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의 상처는 수십 년이 지나도 살아 꿈틀댄다.

20년전 엄마의 성폭행 사실을 딸이 올린 내용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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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숙(greenihs)등록 2018.03.07 08:56
미투 운동을 보면서 사회적 현상으로 바라만 보다가, 인터넷에서 20년 전 엄마의 성폭행 사건을 딸이 SNS에 올렸다는 내용을 보면서 가슴이 요동쳤다. 가슴 밑바닥에 오랫동안 가라앉아 있던 감정의 찌꺼기들이 가슴을 헤집었다.

지금은 남녀 평등, 여권 신장을 넘어서, 남성 역차별 얘기까지 오가는 시대에서 불거져 나온 미투운동, 남성성의 잘못된 성의식이 곪을대로 곪은 구조적인 병폐로 이제야 터져 나온 것 같다.
남성들이 완력으로 또는 권력으로 여성들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강제로 성추행, 성폭행을 시도했을 때, 그 여성의 영혼이 어느 정도로 파괴되는지 추호라도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60~80년대는 우리나라의 도시화, 산업화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나 교육받을 기회가 많았던 탓에 남성들과 한 공간에서 마주할 시간이 많았던 시기다. 그때 여성들이 당했던 성추행이나 성폭행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지만, 여성 자신들의 수치감으로 차마 누구에게도 말을 못하던 시기였다. 자신을 성폭행이나 성추행한 남성을 고발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남성을 처벌하기 보다는 여성의 수치심과 자괴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 수치심과 자괴감에 대한 심리치료도 없었다. 고스란히 여성이 가슴 밑바닥에 가라앉히고, 묻어두고 살아야 했다. 그 상처는 살아가면서 또다른 부정적인 감정으로 여성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성격이나 기질, 환경에 따라서 그런 상처들이 아물기도 하지만, 평생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의 40대 중반 이상의 십 수 년에서 수십 년 된 여성들의 상처는 어디에서 미투 운동을 해야 하나? 십 년에서 수십 년 동안 영혼의 상처로 남아, 그 상처가 또 다른 우울감이나 불안증을 야기해서 인생 전체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대를 이어서 자식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 엄청난 대가를 치루고 살아온 중년 여성들의 가슴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 받아야 하나? 성추행이나 성폭행을 자행했던 수많은 중년 이상의 남성들은 이런 사태를 보면서 일말의 죄책감은 느끼고 있을까? 여성들의 영혼의 상처깊이가 어느 정도 깊었는지  생각이나 해 봤을까? 아니면 떨고 있을까?

이 참에 남성들이 자수하여 가톨릭 사제가 아닌, 여성들에게 공개 고백성사라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심으로 여성들에게 석고대죄를 했으면 좋겠다. 그게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인터넷에 남성들의 고백성사 사이트라도 만들어 무기명으로 글로써 석고대죄라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라도 한다면 가슴밑바닥에 아직도 가라앉아 있는 상처찌꺼기들이 조금이나마 녹을 수 있을 것 같다.

남성들의 성욕과 여성들의 성욕은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그런 성욕을 여성들에게 완력으로 권력으로 해소해서는 안 된다. 남성들은 순간의 욕망을 해소하는 차원이 되지만, 여성에게는 영혼의 상처나 파괴가 되어 여성의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느 누가 감히 한 인간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 권리를 가지고 있는가? 누군가는 인간을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육체적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료가 된다. 영혼의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고, 향후 인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다.

이번 미투운동에서 메머드급 폭로가 터져나왔다. 안희정지사 얘기다. 그는 정치 생명이 끝날 수는 있다. 그래도 몇 년간 자숙하고 있다가 능력이 있으니 또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그가 아무리 민주주의를 옹호하고 충남도민들을 위하고, 향후 국민들을 위한답시고 대선에 출마한다한들, 한 인간의 영혼을 짓밟아 놓고 많은 사람들을 위한다는 것은 철저한 위선이다. 아니 그동안 한 사람의 영혼만 짓밟았겠나? 안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한 여성은 자신의 자리가 아니오를 할 수 없는 위치여서 적극적인 저항은 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여성의 몸은 여성이 주인이다. 어느 누구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고귀한 인간의 몸이란 말이다. 
이번 미투 운동이 쓰나미처럼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중년들의 상처는 이미 일어난 일이다. 그러나 우리 딸들이 살아가는 세상에는 성추행이나 성폭행이 얼마나 큰 죄가 되는지 남성들이 깨닫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단지 물리적 힘이 세다고, 권력을 가지고 있다해서 여성들의 영혼까지 짓밟을 수는 없다는 것을 뼛속까지 깨닫기를 바랄 뿐이다.

다행히 요즘 딸들은 우리 세대와는 달리,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함이 있다. 여성 입장에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상태에서는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동안에는 거부 표현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벙어리 아닌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이참에 미투 쓰나미가 사회를 정화시키는 역할이 되었으면 한다. 거대한 바다속 오염물질들은 태풍이 휘몰아쳐야만이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던 찌꺼기가 정화된다. 그 태풍이 멀쩡한 배도 뒤집어 엎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가라앉아 있는 찌꺼기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아울러 미투운동에 참여하는 여성들에게 여성들이 위드유로 동참한다면 미투 이후에 겪는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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