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권리, 대한민국은 '바닥' 입니다

[3.8 세계여성의날①] 혐오와 폭력으로 일그러진 언니들의 초상

등록 2017.03.01 15:38수정 2017.03.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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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대전지역 여성단체의 이야기를 3월1일부터 8일까지 연재합니다. - 기자 말

3월, 기다리던 봄이다. 유난히 춥고 길게 느껴졌던 2016년 겨울이기에 더욱 그렇다.

109년 전 봄, 12시간 이상 노동을 하던 한 여성이 작업장 화재로 목숨을 잃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뉴욕 광장에 모였다. 숨진 여성을 기리기 위해, 견디기 힘든 노동과 차별에 저항하며 여성들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요구했다. 그렇게 시작된 광장의 함성은 한 세기를 지난 2017년에 이르는 동안 계속됐다. 그렇게 3월 8일은 여성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누구나 환대받는 공동체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열망과 의지를 모아내는 날이 되었다.

해마다 '3.8세계여성의날'을 맞을 때면 한 여성으로서, 대전평화여성회를 이끄는 사람으로서 나와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혐오와 (성)폭력으로 일그러진 언니들의 초상과 분배 정의 없는 사회에 임금불평등과 비정규직 이중차별을 당하고 있는 자매들에게 '빵과 장미'는 충분할까?

여성들에게 '빵과 장미'는 충분할까

여성들을 성노예로 삼은 일본군 '위안부' 성폭력 문제만 놓고 볼 때도 아직 충분하지 않다. 45년 해방이후 일본군 '위안부'문제가 답보상태에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과 피해자, 사회적 약자의 진실을 외면했기 때문이고, 할머니들이 일관되고 강경하게 요구해온 진상규명과 진심어린 사과와 상관없이 2015년 말 한일합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합의 이후에도 일본은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위안부 피해자 중 미성년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위해 소녀상을 위안부상으로 바꿔 부르겠다고 했다.


"용서할 수 있는 정부는 없습니다. 정부는 나의 고통과 아픔을 알지 못합니다. 오직 나만이 용서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용서를 하기 전에 먼저 나는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남아공에서 인종분리정권이 끝나고 진실화해위원회를 위한 청문회가 열렸을 때 피해자 유가족인 한 여성은 말했다. 하물며 피해 당사자들에게 화해와 치유 강요는 2차 폭력이다. 피해자에 있어 진정한 정의는 자아회복이고, 이를 위해 가해자의 잘못 인정은 필수 전제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한일합의는 당연히 무효다.

한편 폭력은 양상은 다를 수 있지만 그 뿌리는 같다. 위계와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에서 '폭력은 두려움과 절망의 외로움 표현'일 뿐(팃낙한)이다. 곧 차별과 소외, 경쟁과 좌절을 내면화한 개인들의 적개심과 분노를 표출하는 수단으로 폭력을 선택하고, 그 폭력을 통해 그릇된 방식으로 인정욕망을 채우려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결국 폭력은 불평등한 관계(제도)를 해체하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관계(제도)로 전환해야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폭력의 고리를 끊고 비폭력평화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 대전평화여성회가 추구하는 목적이자 이상이다. 목적과 이상을 실현하는 활동 중에 하나는 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 피할 수 없는 갈등에 직면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서로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처벌과 응보적 문제 해결에서 벗어나 잘못에 책임을 다하며 온전한 자아로 회복하도록 도움 주는 일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쟁, 불평등, 폭력, 분단, 전쟁과 같이 우리 삶을 황폐하게 하는 요소를 줄여나가는 활동이다.

3.8세계여성의날에 비추어 본 2017년 대한민국은 바닥이다. 바닥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으니 청산할 것 청산하고 치고 올라가기만 하면 되니 다시 시작 지점이기도 하다. 분배 정의, 사법 정의, 젠더 정의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 초대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대받고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새로운 나라를 향하는 이 봄, 그래서 아직 희망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전평화여성회는요

2007년 100명의 회원들과 함께 비영리단체로 출범했다. 10년 사이 회원 수가 2배 증가할 정도로 대전 지역의 평화운동 단체로써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대전평화여성회의 주요 사업은 평화교육과 갈등 조정 활동이다. 특히 2015년 3월 1일 대전 시청 앞에 세워진 소녀상 건립은 대전평화여성회의 주요 업적 중 하나다. 법원이나 학교에서 의뢰받아 진행하는 청소년 폭력 조정 활동으로, 대전지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공동대표 입니다.
#여성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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