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연장 '4자 합의' 2년, 인천시민 부담 늘어

SL공사 이관은 사실상 ‘무위로’... 매립지 사용 영구화는 ‘착착’

검토 완료

김갑봉(pecopress)등록 2017.06.22 09:25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 4자(인천시ㆍ서울시ㆍ경기도ㆍ환경부) 합의' 2주년(6월 28일)을 앞두고 지난 20일 기자설명회를 열어 '약속대로 환경부 산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이하 SL공사)를 인천시 산하로 이관받고, 환경부와 서울시로부터 양도 받은 땅에 복합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L공사 이관은 법 개정이 어려워 사실상 물 건너 간 상황이고, 이에 따라 복합테마파크 조성 또한 진척이 없다. 복합테마파크 조성 부지 중 일부가 SL공사 이관 시 양도(환경부→인천시)하기로 한 땅이기 때문이다.

SL공사를 인천시 산하로 이관하려면 우선 환경부가 SL공사 폐지를 골자로 한 'SL공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해야한다. 그러나 이는 SL공사노동조합과 수도권매립지 주변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어, 어렵다.

환경부는 'SL공사 이관 시 노조와 주변지역 주민 갈등 해결방안'을 인천시가 제시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진척이 전혀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국회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해야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SL공사의 적자를 인천시가 떠안게 된다며 이관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이관에 부정적이며, 인천을 제외한 수도권 대부분의 여야 국회의원도 SL공사 폐지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SL공사 이관이 사실상 무위로 돌아간 가운데 수도권매립지 사용은 4자 합의 때 우려했던 대로 영구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걱정했던 대로 인천시민들의 쓰레기 반입 비용만 가중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인천시는 2015년 6월 '4자 합의'로 당초 2016년까지 종료하기로 했던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매립지 3-1공구(103만㎡)를 모두 매립할 때까지로 연장했다. 매립지는 1~4매립장으로 구성돼있으며, 1매립장(약 409만㎡)은 2000년에 매립이 끝났고, 2매립장(381만㎡)은 내년에 종료될 예정이다.

'4자 합의'로 환경부와 서울시는 ▲1ㆍ2매립장과 기타 부지의 면허권을 인천시로 이양 ▲1매립장 일부와 2매립장 등 665만㎡를 인천시로 즉시 양도 ▲SL공사를 인천시 산하 공기업으로 이관 ▲SL공사 이관 후 1매립장 일부 등 268만㎡를 인천시로 양도 ▲쓰레기 반입수수료를 2016년 1월부터 3년간 매해 22.3% 인상하고, 인상한 금액의 50%를 가산금으로 별도로 책정해 매립지 주변지역 개선에 사용하기로 했다. 대신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 등은 대체매립지를 찾기로 했다.

4자 합의, 결국 매립지 사용 영구화 빌미되나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4자 합의 때 '매립지 3-1공구 사용이 끝날 때까지 대체매립지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부지 최대 106만㎡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던 게, 당초 우려대로 매립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빌미를 제공한 형국이 되고 있다.

인천시와 서울시, 경기도는 이달 안에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수도권 3개 시ㆍ도 공동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대체매립지 후보지에 현재 매립지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인천시의 입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3개 시ㆍ도가 치열한 논의 끝에 6월 중 조달청을 통해 용역을 발주하기로 합의했다. 최소한 후보지를 세 개 이상 확보하기로 했다. 적당한 곳에 중소 규모 매립지가 있어야 효율적이다"라며 "후보지 주민 반대를 극복하려면 국비 지원과 가산금 수익 등의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인천시의 바람일 뿐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수도권 대체매립지 후보지 조사 및 타당성 평가' 예산 설명서를 보면, 사실상 현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무기한 연장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서울시는 대체매립지 확보를 위한 공동 용역을 '수도권매립지 잔여부지 106만㎡(=3공구) 사용 시 합의 이행 근거로 활용'한다고 적었다. 인천시와 서울시가 동상이몽이지만, 4자 합의에서 이미 빌미를 준 건 인천시다.

매립지 사용기간 늘어날 전처리시설은 '착착'

또, SL공사는 올해 초 사실상 매립지 무기한 사용에 착수했다. 지난 1월 '폐기물 전처리시설 설치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했는데, 전처리시설은 쓰레기를 매립하기 전에 소각하거나 재활용할 수 있는 것을 따로 분리하는 시설이다.

SL공사는 내년 2월에 착공해 2020년 말부터 가동할 계획인 전처리시설의 하루 처리 규모를 생활폐기물 600톤, 건설폐기물 4000톤으로 추산했다.

서울과 경기에는 이미 자원회수시설(=소각장)이 총34개(서울 4개, 경기 30개) 있다. 자신들이 보유한 시설을 활용하면 되지만, 시설을 정비하거나 교체하는 기간에 쓸 수 있는 소각장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와 경기도의 입장이다.

여기엔 현 수도권매립지 사용 기한을 연장하려는 뜻이 숨어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처리시설이 생기면 매립지에 묻는 폐기물양이 줄어든다.

즉, 4자 합의로 매립지 3-1공구만 쓰기로 했고 이 기간에 대체매립지를 확보하기로 했는데, 전처리시설로 매립양이 줄어든 만큼 3-1공구 사용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체매립지 확보 또한 '4자 합의'를 체결한 단체장의 임기 때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SL공사 이관에 묶인 테마파크 조성, 안정성도 의문

인천시는 전처리시설 수용이 매립지 사용 영구화에 빌미를 제공할 것을 염려해 당초 반대 입장을 밝혔으나, 최근에는 테마파크와 복합쇼핑몰 개발을 위해 찬성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지난해 3월 다국적 유통기업 트리플파이브와 약 1조원 투자 협약을 체결했지만 진척이 없다. 또, 테마파크 운영사인 미국 식스플래그로부터 사업 제안을 받았지만 이 역시 진척이 안 됐다. 1매립장 잔여 부지 소유권이 인천시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인천시는 해당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대신 전처리시설 설치를 수용하는 협상을 환경부 등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자설명회에선 신중론을 펴며 여론을 수렴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전처리시설 수용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하지만 '4자 합의' 내용을 보면, 해당 부지 양도 시점은 SL공사 이관 이후로 돼있다. SL공사 이관 전에 땅을 넘겨달라는 게 인천시의 요구지만, SL공사 이관 등 4자 합의에 부정적이었던 민주당이 여당이 됐기에 낙관적이지 않다.

해당 부지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해도 개발용지로 사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넘겨받은 1단계 이양 토지(665만㎡)만해도 자산가치가 1조 5000억원에 이른다고 장담하고 있지만, 해당 부지 대부분이 매립지라서 지반 안정화 단계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난지도 매립지는 쓰레기 매립 종료 이후 20년이 됐는데도 지반이 안정화되지 않아, 정부가 사후 관리기간을 10년 더 늘렸고, 30년이 됐어도 안정화되지 않은 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매립지 1단계는 2000년에 매립이 끝났고, 2단계는 내년에 매립이 끝날 예정이다.

SL공사 수익 늘었지만, 시민 부담은 늘어

인천시가 '4자 합의'의 성과로 내세우는 것은 지난해부터 수도권매립지 특별회계로 들어오는 중가산금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SL공사로부터 중가산금 783억원을 받아 93%를 주변지역 개선 사업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4자 합의'로 3개 시ㆍ도는 매립지 폐기물 반입수수료를 지난해부터 2018년까지 해마다 22.3%씩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다 매해 인상한 반입수수료의 50%를 가산금으로 더 징수해 인천시에 주기로 했다. 2018년 반입수수료 실질 인상률은 2015년 대비 274%다.

인천시는 "(4자 합의로) 우리 행정구역이었지만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에 비해 면허권 이양 등 확실한 권리를 찾았고, 반입수수료 일부가 인천시로 들어와 서구에 쓸 수 있게 됐다. 93% 정도 서구에 쓰이는데, 큰 성과다"라고 자평했다.

SL공사가 지난해 반입수수료 가산금으로 징수해 인천시에 넘긴 돈은 783억원이다. 올해 반입수수료가 지난해보다 22.3% 늘었고, 그만큼 올해 가산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4자 합의'로 인천시민들의 부담이 덩달아 늘어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반입수수료 가산금 783억원을 분석하면, 서울시 353억원(45%), 경기도 269억원(34%), 인천시 161억원(21%)이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이 인천에 있는 매립지를 이용하면서 인천시민을 위해 가산금을 부담하는 것을 납득해도, 인천시민도 가산금을 부담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 가산금을 서구에만 집중 지원하는 것도 형평성에 어긋난다.

'4자 합의' 때 반입수수료를 인상하고 가산금을 적용하기로 한 것은, 인천시로 이관하기로 한 SL공사의 수익이 반입량 감소에 따라 감소하는 걸 상쇄하고, 매립지 사용 연장에 따른 인천시민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인천시민들의 준조세 부담은 늘고 있다.

SL공사 이관 물 건너갔지만 이관해도 걱정

인천시는 SL공사가 지난해 당기순익 189억원(흑자)를 기록했기에 '적자 공기업을 이관한다'는 비판은 설득력이 없는 만큼, '정치권 협조'로 이관을 마무리 짓겠다고 했다. 또한 인천시 산하 공기업으로 하면 재정 적자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적자 보는 만큼 (반입수수료를) 인상하면 된다. 현재 SL공사는 3개 시ㆍ도의 동의 얻어야하기 때문에 인상하지 못하지만, 인천시 산하 공사가 되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천시는 "원가보다도 낮은 반입수수료를 현실화하고, 현재 고비용ㆍ저효율의 폐기물처리시설 운영ㆍ관리 방법을 개선해 공사 재정 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며 "SL공사를 이관 받아 매립지 정책을 실정에 맞게 반영해 주도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SL공사가 지난해 수수료 인상으로 당기순익 흑자를 기록했기에 재정 적자는 문제될 게 아니라는 게 인천시의 의견이지만, 여기엔 매립지 안정화에 필요한 SL공사 적립금 부족분이 가려져 있다.

SL공사는 1매립장 안정화 기간으로 20년을 설정하고 2024억원을 적립했고, 2015년까지 이중 1514억원을 지출했다. 하지만 10년을 더 관리해야해 추가재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2매립장 안정화에 3310억원, 3-1매립장 안정화에 1150억원 적립이 예상되는데, 이 또한 모두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비용을 인천시가 감당하려면 반입수수료를 더 인상하거나 시 재정으로 부담해야한다. 반입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반입수수료 인상만으로 감당할 경우 수도권 지자체와 시민들의 집단 반발이 예상되고, 시 재정으로 부담할 경우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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