 교장은 "인사는 내가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며 "교장의 말을 듣지 않은 교사들을 인사조치 하는 게 뭐가 문제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지난 14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위한 학교운영위원회도 적법 절차에 맞지 않게 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학부모 운영위원에 따르면, 처음 투표에서 찬성 2명과 반대 7명으로 신청이 불발되자 교장이 운영위를 중단한 뒤 학부모들을 설득해 다시 투표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찬성 5대 반대 4로 역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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