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나라, 종교가 대우받는 세계 미얀마

등록 2017.04.10 11:44수정 2017.04.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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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의 파고다!  황금 사원 세다콘 페이야, 옥돌 부처님을 모신 사원과 양곤강의 섬에 있는 사원, 세계불교 대회가 개최된 동굴사원 등등 탑의 나라 미안마 여행에서 불교의 색다른  체험을 했다.

명상을 통해 참선을 깨달은 '마하시 명상센터'


미얀마 수상사원 미얀마 수상사원 차옥탄 ⓒ 김연수


불교의 나라 미얀마 첫 방문지는 마하시 명상 센터다. 센터는 '마하시' 스님이 설립했으며, 명상을 통해 참선의 깨달음을 포교해 미얀마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큰 스님이다.

센터는 본원과 전국에 400개 여개의 지원을 두고 있다. 본원은 참선 수행을 할 수 있는 건물과 스님이 공양하는 식당, 그리고 스님들의 필수품을 판매하는 가게와 기숙사로 이용되는 단층 건물들이 도로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명상원은 수행 정진을 위해 일반인 출입이 금지 되어있다. 스님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수행을 할 수 있으며, 외국인 스님은 물론 일반인도 명상이 가능하다. 수행기간은 주 단위와 월, 년 단위며, 우리나라 스님들과 불교 신자, 일반인도 수행을 다녀간다고 한다. '우리도 명상 수행을 신청해 한주일 지내보자'며 가이드가 농담을 던진다. 명상센터 입소 비용은 우리나라 돈으로 한 달에 15만 원 정도다.

명상센터를 찾은 목적은 아침공양에 나서는 스님의 행렬을 보기 위함이다. 스님들은 하루에 두 끼만 공양을 한다. 첫 번째 공양은 오전 10시에서 12시이며, 오후 공양은 해가 넘어가면 언제라도 한다.

마하시 센터 도로변에 하얀 표지석이 길게 늘어서 있다. 우리나라의 비석과 같은데 검은 대리석이 아니라 하얀 돌에 미얀마 글자들이 빼곡하다. 글들은 명상센터 부지와 건축물을 건립할 때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과 기부금액이 적혀있다. 무엇보다 불교의 나라답게 정부 종교청에서 주체가 되어 건립했다고 한다.


스님의 생활상과 아침공양 행렬

도로변 기숙사와 생활용품점은 미얀마 정부 종교청 소유로 개인이 위탁운영하고 있다. 용품점은 마하시의 생전과 참선모습을 관람할 수 있는 스크린이 마련돼 있다. 스님들은 돈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다.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커다란 부채를 들고 다니는데 부채 한 쪽 면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지갑이 달려있다.

스님은 종교청 재정 관리원이 부채 주머니에 돈을 넣어주면 그 부채를 들고 외출을 나선다. 물품을 구입하고 주인에게 부채를 내밀면 주머니 속에 있는 돈을 꺼내 물품 가격을 치르고 영수증과 함께 거스름돈을 넣어준다. 스님은 가격이 얼마인지 거스름돈이 얼마 남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 미얀마 사람들은 스님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폭리를 취하지 않고 극진히 대접한다. 부채와 불교 서적, 생필품 등과 영상을 관람하고 공양행렬 견학을 나선다.

스님들은 공양시간에 맞춰 출발지로 건물로 모여 10시에 탁발공양을 하고 길을 나선다. 스님들은 한 줄을 서서 탁발을 나서는데 나이와 입승의 순서로 정해진다. 스님은 붉은 장산을 어깨 걸치고 맨발로 걸어간다. 남자 스님이 먼저 가고, 그 뒤로 연분홍색 장삼을 걸친 여자 스님이 줄을 서서 따른다.

그런데 연분홍 장삼을 걸친 여성은 스님(비구니)이 아니란다. 미얀마는 여자 스님은 없다. 분홍색장삼을 거친 여성은 '틸라신'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불교의 사미니 정도다. 사미니는 스님 되기 위한 계를 수행하는 기간에 있는 예비스님이다. 또한 연분홍색은 여성을 의미한다는 말에 인간을 비롯하여 만물은 평등하다는 진리를 득도한 부처님의 도에 남녀 차별이 존재하는 것 같다. 땅을 바라보고 걷는 '틸라신'의 얼굴에 평온인지 무념인지 알 수 없는 정적이 흐른다.

치옥타지 와상 차옥타지 와상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 김연수


명상센터 아침공양 행렬을 뒤로 하고 와불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 '차옥타지' 불상을 방문했다. 누워 있는 불상의 길이가 67m, 높이가 18m로 혼화한 미소로 불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발바닥과 발가락에는 금색으로 부조가 새겨져 있다. 이는 부처님의 108 번뇌를 의미한다. 와불은 보는 방향에 따라 여성과 남성으로 보인다. 여성으로 보이던, 남성으로 보이던 인자함은 변함이 없다.

파고다, 탑의 나라답게 곳곳에 화려한 탑들이 있다. 탑 안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불심의 가르침이 있다. 미얀마의 대표적인 탑 '쉐다곤'은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어 밤의 빛이 진미를 발휘한다며 여행 마지막 밤 일정에 맞추어 미루고 다른 탑들을 둘러봤다. 탑만 보고 다니니 지루했다. 탑 아닌 곳에도 가보자는 일행의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다. 가이드는 불교 순례자가 아닌 일반 여행객은 같은 생각을 한다며 일정에 없는 몇 몇 곳을 준비 했단다. 아픔 기억의 상징인 아웅산 폭파 현장과 미얀마 기차 타기를 타보기고 했다.

아웅산 폭파 현장을 가다

아웅산 기념공원에 도착했다. 당시의 희생자 17분의 영령을 모신 충혼탑이다. 충혼탑은 기념공원 담장 밖에 있다. 보기에도 초라해 보이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아웅산 폭파 사건은 미얀마 정부로서도 감춰야 할 사건이라 충혼탑 건립을 반대했으나 우리정부의 지속적인 요구에 공원 밖 작은 공간을 허락해 협소하지만 그나마 추모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추모를 할 수 있었다.

충혼탑 주변에는 아이들이 1달러를 외치며 연꽃을 팔고 있다. 나라를 위해 타국에서 숨진 영령을 추모하는 자리에 헌화는 당연하다며 바짝 달라붙는다. 연꽃을 헌화하고 묵념을 했다. 가이드는 익숙한 자태로 국가 행사에서나 보듯 희생자 한 분 한 분 이름과 직위를 부르면서 묵념식을 거행했다. 묵념식이 거행되자 엄숙한 분위기에 빠져 들면서 국가와 민족의 소중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미얀마 기차 타기는 실패로 끝나다

한참을 달려 양곤을 벗어난 '바우트'역에 도착했다. 양곤역으로 들어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멀리 떨어진 변두리 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양곤역까지는 30분 소요된다고 하니 아마도 서울역과 수원역 정도는 될 것 같다. 그렇지만 역사는 고사하고 대합실 칸막이 하나 없다. 역이라는 표지판 하나만 서 있다.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철로 위를 오가며 한가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차가 도착할 시간이 되었는데도 기적소리가 없자 가이드가 역사무소에 다녀왔다. 열차가 한 시간이나 연착 한다고 알려준다. 한 시간 연착이라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곳 사람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한 시간 연착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음 일정을 위해 기차 타는 것을 포기하고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 바우트 역을 떠난다.

사원은 자율적인 시민의 공간으로

인구의 95%가 불교도인 미얀마는 정부기관에 종교를 관할하는 행정부 종교청이 있다. 종교청은 다른 부처보다 영향력이 놓다. 부처님이 계시는 절은 '페이야'라고 불리며 건축물은 탑으로 지어졌다. 부처님이 모셔진 절에는 스님이 보이질 않는다. 목탁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사원은 시민들의 기도와 휴식공간으로 자유롭다. 부처님 앞에서는 기도를 하고 부처님 옆에서 책을 펼쳐놓고 둘러앉아 공부하는 학생들과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는 모습도 보인다.

미얀마는 가족단위로 부처님께 기도를 한다. 혼자서 기도를 하지만 개인보다는 연인이나 친구, 가족단위가 대부분이다. 우리와는 달리 가족단위에는 항상 어린 자녀들이 함께 있다. 우리는 건강이나 당장 해결해야 할 입시 문제 등을 있을 때 당사자보다는 부모들이 기도한다. 그렇지만 미얀마 불심은 개인보다는 가족과 이웃, 자연에 대한 감사와 안녕을 빈다.

기도하기 전에 항상 불전에 헌금 한다. 헌금함은 투명한 유리로 헌금한 돈이 환히 들여다 보인다. 헌금함은 한 두 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곳에 줄을 서 있다. 미얀마 지폐가 가득 담겨 있다. 헌금은 스님이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종교청에서 관리한다. 사원 또한 종교단체나 스님의 개인 소유물이 아니라 부처님의 것으로 국민의 재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이번 미얀마 여행은 관광인프라가 미비해 다른 동남아 여행지보다 예산이 부담스럽다. 항공편도 직항로는 대한항공 한 곳 뿐이다. 상대국 미얀마 항공은 취항했다가 적자 운영으로 운항을 취소했다. 미얀마 여행은 가격에 비해 다소 미흡한 점은 있지만 새로운 세계와 역사의 수레바퀴를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성인식 가는 미얀마 소년 미얀마 소년은 8~16세까지 사원에서 성인식을 갖는다. ⓒ 김연수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우연히 마주친 남자아이들의 성인식이었다. 아이들이 말을 타고, 어른들은 말 고비를 잡고, 큰 양산을 받쳐 햇볕을 가려준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그림에서 왕이 말을 타고 행차를 할 때 신하가 고삐를 잡고 양산을 받쳐 든 풍경과 흡사하다.

성인식은 남자 8살부터 16세까지 치러지는 행사인데 한 마을 단위와 지역단위로 펼쳐진다. 성인식은 말을 타고 사원으로 임시 출가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형편이 어려운 가정은 친지나 이웃이 공동으로 부담한다. 옛날 우리나라 농촌에서 행해지는 두레와 같은 제도다.
첨부파일 20170105_111620.jpg
#미얀마 #부처의 나라 #미얀마 소년 성인식 #아웅산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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