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무소불위 권력, 로스쿨 교수

민정수석, 법무부장관에 모두 로스쿨교수, 공수처장은?

검토 완료

김동영(dongyoungkim)등록 2017.09.21 14:05
전대통령의 탄핵사건을 거치며, 국민들의 정치와 법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식수준 또한 한층 성숙해졌다. 국민들의 법과 정치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져감에 따라, 민주주의도 한발 성숙해갈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요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여당의 박범계의원 등이 내놓은 의안에 대해 여당인 자유한국당은 '공포정치'의 시작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자유한국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마당에,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질 뿐이다. 그러나 정치적 이유가 아닌, 공정성의 관점에서 공수처의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안원안의 주용내용 중 공수처장은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15년 이상 있던 사람 중에서 추천위원회가 1명을 추천하고,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안 제5조 및 6조)"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문제가 되는 점은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15년 이상 있던 사람에 대한 부분이다. 법률실무자가 아닌 법학교수가 실무자들을 합리적으로 지휘통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학교수는 말그대로 교육자이면서 동시에 학자일 따름이다. 학문적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실무자와 이론가들이 협력하는 형식으로 차장이하의 인물이라면 몰라도, 최고 지휘감독권한을 가지는 공수처장에 실무에 어두운 교수를 임명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한 교수들이 행하는 실무지휘는 결국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로스쿨 교수의 갑질 행태도 논란이 되었다. 제주대 로스쿨 교수의 사건이다. 소위 말하는 '샌님'처럼 공부만 했을줄 알았던 교수가, 노래방에서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계급이 뭐냐. 내가 누군지 아느냐. 검사를 불러라'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폭행하였다. 이 사건은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에 관한 의혹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기소개서에 '누구누구의 아들이다'라거나 '검사장을 지내신 할아버지를 보며 법조인에 대한 꿈을 키워왔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한 로스쿨 지원자들이 정량점수(숫자로 나타나는 점수로 학점, 공인영어성적, 법학적성시험성적 등이 있다)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합격하였다는 의혹도 불거져왔다. 그러면서 로스쿨은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렇게 보면 과연, 사법시험 출신의 판검사보다 대학교수가 더 깨끗하고,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 맞냐는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교수들은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의 귀족들이다. 교수들의 갑질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유명했던 '인분교수'사건은 다들 기억할 것이다.

한미일 로스쿨제도 비교 김창록(2005),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2005), ABA 홈페이지 인용,정리 ⓒ 김창록


우리나라의 로스쿨 제도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진 느낌이다. 미국과 일본 모두 입학정원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데 비해, 우리나라만은 2000명이라는 제한을 두고 있다. 그 이유는 1500명의 변시합격, 즉 75%의 변시합격률이라는 목표를 이루어 내기 위한 것이었다.

한미일의 로스쿨수료자 이외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한미일의 로스쿨수료자 이외의 변호사시험 응시자격 ⓒ 신경철


이외에도 문제점이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은 각종의 사정 등으로 로스쿨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예외적인 우회로를 통하여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링컨 대통령이다. 책을 사볼 돈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던 링컨을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식은 법원에서 일정기간 일을 하면 주어지는 자격으로, 링컨 방식으로 불리우고 있다.

그런데 오직 우리나라만이 변시합격률 75%라는 숫자와, 로스쿨제도의 실효성이라는 이름으로 우회로를 만들고 있지 않은 현실이다. 우회로가 존재한다는 점과 로스쿨교육이 정상화를 이루는 것에 대해 그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해할 만한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현재 로스쿨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할 뿐이다. 또한, 로스쿨 본래의 취지가 현시점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로스쿨은 결국 변시학원으로 전락했다. 1인당 GDP가 미국과 일본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로스쿨은 '돈스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뇌과학자들에 따르면 공부하는 뇌가 켜지면, 사회생활의 뇌는 꺼진다고 한다. 과연 사법시험이 비리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인것인지, 로스쿨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가 맞는지 의문투성이다.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도 얼마든지 고노무현 전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같은 사람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었는데 말이다. 로스쿨 교수들의 우회로에 대한 반발은 자신들이 기득권을 뺏길 것을 두려워한 행동으로 보인다.

대학에 다닐 때, 누구나 한 번쯤 교수의 권위에 짓눌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교수의 강의를 일단 수강하게 되면 학생은 누구나 을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미 왕인 교수들을, 굳이 사회 밖으로까지 모셔와 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들을 제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권력이 사법시험 출신의 판검사들이 아니었을까? 이제 판검사들조차 그들의 제자가 되고, 모든 권력기관이 그들의 손 아래에 놓이게 된다. 상상이 가는가? 또 다른 무소불위권력의 시작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싹하다.

첨부파일 2.pdf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