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경호업체와 맺은 용역계약서, 공개 안하나 못하나?

코트라 “존재하지만 공개 못해”...계약서는 한중언론 상반된 주장 해결할 법적 물증

검토 완료

윤근혁(bulgom)등록 2017.12.22 14:30
'중국 측 경호원이 한국기자를 폭행했다.'(대부분의 한국 언론과 코트라)
'한국 측 경호원과 한국기자의 싸움이었다.'(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

한국과 중국 언론이 비슷하게 주장하는 것은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방중 때 폭행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폭행 당사자에 대한 성격 규정이다.

중국 측 경호원? 한국 측 경호원? 팽팽히 맞선 한중 언론

대부분의 한국 언론은 폭행 당사자를 '중국 측 경호원'으로 보도하고 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도 지난 17일 보도자료에서 "현장 경호는 중국 공안당국의 지휘통제 하에 진행됐다"면서 "중국 측 경호원이 (한국 기자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국 측 경호원'이란 표현은 중국 정부를 곧바로 지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 개입을 연상시키게 하는 주관이 들어간 말이다.

반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싸움 당사자를 '한국 측 경호원'으로 보도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 16일자 보도에서 "경호원들을 주최(코트라) 측이 돈을 내고 고용했기 때문에 이번 싸움은 근본적으로 한국인(한국 측 경호원)과 한국인(한국 기자)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팽팽하게 맞선 양쪽 주장의 진위 여부를 뒷받침할 주요 문서는 바로 코트라-경호업체 사이에 맺은 용역계약서이고, 주요 영상은 행사장에 설치된 CCTV다. CCTV는 현재 중국 공안이 분석 중인 걸로 알려졌지만 그 내용이 한국에 알려지지는 않았다.

한국이 쉽게 입수할 수 있는 것은 바로 190명의 중국인 경호원을 행사장에 불러들인 계약서다. 21일 코트라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코트라가 경호업체와 계약서를 쓴 것은 사실이며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계약서엔 '갑을관계, 지휘내용, 경호방식, 위탁료' 들어 있을 듯

문제의 계약서에는 갑(코트라)과 을(경호업체) 관계가 적혀 있고, 갑의 지휘내용이 들어가 있는 경호방식, 위탁료, 비상상황 대처 요령 등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한국기업이 경호업체와 맺는 '행사 경호계약서' 샘플 서식을 입수해 분석해본 결과다.

물론, 이 계약서에는 한국 상당수 언론이 보도한 내용인 '중국 공안의 지휘' 방식이 들어가 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법률적 효력을 가진 계약서 내용을 보면 폭력을 행사한 경호원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측 경호원'인지, '한국 측 경호원'인지, 아니면 '코트라 측 경호원'인지 알려줄 물증이라는 것이다.

코트라 "계약서 제공 어려운 이유는..."

하지만 21일, 코트라는 "<오마이뉴스>에 계약서 제공이 어렵다"면서 그 이유로 "조사가 진행 중이고 계약관계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민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에 책임 있는 코트라 홍보실 관계자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계약서를 보여줄 수 있나?
"관련 부서(경제협력사업팀)와 논의해봤는데 (<오마이뉴스>에) 계약서 제공은 어렵다."

-이유가 뭔가?
"중국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건이기도 하고 저희 계약관계가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

-그 계약서엔 갑을관계와 코트라-경호업체 사이의 역할이 들어가 있나?
"아직 (중국 공안의) 조사가 안 끝나서 확인해줄 수 없다."

-공개를 하지 않으면 '한국 코트라나 중국 공안의 지휘 내용을 숨기려고 한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는데...
"숨기려는 건 아니다. 중국 공안에서 조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서에 중국 공안의 지휘 내용이 들어가 있나?
"그것은 따로 확인을 못해드리겠다."

-한국 기자들 중에 홍보실 통해서 계약서 달라는 기자 있었나?
"그렇게 했다는 걸 들은 건 없다."

한국과 중국 언론의 상반된 주장. 이것의 진위 여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물증은 현재 코트라가 갖고 있다. 하지만 코트라는 이처럼 계약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공개를 안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물론 상당수의 한국 언론들은 코트라가 계약한 경호업체가 공안퇴직자들이 세운회사이며, 폭행 당일 중국 공안이 행사를 지휘했다는 점을 주요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중국 정부와 관계된 '중국 측 경호원'이란 개념 규정의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의 경호업체 또한 경찰 퇴직자들이 세운 경우이거나, 퇴직자가 직원으로 활동하는 사례가 있다. 한국도 대규모 행사의 경우 사설 경호원이 있더라도 결국 보안과 안전 지휘권은 경찰이 갖고 있다.

이런 사설 경호원을 놓고 '한국인 경호원'이라고 지칭할 수는 있지만 '한국 측 경호원'이라고 부르긴 어렵다. 물론 한국 경찰이 사설 경호원을 직접 불렀거나, 용역비까지 줘가며 세세하게 지휘한 경우라면 사정은 달라진다.

코트라 "착수금만 주고, 잔금은 주지 않고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가 지난 18일 이찬열(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폭행 당일 코트라와 계약을 맺은 경오업체의 이름은 북경은순보안복무유한공사였다. 계약금액은 6만 9600위안(한화 약 1183만 2000원)이었다. (관련기사
'대통령 수행기자 폭행' 연루 업체, 중국 공안 퇴직자들이 설립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86667&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하지만 21일 확인 결과 코트라는 해당 경호업체에 대해 대금 지급을 동결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기자에게 "착수금은 조금 나갔지만, 폭행 사건 뒤 잔금을 아직 안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착수금과 잔금의 규모를 공개하는 것은 우리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면서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법적 대응과 그것(잔금 지급 여부)까지 포함해서 종합적으로 어떻게 조치를 할 것인지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