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달리는 한국지엠 노사, 해법은 없나

해법은 '양보', 그러나 주체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갈려

검토 완료

최은주(awarehj)등록 2018.04.14 16:32
한국지엠의 노사 갈등이 해소는 커녕 점점 깊어져만 가고 있다. 회사는 부도를, 노조는 파업을 예고했다.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 해결을 위한 전문가들의 해법도 엇갈렸다. 어떤 이는 회사에게, 어떤 이는 노동조합(아래 노조)에게 희생을 요구했다.

GM, 노조가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전략 구상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손을 들게 되는 쪽은 노조일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가 양보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한국지엠이 칼자루를 쥐고 있기 때문에, 노조는 하는 수없이 회사의 패를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의 양보가 있어야 다음 단계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GM이 철수의 책임을 노조와 한국 정부에 돌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근거는 회사가 산업은행의 실사에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실사가 원만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회사에서 사태 파악 및 해결을 위한 논리적인 자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는 쌍용차 사례를 언급하며 GM의 책임 회피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 회사가 정보의 비대칭을 무기로, 한국 정부와 노조의 갈등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정부에서도 정보 제공에는 한계가 있고, 이로 인해 노사와 정부 사이에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이 연구원은 노조와 정부의 갈등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전가를 위한 GM의 노림수라는 것. 그는 우리 쪽 갈등은 GM에게 철수하라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는 "언젠가는 전면 철수인데 그 시기를 결정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GM이 결국에는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접을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도 이는 단지 기간을 연장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봤다. 그는 "GM이 정부로부터 지원이 나오면 더 받아내려 하거나 철수 속내를 드러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가 이같이 분석한 이유는 한국지엠 경영정상화를 위한 단기 대책이 수립돼 있지 않아서다. 그는 "해결방안이 사실상 없는 거로 봐야 한다"면서 "플랜 비(B)를 만들어야 하는데 단기적으로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중장기 계획이 보다 구체적으로 나온다고 해도, 한국지엠은 당장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우선, 회사가 신차를 배정받아도 본격 생산이 되는 시기인 4년 뒤까지 버틸 여력이 없다. 또, 당장 판매세를 회복할 판로도, 팔 신차도 없다. 협력업체들의 생존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자동차는 협력업체가 없으면 생산이 불가한 제품이다. 국내 투자자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한국지엠이 회생하면 이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점유율을 위협하게 된다. 그러니 최대 납품 업체의 심기를 건들일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번 한국지엠의 사태가 1999년부터 시작됐고, 늦어도 2009년에 수술에 들어갔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했다. 그는 "어차피 깨질 판이었고, 단지 빨리 수습을 했어야 했다"며 "대안이 늦을수록 사태는 더욱 복잡하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측, 일방적인 요구안 밀어붙이는 식..한발 물어나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원은 노조의 처지에 대해서는 이 연구원과 목소리를 함께 했다. 하지만 양보의 주체에 대한 의견은 달랐다. 그는 "회사가 협박형 전술에서 물러나 나 노사가 실제로 합의 가능한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몫만큼 회사도 양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가 신뢰할 수 있게 먼저 터놓고 얘기를 하는 게 선후관계가 맞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는 노사 합의 불발의 원인이 사측의 강경한 태도라고 봤다. 한 연구원은 "패를 줬으면 상대방에서도 패가 나와야 하는데 무조건 백기투항하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에서 합리적인 조정안을 만드는 노력을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7차 교섭에서 한국지엠은 노조 측 교섭안에 대한 검토가 미비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요구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연구원은 사측에서 추가로 계획하는 1100억 원의 비용절감은 노조의 복리후생 지원비가 아닌, 경영 정상화 이후 일정 기간의 휴업,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하게 비용절감 가능한 규모라고 분석했다. 또, 본사와의 비합리적인 거래 비용 구조 수정을 통해서도 지출을 아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한국지엠이 12조 매출회사이기 때문에 1100억 원때문에 파산하겠다는 것은 비합리적이다"라고 꼬집었다.

한 연구원은 한국지엠의 경영정상화 국면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한국지엠 사태가 장기화 되기 어렵다"면서 "노사협의가 안되면 부도신청 할 것이기 때문에 이달 안으로 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부도 신청 후 사업 청산에 걸리는 3~4달의 기간 동안 GM이 한국정부의 지원을 최대한 끌어낼 것으로 예상했다.

노조 양보가 한국의 자동차 산업 살리는 길

반면, 산업계에서는 노조의 협의를 바랐다. 김준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정책기획실 실장은 "노조의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호타이어의 막판 노사 타결을 언급하며 "마지막 남은 카드가 노조의 합의"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한국지엠의 잘잘못을 떠나서 한국을 매력적인 사업장으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빨리 협조해서 자동차 산업 생산량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현 상황에서 한국지엠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