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갑작스러운 '회담 무기한연기' 통보, 왜?

전문가들 분석 '당황·불쾌감·경고'..."북한은 최고존엄, 체제 비판 그냥 넘기기 어려워"

등록 2018.05.16 12:32수정 2018.05.1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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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선더 훈련 참가한 F-22랩터북한이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가운데, 16일 오전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 미군 스텔스기 F-22 랩터가 착륙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이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조건으로 요구한 게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다. 그런데 역대 최대인 스텔스 전투기 8대가 온다? 북한으로선 이건 긴장 완화가 아니라는, 그런 입장을 한국·미국에 강력히 전달한 거다." -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위원

"F-22 전폭기가 8대나 뜨고 B-52 장거리 폭격기가 뜨면 북한은 놀란다. 북한으로서는 조금 당황했을 것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북한의 발표는 최근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증언이 본질적인 이유라고 본다. 최고 존엄과 체제(비판) 문제에 대해선 그냥 넘기기가 어렵다. 자신들을 결코 우습게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다." -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16일 새벽, 북한은 한미연합 공중훈련을 이유로 이날 예정돼 있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에 드러난 명시적 이유는 '판문점 선언 합의 위반'이었다. "북남(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전쟁 위험 해소를 위한 공동 노력에 합의했으나, 남조선(한국)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도발로 답했다"라는 입장이다.

북한이 남북고위급 회담의 무기한 연기를 발표한 이유는 뭘까.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정확한 뜻과 의미를 파악 중"이라고 알린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대체로 북한의 '강력한 입장 표명'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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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고위급회담 '무기 연기'... 정부 '당혹'북한이 남북고위급회담을 전격 취소한 16일 오전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새벽 0시30분께 고위급회담 북측 대표단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보내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회담을 '무기 연기'한다고 알려왔다 ⓒ 연합뉴스


조성렬 수석연구위원은 16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발표를 두고 "이건 북한이 '한미훈련이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비핵화 조건으로 건 게 군사적 긴장완화다. 그런데 한미연합 훈련을 해 전투기 8대가 온다는 건, 북한 입장으로선 '긴장완화'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조 연구위원은 이어 북한의 내부적 사정도 이번 '무기 연기' 발표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북미회담에 전체 협상 인력을 투여해, 남북 대화를 병행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회담을 약속했다가 취소한 게 아니라, 이를 병행할 수 없다는 입장 전달을 다소 강력하게 한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로 인해) 북미정상회담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판을 깨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예측했다. "일단 북한 측의 성명이나 담화 발표도, 문답 형식도 아닌 조선중앙통신사 보도라는 점에서 그렇다"라고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설명했다. 북한의 이번 <조선중앙통신> 보도는 성명·담화 등 직접적인 정부 발표가 아니기에, 낮은 수준의 발표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북한이 뭔가 한 번 쯤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본 것 같다"라며 그 이유를 지난 14일 태영호 전 공사의 국회 강연으로 꼽았다. 태 전 공사는 탈북한 전 북한의 고위간부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 북한이 실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태영호 전 공사 비판)이라고 본다"며 "최고 존엄과 체제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그냥 넘기기가 어렵다. 자신들을 결코 우습게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라고 분석했다.

김동엽 교수 "북한의 이번 발표, 자신들을 가볍게 보지 말라는 경고"

이를 북미간 갈등으로까지 해석할 만한 사안은 아니지만, 향후 북미·남북 간 협상 국면에서의 '기선 제압'을 위한 북한의 선제적 행동이라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한국 정부를 향해 "당당하게 행동하되 물밑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중하고 성의 있는 태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 정부가 실수한 것이라고 봤다. 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늘 회담은 어차피 할 수 없게 됐다" "전폭기가 8대나 뜨고 장거리 폭격기가 뜨면 북한은 놀란다. 북한으로서는 조금 당황했을 것"이라며 "이러면 북쪽은 당연히 격한 반응을 보게 돼 있다. 국방부가 이를 좀 줄이자는 얘기를 했어야 하는데 안 했고, 청와대도 방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 건은 크게, 길게 봐서는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본다. 북미정상회담에는 영향을 안 미칠 것 같지만 좋은 건 아니다"라면서도 "북한 반응은 충분히 예상되는 바였다. 이렇게 대대적·위협적인 무기가 동원되는 경우엔 '이건 좀 곤란하다. 지금 북미정상회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국방부가 미 국방부와 얘기를 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제 북한도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됐다"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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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하는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이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고위급회담을 무기 연기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고 회담에 나올 것을 촉구하는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로 인해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썬더'(Max Thunder)의 규모나 일정을 축소·연기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월 6일 대북특사단 귀환 직후 발표를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알리는 한편, 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이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 (다만) 한반도 정세가 안정으로 진입하면 한미훈련도 조절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게 그 골자였다. 

다만 북한이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가운데, 장거리 폭격기인 B-52가 25일까지 진행되는 맥스썬더 훈련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같은날 오전 각자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논의를 위해 긴급히 회동했다.

[관련 기사]
북, 고위급 회담 무기연기 통보… "한미 맥스썬더 훈련, 도발"
미 전략폭격기 B-52, 맥스선더 불참… 송영무-브룩스 긴급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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