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을 하는 국회의원이 헌법을 무시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붙기 시작한 촛불은 헌법가치의 수호였다. 그 결과 헌법을 위배하고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을 축출했다. 민주당이 주축이 돼 작성한 박근혜 탄핵소추안 핵심 가운데 언론탄압이 들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민주당은 대선을 앞두고 조계종단의 눈치를 보느라 언론자유를 명시한 헌법 21조를 부정하고 있다. 정치와 종교의 분리를 명시한 헌법 20조도 무시함 셈이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를 비판해 온 더불어민주당(대표 추미애) 소속 오영훈 의원(제주시을)이 조계종 언론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해종언론' 대책을 "존중한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고 있다. 불과 두달 반 전에도 조계종단이 해종언론이라고 지목한 두 언론사를 간담회에 일부러 배제해 문제가 되자 "언론사 차별은 있을 수 없다. 이는 당의 방침이고, 불교의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했던 오 의원의 말 바꾸기이다.
17개 중 4만 골라 모아선 간담회
민주당불자회 회장 오영훈 의원은 5일 국회의원 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교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 <법보신문>, <불교TV> <BBS> 4개사만 있었다.
<불교신문>은 이날 간담회를 "오영훈 민주당 불자회장 '종단의 해종언론 결정 존중'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충분히 해종언론으로 규정할 만?
<불교신문> 기자는 "(오영훈 민주당 불자회장이) 해종언론으로 규정된 인터넷언론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에 대해선 종단 집행부와 입장을 같이 했다"고 썼다.
그러면서 오 의원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가) 왜 해종언론이 됐는가 싶어 이후 여러 자료를 검토하니 충분히 해종언론으로 규정할 만하다고 느꼈다. 종단의 방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 오영훈 의원, 언론 탄압 존중 물의 기사 대한불교조계종 기관지 <불교신문>은 더불어민주당 불자회 오영훈 의원을 5일 만나 "오 의원이 종단의 (해종언론) 방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불교신문 갈무리) ⓒ 불교닷컴
조계종, 민주당 수뇌부 압력행사
오 의원의 말바꾸기에는 조계종 압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조계종은 지난달 29일 오 의원이 주최한 '한국불교의 미래, 미래의 한국불교' 토론회를 문제 삼아 수차례 항의방문을 했다. 발제자로 섭외된 서울대 우희종 교수를 '해종세력'이라며 행사에서 배제시킨 그 행사이다.
조계종 측은 추미애 당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을 찾았다. 조계종은 "토론회가 종단 자주권을 침해하고 왜곡 비난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면서 "책임자 색출과 향후 계획을 밝혀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지지 철회 등 걸고 압박
민주당 한 관계자는 "조계종 승려가 재가종무원과 공문을 들고 몇차례 항의방문을 왔는데 분위기가 상당히 고압적이었다. 문재인 후보 지지철회와 집단행동도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불교닷컴>의 질의에 조계종 측은 사실확인을 거부했다.
토론회 직후 오영훈 의원은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했다. 당시 자승 총무원장은 만나지 못하고 주경 기획실장을 만나 유감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무원 다녀왔는데 다시 의원실 찾아와
오 의원의 총무원 사과방문에도 조계종은 다시 사람을 오영훈 의원실로 보냈다. 오 의원이 불교계 기자를 선별해 만난 것은 그 다음이다. 조계종은 오 의원이 한번 사과의 뜻을 밝히자 기세를 몰아 노골적으로 언론 앞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오영훈 의원이나 수차례 민주당 항의방문마다 빠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 조계종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당직자, 불자회장 민주당 왜 이러는지
민주당은 지난 1월 17일 오영훈 불자회장 취임 기념 간담회 때는 불교단체장 출신 당직자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배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당직자는 "개인 입장이 아니라 민주당 입장"임을 분명히 했고,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있고"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두 언론사는 간담회 등에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같은 달, 20일 오영훈 의원은 한국불교언론인협회(회장 이재우)와 조계종언론탄압대책위원회의 항의방문을 받았다.
▲ 민주당 당직자 대신 사과, 재발방지 약속했던 오영훈 의원 오 의원은 불과 두달 반 전에는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겠다는 것이 우리 민주당 불자회의 공식 입장이다. 언론사 규모가 크건 작건 관계없다. 소수와 약자에 대한 차별 또한 있을 수 없다. 이는 당의 방침이고, 불교의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 불교닷컴
당의 방침, 불교 정신 어디갔나
이 자리에서 오 의원은 "특정종단 문제라 왈가왈부 못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겠다는 것이 우리 민주당 불자회의 공식 입장이다. 언론사 규모가 크건 작건 관계없다. 소수와 약자에 대한 차별 또한 있을 수 없다. 이는 당의 방침이고, 불교의 정신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같은 날 문재인 전 대표 측은 KBS가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출연금지시킨 데 대해 "누군가를 좋아하고 지지한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을 금지한다면, 지금 사법 심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블랙리스트'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라고 했다.
민주당은 각성하시라
<불교신문>의 오 의원의 '해종언론 존중' 발언 보도 후 오영훈 의원실에는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가불자들이 모인 SNS에서는 "강력한 대선후보도 내세운 민주당 소속 의원이 벌써부터 종단과 한패니, 대선 통과하면 불교의 적폐현상이 심해지는 것은 불보듯 뻔할 듯 하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바른불교재가모임 김종연 사무국장은 "민주당 도대체 왜 이럽니까?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에 부역하는 민주당은 각성하시라"고 했다.
오 의원 측 "언론사 만나 상황 설명" 예정
한국불교언론인협회는 6일 긴급회의를 열고 ▷항의성명 발표 ▷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오영훈 의원에 항의공문 전달과 입장해명 요구 ▷오영훈 의원실 항의방문 ▷소속 회원사 관련 기사 게재를 결의했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발언이 앞 뒤 자르고 보도된 부분이 있다. 곧 두 언론사를 포함한 나머지 불교계 언론사들과 만나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어 "오 의원 결정에 따라서 반론권 보장이 안되면 <불교신문>을 상대로 언론중재위 제소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당사자인 오 의원은 지방 출장을 이유로 인터뷰를 거절하고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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