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낙수효과의 시대는 끝났다

최저임금 인상은 ‘재벌 독재’에 맞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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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희(persona1024)등록 2017.07.19 14:49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12년까지 한국 10대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평균 3.5배 늘었다. 1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은 2016년 기준 550조 원을 돌파했으며, 삼성이 210조3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117조2000억 원), SK (62조7000억 원) 등이 뒤를 잇는다. 이 가운데 현금성 자산만 해도 86조1000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작년 말 기준 현금과 현금성 자산 1조원을 넘는 기업은 총 45곳에 이른다. 이 중 2년 연속 현금이 증가한 18곳의 올해 주가 상승률(1월1∼5월12일)은 평균 16.5%로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12.8%)보다 높다고 한다. 반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상장사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1조2524억 원으로 작년 1분기에 비해 1.25% 감소했다고 한다.(자료출처: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가계 부채 1300조 원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은 34조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1조4000억 원 정도 줄었으며, 정기적금은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연속 줄었고, 올해 2월에만 7000여억 원 감소했다. 또한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적금 중도해지 비율은 45.3%로 1년 전보다 2.9%포인트 증가했다.

위의 간략한 자료만 살펴보아도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은 부자가 된 반면 중소기업과 대다수 국민들은 가난해졌다. '9988'은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99%가 중소벤처기업이고 국민 중에 88%는 중소벤처기업에 종사한다는 의미이다. 대기업이 아웃소싱(outsourcing) 전략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횡포를 부리는 '하청'과 '용역'으로 부터의 불공정거래, 그리고 자본력으로 벤처기업과 중소상인의 생존기반을 질식시켜버리는 문어발식 확장부터 바로잡는 게 현 정부의 중요한 과제이다.

내년 최저 임금이 7530원(전년 대비 16.4% 인상)으로 파격 인상되면서 물가상승, 고용위축 등의 이유로 논란이 거세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MB박근혜 보수 정부의 '낙수효과'를 노린 친기업정책(business friendly)은 경기부양이나 고용에는 아무런 효과도 없을 뿐더러 양극화만 심화시켜 왔음이 입증되었다. 소득 불평등 기준인 지니계수는 0과 1사이의 수치로 평가하는데 0이라면 소득이 똑같다는 의미로, 세계경제위기가 있었던 2008년 0.294, 2009년 0.295, 그리고 2017년 0.302로 지속적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현 정부는 이미 실패한 정책을 붙잡고 있기보다는 다른 전략을 강구하는 것이 적절하다. 분수가 물을 위로 뿜듯이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시키는 현상을 '분수효과'라고 하는데, 임금이 오르고 노동자들의 힘이 세지는 건 내수경기 활성화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노동자'들은 생산요소(노동, 토지, 자본)이기 전에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2014년 국제노조총연맹(ITUC)에 따르면 세계노동권리지수(GRI)에서 한국을 최하위인 5등급으로 분류했다. 5등급은 '노동권 보장 없음(No guarantee of rights)'을 의미한다. G20이 무색할 만큼 노동환경은 매우 후진적이라는 이야기이다. 특히 북유럽 복지국가들이 50-60%대로 높은 조직률을 보여주는 반면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약 10%로 그만큼 노동자의 힘이 약하다. 노조가 약한 나라에서는 기술력이나 컨텐츠 개발보다는 '장시간-저임금'으로 이득을 보려는 경우가 횡행하는데, 우리나라 기업들이 여전히 몇 년 안에 중국에 따라잡힐 하드웨어 기술력만을 앞세우고 있는 실태를 봐도 그렇다. 즉, 노동자의 힘이 약한 나라에서는 기업이 나태해 진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재벌 독재'에 맞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의 일환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공정거래와 문어발식 확장 등의 횡포를 바로 잡지 못한다면, 치킨집 사장님이 알바비 때문에 줄도산 할 수도 있다는 웃픈 이야기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낙수효과의 전략은 실패로 끝났다. 분수효과로의 전환점을 모색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우려스럽긴 하지만, 이번 최저임금 파격 인상을 지지하는 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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