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WK리그 26R < 보은상무 vs 이천대교 > 리뷰

검토 완료

청춘스포츠()등록 2017.10.19 10:37
리그 2위 이천대교(이하 대교)와  최하위 보은상무(이하 상무)가 만났다. 대교는 지난 라운드 인천현대제철과의 원더매치에서 4-0 완패를 당하며 인천의 정규리그 5연패의 제물이 되었다. 승점 6점차로 바짝 따라붙은 3위 화천KSPO를 따돌리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짓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상무는 지난 25라운드에서 서울시청을 상대로 1-0 짜릿한 승리를 따내며 시즌 3승째를 달성했다. 이번 라운드 대교를 포함해 인천, 그리고 구미스포츠토토와의 잔여일정에서 두 경기를 잡아야 개막 전 목표였던 5승을 달성할 수 있다.

보은상무vs이천대교 스타팅멤버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양팀 모두 전력 누수가 있었다. 상무는 베테랑 수비수 반도영이, 대교는 주전 센터백 정영아가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이번 시즌 마지막 홈경기를 치르는 상무는 22라운드부터 25라운드까지 측면 공격수로 변신했던 한아름을 다시 풀백으로 복귀시켰다.

대교는 중앙 수비 두 명이 모두 바뀌었다. 미국과의 평가전 명단에 포함된 김혜영이 컨디션 조절 차 벤치에 앉았고 로테이션 멤버였던 이은지, 그리고 십자인대 부상 이후 주전 경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심서연이 선발로 나섰다. 그리고 부상으로 지난 25라운드에 결장했던 공격수 김상은 역시 선발 라인업에 복귀했다.

전방 압박으로 좋은 찬스를 만드는 보은상무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전방 압박으로 좋은 찬스를 만드는 보은상무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휘슬이 울리자 공격적으로 달려든 팀은 리그 최하위 상무였다. 주장 김원지를 필두로 권하늘과 김지혜, 안상미 등 공격 진영에 배치된 선수들이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대교를 압박했다. 상무가 내려설 것으로 예상했던 신상우 감독과 대교 선수들은 뜻밖의 상황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전반 7분 이은지가 상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잘못 내준 볼을 권하늘이 낚아채 김원지에게 패스했다. 서현숙이 빠르게 커버 플레이를 펼치지 않았다면 실점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다.

줄곧 고전하던 대교가 한 번의 찬스를 선제골로 연결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박은선의 높이덕이었다. 전반 17분 박은선을 막으려던 김연주가 페널티 박스 앞에서 파울을 범했고, 박은선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권주영 골키퍼가 방향을 잡았지만 볼이 수비벽을 맞고 반대 방향으로 튀면서 손쓸 수 없는 곳으로 빨려들어갔다.

권하늘의 동점골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그러자 상무도 똑같이 세트피스로 응수했다. 김원지의 프리킥이 대교 수비벽을 지나쳐 김지혜에게 연결됐고 김지혜의 논스톱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오자 권하늘이 달려들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동점골까지 넣으며 기세가 오른 상무는 더욱 거세게 대교를 압박했다. 이날 상무의 컨셉은 전방 압박과 협력 수비였다. 모든 선수들이 한 발씩 더 뛰면서 박지영, 김아름 등 대교의 미드필더들을 상대로 2대 1, 3대 1 경합 상황을 만들며 중원에서의 힘싸움에서 쉽게 밀리지 않았다. 이미 볼이 공중에 떠버린 상황에서는 박은선을 막기가 힘들기 때문에 처음부터 크로스 자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덤볐다.

분위기가 다시 상무 쪽으로 기울자 대교는 작전을 변경했다. 박은선이 약간 아래로 내려오고 문미라와 김상은을 투톱에 가깝게 전진시키며 다이아몬드 4-4-2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은선은 본인이 직접 해결하기보다는 볼을 지켜내고 문미라와 김상은에게 연결하는 데 집중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역전골이 터졌다.

박지영의 역전골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전반 내내 강도 높은 압박으로 체력을 소모한 상무 선수들의 발이 느려진 것이 1차적인 원인이었다. 그리고 사이드 라인 밖으로 나가는 볼을 내버려 두는 척 하다가 살려내며 권하늘의 압박 타이밍을 빼앗은 김상은의 센스도 칭찬할 만했다. 박은선이 상무 수비수 두 명과의 경합에서도 밀리지 않고 차려준 밥상은 박지영이 가볍게 마무리했다.

상무 입장에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상대보다 체력이 먼저 고갈되는 전방 압박의 특성상 어떻게든 초장에 승부를 봐야 했다. 하지만 경기력 면에서 완전히 우세를 점하고도 오히려 2-1로 뒤지며 후반전에 돌입하게 되었고, 확연히 무거워진 몸은 대교의 파상공세를 막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상무에서 가장 돋보였던 권하늘 ⓒ 대한축구협회


이런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빛났던 선수는 권하늘이었다. 이날 권하늘은 2선과 3선을 오가며 수비형 미드필더 임이랑과 함께 협력 수비로 대교의 볼을 따냄과 동시에 빌드업의 기점이 되었다. 또한 선제골을 허용한 뒤 불과 6분 만에 동점골을 터뜨리며 상무가 쉽게 무너지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게 했다.

동료들의 체력이 고갈된 후반전에도 사실상 원맨쇼에 가까은 활약을 펼치며 끊임없이 대교의 골문을 위협했다. 대교 골키퍼 전민경의 신들린 선방이 아니었다면 승부의 향방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었다. 이날 퀸 오브 더 매치는 1골 1도움을 기록한 박은선에게 돌아갔지만, 경기가 무승부로 끝났다면 권하늘이 받았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이은지, 심서연의 불안한 경기력 ⓒ KFA TV Youtube 중계화면 캡처


대교 입장에서는 천만다행이었다. 막말로 박은선'빨'로 이겼다고 해도 할 말이 없는 경기였다. 일단 중앙 수비로 나선 이은지와 심서연의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 전반에는 이은지가, 후반에는 심서연이 말도 안 되는 패스로 위기를 자초했다. 전민경의 판단이 늦었거나 상무의 플레이가 조금 더 세밀했다면 여지없이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경기력이 올라온 시점도 상무의 체력이 고갈된 후반전이었다는 점 역시 아쉽다. 상무가 전방 압박으로 강하게 밀어붙이자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수문장 전민경과 확실한 스트라이커 옵션인 박은선의 활약으로 승점 3점을 거머쥐며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6기 윤지영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