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남성 화장실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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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skmotors)등록 2018.06.03 16:47
민주주의의 정신은 자유, 평등 사랑이다. 여기서 평등과 사랑은 이성적 자유의 항유에서 비롯된다. 이성적 자유는 "선한 목적, 즉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고 공동체의 규율을 파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내 마음대로 행위하는 것"이다. 나만의 이익을 위해 이 두가지 전제조건을 파괴해 버리면, 타인에게 손해를 끼질뿐만 아니라 공동체에도 상당한 위해를 가하게 된다.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든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발생하든, 긴급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스스로 자유를 파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뜻하지 않게 마산에서 거제를 거쳐 대구로 여행을 하게 되었다. 거제도에서는 지인의 부친상 문상이 있었고, 다음날 오전 대구에서 학술세미나가 있어서 저녁 5시쯤 이동해서 대구서 숙박하기로 했다. 저녁 7시쯤 현풍 휴게소에 들렸다. 볼일도 보고 고픈 배도 채울 생각이었다. 일단 화장실로 향했는데, 볼일을 보는 도중 우리의 눈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남성 1인당 여성 1명을 부축해서 남성화실에 들어와서 여성이 볼일을 보고 남성이 화장실 문앞에서 보초를 서는 것이었다. 어림잡아 8쌍 정도 되어 보였다.

우리 일행 중 하나가 여성에게 다가가서 "여기서는 남성 화장실입니다"라고 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분이 큰소리로 말했다. "여성 여러분 여기는 남성 화장실입니다. 나가주세요" 그러나 함께 온 남성들이 우리 일행을 애워싸고 욕을 하기 시직하더니 급기야 팔로 밀치고 때리려고 하면서, "야이 양반아 급하면 아무데나 가서 볼일을 보면 그만이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라고 윽박질렀다. 구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또다른 일행 한분이 말려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야이 X새끼야 그기서. 확 죽였뿐다"

남성이 여성을 에스코트해서 남성화장실에 데리고 들어온다? 일단 불법이다. 의도는 물론이고 실수라도 공중화장실에서 성별이 다른 화장실에 들어갔을 때 퇴거요구를 받고도 응하지 않는 사람은 1년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 다른 성이 이용하는 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는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넘어서는 성범죄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여성을 남성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간 남성은 어둡잖은 배려심으로 여성이 범법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남성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과 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남성은 이렇게 항변했다. "야이 x새끼야 생리현상이 급하면 아무데나 들어가면 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여성의 생리현상이 성폭력 범죄보다 우선시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자유는 어떠한 경우에도 타인의 자유를 침범해서는 안된다. 게다가 '남녀구분의 화장실 사용'이라는 사회적 약속도 깼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도 어겼다. 용변이 급했다면 여성 화장실에서 다른 여성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관리인에게 요청하여 남성을 퇴거시키고 볼일을 봐야 했다.

일단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여성의 용변칸이 부족하다. 이 문제는 수차례 지적되었으나 개선되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밖에 임시화장실이라도 설치하여 여성의 불편함을 덜어주어야 한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스스로 준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날 보았다. 남성 화장실에 들어온 남녀 모두 술에 취해 있었고, 무슨 산악회라고 적인 관광버스 안에는 빈 맥주병이 있었다. 여행 전 혹은 여행 중 술을 마시면 소변이 급해질 수 밖에 없다. 자제하거나 출발 전 미리 볼일을 보는 등 생리현상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거나 공동체의 규율을 어기면, 평등과 사랑이 날아갈 뿐만아니라 사회관계마져 무너진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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