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멸, 부실검증의 산물이다

[TV리뷰] 검증 실패 지적한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등록 2017.03.20 20:50수정 2017.03.20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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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 단독 영상! 친박 신화와 그 몰락>편은 미공개 영상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원인을 진단했다. ⓒ JTBC


19일 저녁 11시에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 단독 영상! 친박 신화와 그 몰락>편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박근혜 게이트'의 완결판이었다. 먼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최순실 국정개입이 불거진 시점인 지난 해 10월30일부터 꾸준히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어줄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의 소재, 육영재단 지배권 갈등, 박근혜 전 대통령 5촌 조카 박용수·박용철 피살사건 등 이번 게이트의 이면을 일목요연하게 다뤘다. 그 와중에 시시각각 요동치는 정국상황과 촛불민심도 놓치지 않았다.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스포트라이트를 들이 대는 집념은 실로 놀라왔다.

19일 방송된 <단독 영상! 친박 신화와 그 몰락>은 '박근혜 신화'가 아버지 박정희 망령의 부활이라는 데 주목한다. 이 방송은 2004년 영상을 공개한다. 다큐멘터리 <트루맛쇼>, <쿼바디스>로 친숙한 김재환 감독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밀착 취재하며 찍은 영상이다. 김 감독의 영상은 2017년 상황과 거의 판박이다. 박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가는 곳엔 어김없이 태극기가 등장하고, 그 주위엔 정치인들이 몰려든다. 1970년대 고도성장을 경험한 세대는 박 대표 앞에 거리낌 없이 머리를 조아린다.

그뿐만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핵심 친박으로 꼽히는 최경환 의원이었다. 당시만 해도 초선이었던 최 의원은 '인의 장막'을 뚫고 박 전 대통령 곁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쓴다. 최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갈 당시에 자택으로 달려와 그의 곁을 지켰다. 그리곤 자신이 운영하는 페이스북에 "탄핵을 당한 대통령이라고 해서 삼성동 자택에서 고립무원으로 홀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혹독한 처사"라며 박 전 대통령을 감쌌다. 13년 전 박 전 대통령 곁을 차지하려 안간힘을 썼던 최 의원을 생각하면 지금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단독 영상! 친박 신화와 그 몰락>은 과거 박 전 대통령의 미공개 영상을 세상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그치지 않는다. 진행자인 이규연 탐사저널리스트는 늘 '좋은 탐사는 결과가 아닌 원인에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19일 방송분에서도 이 같은 철학이 엿보인다. 즉, 정치인 박근혜의 파멸은 정치권과 언론의 '부실 검증'이 원인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2014년의 실기, 2017년 파국으로 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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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탐사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수차례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이 부실 검증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 JTBC


사실 20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까지 없다. 우리 사회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다. 바로 2014년 11월 <세계일보> 보도로 불거진 정윤회 문건파동이었다. 이 문건엔 '권력서열 1위가 최순실'임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의 존재를 철저하게 숨겼다. 뿐만 아니라 해당 문건을 '지라시'로 치부했고, 친히 검찰에 '문건유출'이라고 지침을 내렸다.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정황이라는 본줄기는 내버려두고 수사방향을 '문건유출'로 틀어버린 셈이었다.

이제는 뒷이야기가 됐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자신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이 대목에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요지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자.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여야 함은 물론, 공무 수행은 투명하게 공개하여 국민의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서원(최순실)의 국정개입사실을 철저히 숨겼고, 그에 관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를 부인하며 오히려 의혹 제기를 비난하였습니다."

결국 2014년 정윤회 문건파동은 박 전 대통령 개인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파국을 피할 수 있었던 계기였던 셈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무너진 국가기강을 다시 세우면 된다.

무너진 국가기강, 검찰이 바로 세울 수 있을까?

그러나 여전히 걱정은 가시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의지가 의심스러워서다. 특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우 전 수석은 정윤회 문건파동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그 공로로 민정수석 자리를 꿰찼다. 지금 우 전 수석은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으나 그에 대한 사법처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여부는 미지수다. <단독 영상! 친박 신화와 그 몰락>은 바로 이 지점에서 조응천 의원의 증언을 통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조응천 의원은 이 방송에서 "검찰이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개인비리로 몰아갈 것이며, 그래서 제대로 수사하려면 특검으로 가야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만약 조 의원의 예측이 현실로 드러난다면 실로 큰 일이다.

특검은 어디까지나 한시적 조직이다. 독립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면 특검을 꾸리는 게 맞지만, 최순실 국정개입 같이 초대형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특검으로 해결하겠다는 기본적인 발상은 무리라고 본다. 이 나라는 엄연히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가진 검찰 조직이 존재한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검찰 조직을 두고 상황의 필요에 따라 특검을 꾸린다면, 구태여 검찰 조직을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경험칙은 그렇지 않다. 검찰은 초대형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국민을 보기보다 정치권의 눈치부터 먼저 챙겼다. 이런 이유로 검찰은 사건을 축소, 왜곡하는 일들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2014년 정윤회 문건파동이 그랬다.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했다면 비극의 싹은 잘려 나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대통령의 지침에 충실했고, 이 와중에 경찰관 한 명이 자살로 내몰렸다. 결국 특검 카드가 계속 입에 오르내리는 상황은 일정 수준 검찰이 자초한 셈이다. 부디 검찰이 초읽기에 들어간 박 전 대통령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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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시사 고발 프로그램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 JTBC


이제 JTBC하면 사람들은 얼른 손석희 앵커와 뉴스룸을 떠올린다. <뉴스룸>의 강점은 '아젠다 키핑'에 있다고 본다. 무슨 말이냐면, 다른 방송들은 그때 그때 떠오르는 쟁점 현안(어젠다)을 나열하는데 그친다. 반면 <뉴스룸>은 '한 걸음 더'란 슬로건 하에 쟁점 현안 하나를 두고 집중 보도를 이어나간다. 세월호가 그랬고, 최순실 국정개입도 테블릿PC 보도를 신호탄으로 지금까지 뚝심 있게 보도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의 '어젠다 키핑' 능력 역시 <뉴스룸>에 못지않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과 최태민·최순실 일가의 40년 인연, 그리고 미르-K스포츠 재단이 1970년대 최태민 목사가 주도했던 '새마음운동'의 업데이트판이었다는 사실을 영상자료 발굴을 통해 규명한 점은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또 진행자인 이규연 탐사 저널리스트의 차분한 진행도 돋보인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는 <JTBC뉴스룸>과 더불어 2016년 11월과 12월을 밝혀준 빛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미국 뉴욕에 있는 한인매체 <뉴스M>에 동시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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