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들을 만나고 싶다.

어머니에게 배운 삶의 철학, 실천하지 못한 것 아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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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관호(khna63)등록 2018.03.12 16:40
나는 국민간식 붕어빵을 좋아한다. 간식으로 최고 아닌가. 동네어귀를 차로 돌아 들어올 때면, 중학교 근처 은행 ATM기계 부스 앞에 있는 붕어빵 노점에서 가끔 사서 먹곤 했다. 천원이나 이 천원어치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붕어빵을 만드는 곳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찾았던 곳이다. 아마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았다. 한번도 부모 같은 어른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아이들이 사라졌다. 겨울이 지나가고 학교가 개학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며칠 전. 다른 곳에 있는 붕어빵을 사기 위해 중심 상가 쪽으로 가 보았다, 그런데 그곳에도 붕어빵 장사가 없었다. 밀가루 값이 올라, 붕어빵 단가가 높아져 수요가 적어졌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현실을 본 것 같았다. 그래도 나같이 붕어빵 마니아가 있는데 어딘가에는 붕어빵 피는 곳이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국민간식 붕어빵 ⓒ 오마이뉴스 강상오


돌아오는 길에 후회와 아쉬움이 몰려왔다. 붕어빵이 천에 두 개인데 때론 '비싼 것 아니야!' '옛날에는 천원에 3개 였는데'라고 생각한 적도 있고, 3천원어치 사면 한 개 더 주는 덤에 마음을 뺏긴 적도 있었다. 후회스럽다. 붕어빵 한 개가 뭐라고....

더더욱 어머니에게 배운 삶의 철학을 실천하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과일을 살 때 만원에 열 개면 한 개를 놓고 아홉 개만 가져오셨던 어머니처럼, 나도  5천원 어치 붕어빵 열개를 사면서, 덤으로 받지도 말고 아홉 개만 가져오든지, 마지막 떨이로 남은 붕어빵을 다 사 주던지 했어야 했다. 너무 너무 후회스럽다. 그 당시는 그런 생각을 못했다. 개탄스럽고, 미안하고, 마음이 좀 불편하다. 나 스스로 모자람을 느낀다.

스쳐가는 다른 생각이 있다. 수년 전, 경희대학교 근처 붕어빵 노점에서 천원에 일곱 개의 붕어빵을 사 먹은 적이 있었다. 경희대나 외국어대 근처 일정을 일부러 더 만들어 붕어빵을 사서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 개수가 많아서 좋아 했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내 인격이 낮아졌던 것 같다. 붕어빵 장사를 하는 분들의 입장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렇게 많이 주면, 이익이 얼마나 남을까? 내가 붕어빵을 사 먹으면, 장사분들 뿐만 아니라 기계 만드는 업자, 밀가루를 파는 상인도 좋은 것 아닌가.

어린학생들이 붕어빵 장사를 했던 곳 ⓒ 나관호


어젯밤, 다시 붕어빵 노점이 있던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혹시.... 그러나 아이들이 없다. 다시 한번 후회와 허전함을 느낀다. 아이들이 덤으로 좀 오래된듯한 붕어빵을 하나 더 줄 때 감사하다며 웃으며 받았던 내 모습이 유치하다.

집사람에게 말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스럽네. 그때 내가 더 많이 팔아줬어야 하는데. 아휴.... 내가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을 못했지?"

"아이들이 어려 보였어요. 다시 나오겠지요. 그때 많이 팔아주세요. 오전 간식으로 먹으면 되잖아요."

붕어빵을 365일 살 수 있는 그런 날을 그려본다. 그리고 기분 좋게 몇 천원어치지만 사면서 웃고 싶고, 덤으로 받지 말고 오히려 한 개를 놓고 오는 그런 날을 상상해 본다. 붕어빵 장사들을 만나고 싶다. 경희대 근처로 가봐야 하나!

덧붙이는 글 나관호는 '좋은생각언어 커뮤니케이션연구소'와 '클;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소장으로 작가,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나관호의 삶의 응원가>운영자로 세상에 응원가를 부르고 있으며, 따뜻한 글을 통해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있다. 또한 기윤실 문화전략위원과 광고전략위원을 지냈고, 기윤실 200대 강사에 선정된 커뮤니케이션 및 대중문화 분야 전문가다. '생각과 말'의 영향력을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와 치매환자와 가족들을 돕는 섬김이로 활동하고 있으며, 심리치료 상담과 NLP 상담(미국 NEW NLP 협회)을 통해 상처 받은 사람들을 돕고 있는 목사이며, '미래목회포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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