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 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에 대한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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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예근(byk0930)등록 2017.08.04 11:19
최근 한 언론사의 기사가 K리그 팬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이슈를 끈 기사는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이하 '10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K리그 팬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가뜩이나 프로야구에게 프로스포츠 1위 자리를 내준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K리그 팬들을 자극하기에 안성맞춤인 기사 제목이었다.

냉정히 말해 현재 프로야구가 K리그보다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이런 제목을 가진 기사의 생산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허나 화려했던(?) 제목에 비해 기사의 내용은 부실했다. K리그와 프로야구의 인기 차이에 대한 원인을 서술하는 내용을 기대할 법한 제목이었지만, 실상 기사는 단순히 K리그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였다.

글쓴이 혹은 글을 게재한 언론사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부분이다. 축구팬들과 야구팬들을 모두 자극할 만한 기사 제목으로 소위 '클릭수'를 늘려보겠다는 심산으로 느껴졌다. 기사 내용이 기사 제목에 걸맞는 콘텐츠로 구성됐다면 노란이 될 만한 제목도 이해할 수 있지만, 기사는 간략한 설명만으로 K리그를 비판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설명한 10가지 이유가 얼마나 허술한 지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는 10가지 이유?

여러가지 면에서 K리그가 야구에 비해 인기가 없다는 것은 '팩트'일 지도 모르지만, '10가지 이유'를 쓴 기자가 제시한 근거에 의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야구가 K리그보다 인기있다는 어떠한 객곽전인 사실도 제시하지 않은 채,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K리그를 좋아하냐고 물으면 대부분 그렇지 않다'라는 것을 K리그가 인기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K리그를 좋아하지 않을 법만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했나 보다. 그렇다면 필자의 주변에는 야구보다 K리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하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K리그를 보기 위해 몇천명이 모여드는 것에 대해서는 또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 능력 없는 프로축구 연맹?

보는 관점에 따라 K리그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능력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팬들이 연맹에 행정과 마케팅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고 필자 본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사는 팩트를 다뤄야 하고 팩트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은 의심을 해야 하지만 '10가지 이유' 기사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10가지 이유' 기사에서는 팬들이 연맹이 K리그 출범 이후 단 한번도 마케팅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 단적인 예로 연맹은 2014년에 박지성의 은퇴를 기념하는 올스타전을 열어 흥행 대박을 만들어냈다. 박지성과 현역 시절을 함께 했던 옛 스타들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등장에 힘입어 5만명이 넘는 구름관중이 모이기도 했다. K리그에서 단 한번도 뛴 경험이 없는 박지성을 활용한 이러한 마케팅을 실패로 보기는 어렵다. 최근 베트남에서 펼쳐진 올스타전이 졸전이었다고 해서 과거의 올스타전까지 깎아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 매 경기 논란을 일으키는 심판들?

K리그의 문제점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는 부분이다. 특히 올 시즌 초반 심판의 오심이 겹치면서 판정을 향한 팬들의 불신은 커진 상태다. 비단 올 시즌에 그치지 않고 K리그는 매 시즌마다 심판의 자질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가장 최근에 치러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북 현대의 24라운드 경기에서도 심판의 판정이 도마에 올랐다. 사건은 전반 4분 인천의 김용환의 돌파를 전북의 수비수 조성환이 막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성환은 김용환의 돌파를 저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팔을 뻗어 김용환의 목을 낚아챘다. 아니 낚아챘다는 표현보다는 거의 가격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22라운드 FC서울과 전북의 경기에서 주세종이 보복성 가격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당한 것을 감안하면 조성환에게 주어진 옐로우 카드는 판정의 일관성을 떨어뜨렸다.

그렇지만 '10가지 이유'의 기사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매 경기 심판들이 논란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매 경기마다 논란이 생길 정도로 K리그는 아마추어가 아니다. 또한 최근에는 세계 그 어떤 리그보다 빠르게 'VAR 시스템(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서 오심을 줄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부족한 중계 능력?

사실이다. 메이저 방송사가 중계하는 소수의 경기를 제외하고는 열악한 중계 화면을 K리그 팬들은 제공받는다. 축구의 다양한 장면을 잡아내기에는 절대적으로 중계 카메라의 대수가 부족하고, 중계의 미숙함으로 축구의 역동성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를 비롯해서 많은 팬들이 오랜 기간 동안 중계의 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10가지 이유' 기사는 K리그의 중계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하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고의 리그이다.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료는 이미 '조' 단위에 달했다. 오랜 역사와 거대한 자본을 갖춘 프리미어리그의 중계는 세계 어떤 나라도 따라가지 못한다.

논지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K리그의 중계의 질이 떨어진다면 질이 떨어지는 이유, 그로 인해 팬들이 겪는 불편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개선할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옳다. '10가지 이유' 기사에 의하면 프리미어리그보다 중계 기술이 떨어지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도 재미없는 리그가 된다.

# 엉망인 잔디 상태?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보이기 위해서는 양호한 잔디 상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 클럽의 구장들은 축구 외적인 행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기에 여름철 장마로 인한 폭우까지 겹치면 잔디 상태는 엉망이 된다.

양질의 잔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리그 운영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잔디 상태가 엉망이라고 해서 팬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는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팬들은 잔디의 상태보다는 경기의 재미와 질에 대한 반응이 더욱 크다.

일반적으로 관중들은 보통 양질의 잔디 구장에서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의 경기를 보는 것보다 흙바닥에서 하는 나와 연관된 사람(가족, 친구, 응원하는 클럽)들의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관람한다. 잔디의 질과 선수들의 경기력 이외의 것이 팬들을 흥분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월드컵에서 질 높은 네덜란드와 스페인의 경기보다 한국의 경기에 열광한다. 잔디의 질에 대한 비판은 십분 공감하지만 잔디가 K리그 인기 하락에 크게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 너무 큰 경기장

현재 다수의 K리그 구단들이 사용하고 있는 구장들은 K리그를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다. '10가지 이유' 기사에서 언급한 월드컵 경기장들은 말 그대로 월드컵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월드컵을 위해서 세워진 거대한 경기장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 클럽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K리그 인기에 비해 구장의 크기가 큰 것은 팩트다. 때문에 경기장에는 관중보다 빈 좌석이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10가지 이유' 기사는 그 점을 지적하고, 그런 빈자리가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부추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현재 FC서울과 수원 삼성이 본인들의 홈구장 2층을 통천으로 가리고 있다는 사실을 '10가지 이유'를 쓴 기자가 알고 있는지 의심이 된다. 너무 큰 경기장을 탓할게 아니라 관중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 매우 큰 경기장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지에 대한 고민이 K리그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 화려한 개인기 & 드리블러의 부재

반박하고 싶은 의지도 생기지 않는다. 현재 K리그 득점 선두인 수원의 조나탄의 골 모음 영상을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화려한 개인기와 입이 떡 벌어질만한 득점 장면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 폐쇄적인 서포터 문화

K리그의 서포터 문화는 K리그 내에서도 가장 갑론을박이 심한 주제다. 보통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장을 찾는 것은 우리"라는 강성 서포터즈들의 주장과 "과도한 팬심은 오히려 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일반 팬들의 주장이 부딪치곤 한다.

'10가지 이유' 기사는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팬이란 위치를 마치 벼슬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부 서포터 때문에 가족 단위에 팬들이 K리그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객관적인 통계치는 없지만 많은 일반 팬들이 다소 폭력적인 서포터즈 문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만 살펴봐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소수 팬들에 의한 문제점은 필자도 공감하지만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과도한 행동에 경기장을 떠나는 이도 있지만, 그들의 열정을 보고자 경기장을 찾는 팬들이 많다. 많은 야구 팬들이 '응원' 문화가 궁금해서 처음으로 야구장을 찾듯이, 서포터즈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흥미를 느껴 축구장으로 향하는 팬들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 스타 플레이어와 자금력의 부재

원인과 결과가 잘못됐다. K리그가 타 리그에 비해 스타 플레이어가 부족하고 자금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K리그의 부족한 인기의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여러가지 종합적인 이유로 K리그 전체의 인기가 과거보다 하락했고, 인기의 하락이 스타 플레이어의 유출과 자본의 부재를 가져왔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와 리그의 인기의 상관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어려운 문제지만 자금력은 조금 다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은 인기가 있거나 혹은 인기가 있을 가능성이 있는 스포츠 리그에 돈을 투자한다. 기업들이 돈을 투자할 명분이 생기게끔 'K리그의 인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돈이 없어서 K리그가 인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과관계가 맞지 않다.

# 강력한 경쟁자

'10가지 이유' 기사는 영화와 야구라는 강력한 경쟁자에 비해 K리그라는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것이 맞는 말이라면 영화 혹은 야구에 비해 축구라는 상품이 왜 소비자에게 잘 팔리지 않는 지에 대한 지적이 필요하다. 단순히 "축구 관람이 야구 또는 영화 관람보다 재미없어"라고 말하는 것은 소비자의 문화 상품 관람 후 감상문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10가지 이유' 기사는 축구 관람은 영화관이나 야구장을 찾지 않는 사람만이 가는 '마이너 상품'이라 평했다. 아쉽게도 최근 영화 관람을 했던 필자의 다음 문화 활동 일정은 K리그 관람이다.

# 잦은 야근

그나마 '10가지 이유' 기사가 제시한 이유 중에 가장 흥미로운 근거였다. 다만 똑같은 야근을 하고도 축구장보다 야구장을 찾는 사람이 더 많은 원인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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