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북중동맹 포기 안해...한반도 미중갈등 최전선으로

中은 김정은 체제의 '생명선'...북미대화 남한 주도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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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미(hippiedream)등록 2017.07.03 16:01

압록강대교 야간 모습. 과거 북한 측은 전력 부족으로 압록강대교의 중국 측만 야간에 조명을 밝혔는데, 최근 2~3년 새 북한도 야간 조명을 하고 있다. ⓒ 박종철 교수 제공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 '중국역할론'을 중국에 압박하면서 양국 사이에 갈등이 일상화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중국에 대해 인신매매 최하위 등급 지정, 대북무역 주요 창구인 단둥의 단둥은행 제재, 대만에 13억 달러의 무기 판매 등으로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1일 발표된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양국 정상은 중국이 이를 위해(북한의 비핵화 협상 복귀) 수행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에 주목한다"고 주문했다. 앞서 나온 공동언론발표문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역내 모든 강대국과 책임 있는 국가들이 제재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중국역할론을 부각했다.

반면 "한ㆍ미ㆍ일 3국 협력을 증진시켜 나간다는 공약을 재확인했다"면서 세 나라의 협력을 강조하는 단락을 첨가했다. 트럼프는 베이징에 요구하는 수준이 높으면서도 정작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소외시켰다. 또 서울 입장에선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 한미 FTA 재협상 언급 등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높아졌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대한민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는 문구에 집중하지만 현실에서는 남한이 주도할 만한 것이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평양이 '주적'으로 삼는 것도, 대화 상대로 여기는 것도 (서울이 아니라) 지난 70년간 일관되게 '워싱턴'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집요한 중국역할론 강조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베이징의 중요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베이징의 적극적인 동참이 없으면 평양을 효과적으로 압박하는 것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압록강대교 중간에서 중국 측 인사가 단둥시정부 소유 차량에서 내려 경관을 구경하는 모습. 고위 관료와 외국인을 위한 일종의 접대 차량이다. 관광객도 일부 이용하는데, 하루 수십 대가 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으로 들어간다. 다리 중간 하차는 규정 위반이지만, 탑승자들이 대부분 고위 관료이기 때문에 종종 규정이 무시된다. 원래 중국 간부들이 북한을 많이 드나들지만 최근 고위관료의 방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화로 신의주 당일 여행이 4~7만원, 2일이 10만원 정도다. 여행성수기엔 매일 중국인 500명 이상이 북한 관광을 한다. ⓒ 박종철 교수 제공


하지만 중국 입장에선 '핵'이라는 '위험' 요소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동맹을 포기할 이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미국이 동맹을 강화할수록, 중국과 북한도 서로 '적대적' 협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게 북한은 골치 아픈 상대이지만 한미동맹, 미일동맹 조약이 유지되는 한 북한의 가치는 중국에게 변함이 없다.

중국이 1980년대 후반 개혁개방을 단행하고 북한이 '고난의 행군(1996~1999)'을 겪으면서 북중 양국은 서로 밀착, 긴밀히 협력해왔다. 두 나라의 오랜 교류ㆍ협력관계는 외부에서 알고 체감하는 것 이상이다. 잘 알려져 있듯 21세기에 북한은 대외무역의 90%가량을 중국에 의지하고 있고, 압록강과 두만강을 따라 모든 지역에 양국간 밀무역이 성행 중이다. 북한 전역의 장마당(시장)에서 보는 식량, 의류, 가전제품 등 생필품과 공산품은 거의 중국제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신의주와 마주보고 있는 랴오닝성 단둥에 형성된 국제공단이 역할을 대체한 지 오래다.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양국 사이의 경제협력은 증대되고 있다.

이것은 구체적인 지표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모든 통계를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중국해관과 연감 등의 우회 자료를 통해 북중무역의 규모를 추산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이에 대응한 유엔안보리 결의안 채택에도 불구하고 양국간 물류량은 되레 늘어났다. 중국해관에 따르면, 전년 대비 대북수출은 31억9000만 달러로 8.4% 증가했고, 대북수입은 26억3000만달러로 6.1% 증가했다. 전체 무역량은 58억3000만 달러로 7.3% 증가했다.

대표적인 북중경협 중심지인 신의주-단둥 간 무역을 보면 철도ㆍ도로의 육상 통로인 조중우의교(압록강대교, 1943년 일제에 의해 완공)와 압록강에 산재한 200여 개 소규모 항구를 통한 운송, 전략물자인 원유를 북한으로 수출하는 조중우의관(송유관), 수풍댐ㆍ태평만댐 등 4개 댐의 전력 수출입이 있다. 특히 압록강대교를 통한 북중무역은 전체 육로무역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활발하며 상당 부분이 밀무역이다.

2001년부터 북중접경지역을 답사하며 북중관계를 연구해온 박종철 경상대 교수는 기자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난의 행군 이후 북중무역은 급격히 증가했으며, 2000년~2009년까지 10년간 무역량은 약 7배 증가했다"며 "북한은 단둥지구와의 공식ㆍ비공식 무역 및 교류를 통해 기아에서 벗어났다. 중국은 북한 시장의 활성화 과정에서 상품을 제공해 북한의 시장화에도 공헌했다. 또 2010년 5.24 조치와 2016년 유엔의 대북결의안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북한의 대중 의존이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특급우편서비스(EMS)의 북한 측 평안북도 소속 차량. 외국과 북한 사이에도 EMS를 이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북한이 더 이상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국제교류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박 교수는 “찍을 땐 몰랐는데 나중에 사진을 정리하면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 박종철 교수 제공


박종철 교수는 "김정은 지도부는 체제 유지와 경제난 극복을 위해 중국에 의존을 심화하는 가운데 특히 단둥을 경유해 원유ㆍ식량 같은 전략물자, 생필품, 정보 등이 중국에서 북한으로 반입되면서 현재 김정은 체제의 '생명선'과 같은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에 따르면, 공식무역 통계상 2000년대 초부터 매해 40~50만 톤의 원유가 북한에 공급 중이다. 2009년 제2차 핵실험과 2013년 제3차 핵실험,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중국은 원유 공급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와 별로도 동일한 분량이 전략물자로 추가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한다. 박 교수는 "탈북자 진술로 볼 때 2010년대 이후 북한 내에서 개인 주유소 등 민영 부문의 석유제품 거래가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및 러시아를 통한 석유 반입이 증가하고 있고 북한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듯 양국은 김정은 집권 6년 차를 맞이했음에도 북중정상회담 개최가 불투명하고 종종 기싸움과 불화를 일으킴에도 적대적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평양은 체제 존속, 베이징은 한반도 '현상 유지' 강화라는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지는 한 동맹은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베이징의 입장에선 탈북민 유입과 국경지역의 소란을 원치 않고, 한반도에 친미 성향의 통일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현상 유지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미ㆍ중의 이익이 중첩되는 지역(intersection)으로, 냉전시기엔 중소분쟁, 탈냉전 이후엔 미중갈등의 최전선이 돼왔다. 한ㆍ미의 새 정부가 모두 북한의 정권 교체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는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 유지를 약속하는 것은 한반도의 현상 유지를 공식화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무엇보다 이것은 독재정권 아래서 일상적인 감시와 인권 침해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에 대한 희생을 담보로 하는 것이다. 외부 사람들은 종종 잊지만 북한이 이대로 남아 있는 한 가장 큰 피해자는 북한주민들이다.

매일 1회 운행되는 평양-베이징 간 국제열차. 신의주~평양까지 시속 50㎞로 6시간 걸린다. 대북 제재에도 북중관계가 크게 영향받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기관차 1칸, 화물차 1칸, 단둥-신의주 4칸, 평양-베이징 2칸으로 구성된다. 식당칸이 매달릴 때도 있다. 요즘 열차 식당칸은 돈주들에게 비즈니스 찬스를 제공한다. 보통은 도시락을 배달시켜 식사하지만 식당에서 식사하면서 유력자와 교류하고 인맥을 쌓기도 한다. 기차 옆의 빨간색 화물차는 중국제 트럭으로 2010년대 북한에서 가장 흔하게 보는 트럭이다. ⓒ 박종철 교수 제공


북한 주민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한 경제 발전도 장기적으론 요원한 일이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체제 유지와 개혁개방을 동시에 이루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식의 개혁개방이 북한엔 도입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의 시장화가 단기적으론 지배층에게 뇌물과 임대수입을 제공하면서 정권을 연명시킬 수도 있지만, 개혁개방과 함께 들어오는 외부세계의 정보는 구체제와 양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아래로부터의 시장화를 주도하고 있는 '돈주(신흥부유층)'들에 대해 주기적이고 의도적인 처벌(재산 몰수 및 추방)을 가하며 자본주의 확산을 막는 것은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평양의 의사결정자들의 핵 개발 목적은 외부 세계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정권의 존속과 국제사회의 지속적 원조다.

미국의 북한전문가인 토니 남궁 박사는 "북한의 비핵화는 북미 대화의 전제가 아니라 결과"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정치ㆍ군사 문제를 우선시한다. 이는 미국과 풀어야 할 문제"라면서 "남북관계 개선은 그 뒤다. 북미 대화가 진행되면 역으로 남북관계를 풀 수도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는 없다. 다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북미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낼 수는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트럼프는 기존 정치인과 전혀 다르다"면서 "문 대통령이 익숙한 공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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