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액면분할의 함정

[주장] 삼성전자 액면분할 발표 후, 외국인은 팔고 개인은 샀다... 왜?

등록 2018.02.03 16:42수정 2018.02.03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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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낮추는 액면분할 공시를 깜짝 발표했다. 이로써 주식 가격은 50분의 1이 되고 주식수는 50배로 늘어나게 됐다. 삼성전자 측은 "액면분할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만 해도 액면분할에 부정적이었던 입장이 완전히 돌아선 것이다.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발표하기 전날(1월 30일)의 주가는 249만 원이었다. 이 기준으로 액면분할을 진행한다면 주가가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변하게 된다. 접근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기존에는 1주를 사려면 큰돈이 필요한 반면 이제는 밥값, 술값을 조금만 아끼면 살 수 있는 가격대로 바뀐 것이다. 주주 문턱이 확실히 낮아졌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일지는 숨어있는 의미를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에 주가는 처음엔 호재로 반응했다. 장중 거의 10% 가까이 오르며 전날 249만 원에서 270만 원까지 뛰었다. 그러나 오후 들면서 급격히 흐름이 바뀌면서 전날보다 겨우 5000원(0.2%) 오르는 것에 그쳤다. 그 이후로 이틀 연속 하락하며 현재는 238만 원으로 주저앉은 상태다. 액면분할 발표 이후, 오히려 외국인들은 상당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급락을 이끌었다. 반면 개인들은 삼성전자를 많이 사들였다.

이 같은 삼성전자의 주가 변동은 액면분할이라는 이슈가 아닌 삼성전자 본연의 가치에서 찾아봐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 액면분할 자체만으로는 기업의 가치는 전혀 변하지 않는다. 5만 원짜리 지폐를 1천 원짜리 50개로 바꾼다고 하여 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올해 삼성전자가 지난해를 뛰어넘는 성장을 보여줄 수 있느냐다. 이점에 대해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고 최근 발표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발표를 무색하게 했다.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 우려가 크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 이후 1년 만에 애플에 밀려 다시 2위가 됐다. 원화 강세 및 중국 업체 등의 빠른 성장이 삼성전자를 가로막았다.

그렇다고 애플의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 X는 최근 판매 부진설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면서 핵심부품인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공장 가동률이 올해 1분기는 50% 정도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도 불거진 상태다. 지난해 10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 타격을 입는다면 모회사인 삼성전자 실적에도 부담이 된다. 더욱이 올해 발표될 신제품들에 대한 기대도 그리 큰 편이 아니다. 오히려 '더 새롭게 나올 것이 있느냐'는 반응이다. 준비 중인 폴더플 스마트폰 등이 올해 출시로 이어질지 관건이다.

설상가상 국내외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 및 목표 주가도 나란히 낮추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인 CLSA와 JP모간은 각각 목표 주가를 330만 원에서 280만 원, 310만 원에서 300만 원으로 조정했다. 노무라증권도 370만 원에서 360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변경했다. 국내 증권사들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65조 9000억 원에서 60조 5000억 원으로 내리며 목표 주가도 325만 원에서 310만 원으로 낮췄다. 현대차 투자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340만 원에서 330만 원으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여러 증권사들의 부정적 보고서는 생각보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우려가 크다고 해석될 수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의 주가가 낮아지면서 황제주에서 국민주로 변한 것이 오히려 희소가치를 사라지게 만들어 주가에 부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액면분할은 친구 1명에게 5만 원짜리 밥을 사주었던 것을 친구 50명에게 1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셈이라는 것이다. 결국 내가 쓰는 돈은 작년이나 올해나 동일한 셈이다. 문제는 1천 원짜리 아이스크림을 받은 사람이 '고맙다'는 생각을 가질까? 자칫하면 돈 쓰고 욕먹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대한민국의 대장주로서 외국인들이나 기관들처럼 돈 많은 사람들이 주가를 움직이며 지수를 뒤흔드는 역할을 했었다. 개인들의 접근이 쉬워지게 되면 이제 외국인들이나 기관들이 희소가치가 높은 다른 대장주를 찾을 수 있다. 물론 여전히 시가총액이 압도적으로 1위이기에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클 테지만 삼성전자의 상징적인 의미가 약해지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삼성전자의 액면분할 이슈 만으로 무작정 매수의 기회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5만 원 수준으로 액면 분할된 주가는 금세 10만 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더 큰 성장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유의미한 주가 상승은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막연한 장밋빛 미래보다는 철저한 분석으로 삼성전자를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https://brunch.co.kr/@thejjune/206)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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