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눈빛' 신지예의 586 세대교체론
"혐오 발언 김문수 만큼은 이기고 싶다"

[인터뷰] "벽보 훼손은 평등에 대한 공격", 그의 2018년 'I Have A Dream'

등록 2018.06.10 21:01수정 2018.06.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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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 안암역 앞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나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아무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라며 “시대에 억압 받는 모든 존재들, 약자들 모두를 대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6월 5일 오후 2시, 고려대학교 인근 안암역 3번 출구 앞.

지지자 : "언니, 괜찮으세요? 얼굴 벽보가 뜯기고 눈이 막 파이고 그랬던데... 혹시 누가 언니한테도 해코지 하면 어떡해요..."
신지예 : "아이고... 괜찮아요. 그럴 일 없을 거예요. 이렇게 다들 걱정해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28℃를 웃도는 땡볕 더위에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주변으로 여성 지지자 10여 명이 모였다. 신 후보의 선거 포스터가 동시다발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터였다. 지지자가 모여 후보의 신변을 걱정하는, 선거 유세 현장에선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한 지지자는 격려의 뜻으로 미리 준비해온 장미 한 송이를 신 후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신 후보가 당당한 표정으로 유권자를 응시하도록 연출된 벽보 포스터는 소셜미디어 상에서도 입길에 올랐다. 영화 <부러진 화살>로 알려진 박훈 변호사는 "아주 더러운 사진을 본다, X시건방지다"라고 해 논란이 일었고, 결국 게시글을 삭제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이 그런 눈빛을 갖고 있다는 것에 불편함이나 위협감을 느끼시는 분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오마이뉴스>가 5일 고려대 주변 카페에서 신 후보를 만났다. '그런 눈빛'을 가졌다지만 신 후보는 인터뷰 내내 잘 웃었다. 카리스마를 부각한 포스터 속 철제 안경을 그대로 쓰고 있었지만 안경 너머의 눈매는 날카롭다기보단 둥글었다. 신 후보는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면서도 "OO님은 식사하셨어요? 샌드위치 같이 먹어요"라며 수행원을 살갑게 챙겼다.

그러나 "정치는 욕망을 통제하는 기술" "페미니즘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것"이라고 힘줄 때는 날선 무언가가 그 부드러운 눈매를 뚫고 나오는 듯했다. 신 후보는 말을 할 때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는 버릇이 있었다. 지지자들에게도 일일이 눈을 맞추며 배꼽인사를 했다.

"선거운동 한 달만 더 했으면... 벽보 훼손은 전형적인 백래시"



- 유세 일정이 빡빡하다.
"오히려 선거운동 기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웃음). 사실 저희 같은 소수 정당들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외에 유권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5월 31일 이후 벽보가 붙여지고 팸플릿이 나가는 걸로 유권자들에게 첫 인사를 드리는 셈이다. 실제로 그날 이후 많은 분들이 응원을 보내주고 계시다. '현수막이랑 포스터, 벽보를 봤는데 나랑 같은 생각이더라'면서 녹색당 당원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분들께서 지지해주시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가 몸으로 조금씩 체감된다. 한 달만 더 했으면 좋겠다(웃음)."

- 소수 정당이자 원외 정당으로서 어려움이 있겠다.
"선거가 한 달 정도 남으면 집중적으로 각종 여론 조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벌써 이때부터 소수 정당은 배제되는 거다. 유력 정당과 유력 후보만 관리되니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저희는 돈이 없어서 유세차도 딱 하나만 쓰고 있다. 저 보라색 트럭... 저거 하나로 서울을 계속 돌고 있다(웃음)."

여성운동을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꼼꼼히 칠을 한 포터형 트럭 유세차에는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8 신지예'라고 쓰여있다. 단 한 대뿐이라는 유세차의 번호판은 88러△△△△.

- 기탁금이나 선거 비용들을 후원금으로 모으고 있더라.
"기탁금 5000만 원뿐만 아니라 선거 유세비 모두를 다 후원금으로 마련했다. 저희가 돈이 없어서... 녹색당엔 원래 선거 원칙이 모든 선거 비용을 당이 함께 마련한다는 기조가 있다. 보통의 정당들은 후보로 공천받을 때 공천비를 따로 내지만 그런 것도 전혀 없다. 돈 없는 사람도 당의 선수로서, 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잘 활동할 수 있게끔 당이 지원한다. 지금까지 1억5000만 원 정도 모았고 3000만 원 정도만 더 마련하면 된다. 내 비용만이 아니라 서울 지역 후보님들이나 비례후보님들 것까지 모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에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걸 실감한다. 기탁금 5000만 원은 물론이고 공보물만 5000만 원, 현수막은 1000만 원이다. 그마저도 현수막은 한도가 있어서 800개 조금 넘게 달 수가 있는데, 저희는 돈이 없어서 200개 밖에 못 달았다. 200개 다는 데만 1000만 원이다. 공보물도 돈이 많이 들어 한 장짜리로 제작했다. 그 한 장짜리 보내는 데에도 5000만 원이 든다. 게다가 한 장이면 두 페이지를 쓸 수 있지 않나. 근데 선관위에서 두 번째 페이지에는 꼭 후보자의 정보로만 채워야 한단다. 만약 선거법에 그런 규정이 있다면 그 비용은 후보자가 아니라 선관위에서 내야 하는 것 아닌가. 선거법에도 부조리한 게 많다."

사전 질문지와 원고 없이 인터뷰가 계속됐다.

- 어렵게 마련한 홍보물들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벽보를 보면 많은 내용이 적혀있지 않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신지예, 기호 8, 녹색당'. 이게 다다. 거기에 분노를 느끼셔서 현수막을 훼손한 것 같은데, 제가 판단하기로는 명백한 페미니즘에 대한 공격이다. 페미니즘이란 시대적 가치에 대한 공격. 평등을 원하는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라고 읽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강남 쪽에선 한 번 떨어진 걸 다시 붙였는데 또다시 뜯겨진 것도 있었다. 백래시(Backlash, 반격·반발)라고 볼 수 있다. 담뱃불로 포스터의 눈을 지지거나 눈 부위만 파거나 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박훈 변호사님께서 페이스북에 올리신 글을 보면, 사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공격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이 그런 눈빛을 갖고 있다는 것에 불편함이나 위협감을 느끼시는 시민분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감정을 느끼시는 분들이 분노에 못 이겨 벽보를 훼손하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어쨌든 이건 명백한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중대한 사항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 후보는 지난 6일 수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인 한 명에 대한 유례없는 선거벽보 훼손 사건은 20대 여성 정치인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인 신지예 후보를 상대로 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며 경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벽보 훼손 27건 가운데 수서경찰서 관할 지역인 강남구에만 21개의 벽보가 훼손됐다.

"성차별 있는 곳엔 예산 1원도 안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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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하겠다며 두 팔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란 슬로건을 내세웠다. 구체적인 페미니즘 공약 한 가지만 소개한다면.
"이번에 성평등 공약이 매우 잘 준비됐다. 공약 중 하나가 '성폭력 성차별 현장에는 예산 1원도 쓰지 않기'다. 서울시는 매해 30조 원 이상을 갖는 거대한 지자체다. 이 엄청난 예산을 집행할 때 성폭력과 성차별이 없는 곳에만 예산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 구체적 방안으로 성평등 이행각서 정책이 있다. 예산 집행 시, 혹은 위탁 용역 지원 사업 시 민간단체들에게 성평등 이행 각서를 쓰도록 하는 것이다. 성평등 이행각서의 내용에는 성평등 교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 성평등한 조직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성폭력 예방 혹은 2차 가해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 등이 담겼다.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그 조직에서 어떻게 처리하고 피해자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한 메뉴얼을 촘촘하게 짤 수 있도록 이행 각서를 쓰게 하겠다. 또 이행각서를 잘 지킨 민간 기관들은 따로 성평등 일터 인증을 해서 인센티브를 주거나 서울시 용역 위탁 사업에서 우선 순위를 두겠다.

서울시 자체를 어떻게 성평등한 조직을 만들 것이냐에 대한 해답도 갖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4급 이상 개방직 직위의 여성 비율이 현저하게 낮다. 8급 등 하위직은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비등한데, 4급 이상으로 올라갈 수록 남녀 비율이 거의 4배씩 차이가 난다. 개방직 직위부터 여성 50%를 채울 수 있도록 공개 채용하겠다. 또, 성별 임금격차를 공시하겠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모든 민간 영역의 성별 임금차를 고시하는 것이다. 그런 메시지들이 동일노동·동일임금에 대한 서울시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돌봄 정책에 대해서도 손볼 부분이 많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돌봄이 여성에게만 전가되는 문제들이 있다. 그러나 사실 아빠한테도 자기 아이를 돌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남녀 모두 평등하게 돌봄자가 될 수 있도록 서울시부터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도록 하겠다.

박원순 시정 아래에서는 육아 휴직 전체 사용자 중 남성의 비율이 13%밖에 안 된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게 아직 굉장히 특이한 일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이다. 저희는 그걸 의무화하려고 한다. '독방육아 방지조례'를 만들어 남성들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고, 더 중요하게는 육아 휴직을 쓰고 나서도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육아호봉제를 인정할 예정이다. 육아휴직을 남녀가 공평하게 썼을 때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공약도 있다. '파파 쿼터제(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는 물론, 출산 후 육아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보장하겠다. 서울시가 앞장 서서 모든 이들이 돌보는 이가 될 수 있음을 제도적으로 보여주겠다."

정책 공약 한 가지만 부탁했지만 답변이 끊이지 않았다.

"또 젠더건강 센터라는 것도 있다. 지금 서울시 산하에 보건소가 25개, 시립 병원이 4개 있다. 여기에 젠더건강 센터를 설치하겠다. 이를 통해 초경 전부터 완경 후까지 여성들에 대한 피임교육은 물론 성교육, 임시중지에 대한 여성의 심리 건강지원을 실시하겠다. 또 현재 공공의료 시스템에서 계속해서 배제되고 있는 이주민 여성과 이주민 자녀들이 보건소에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성소수자분들이 커밍아웃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없는 것도 문제다. 보건소에서 안전하게 커밍아웃 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내에 계시는 의료인들에게 성평등, 젠더 감수성 교육을 계속 실시해 성소수자들이 철저한 안전 속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물론 장애 여성 또한 함께 포함된다.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인정한 미프진도 구비할 예정이다. 현재 낙태죄 폐지 여부가 우리 사회의 화두 중 하나인데, 미프진이란 약은 바로 그 낙태죄 때문에 국내에 전면적으로 도입되지 못한 약이다. 이걸 보건소에서부터 구비할 예정이다."

"박원순? 개인의 문제 아니라 세대적 한계"

- 페미니즘 정책의 관점에서 박원순 시정 7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저는 박원순 시장은 386세대에서 나올 수 있는 아주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아주 훌륭하게 시정을 돌보셨다. 그러나 저는 그분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중 한 가지는 이 세대는 민주화를 이룩하신 분들이기 때문에 실제 민주주의 안에서 교육을 받아보거나 살아본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것이 진짜 민주주의인지, 그 감각이 살아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그런 점이 발견되냐면, 예컨대 작년의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 같은 거다. 서울시가 숙의 민주주의의 원리로 진행한다면서 주최한 토론회에는 3000명의 시민이 모여서 3시간 동안 토론을 했다. 3000명이 3시간 토론한다는 게 가능이나 한 얘기인가. 새로운 정책이 발견되기는커녕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내기조차 어려운 형식이었다.

사실 이런 점은 문재인 정부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시민 공론화위를 만들어 시민들 500명을 모아 3개월 동안 토론하게 했다. 그 과정이 너무 급박했다고 본다. 8월부터 10월까지 공론화위를 열었는데 정부는 7월에야 공표했다. 처음 해보는 공론화위인데도 시민들이 이 사안을 어떻게 잘 이해하고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교육 받아 의견을 내고 토론할 지는 고민하지 않고 너무 성급하고 발 빠르게만 진행한 것이다. 이런 면이 아쉽다.

박원순 시장 정책 중 또 문제적이라고 보고 있는 건, 자꾸 정상 가구를 상정해두고 정책을 펼친다는 점이다. 지금 청년들은 어떤 정책적인 요구를 받고 있다. 어서 취업하고 결혼해서 애 낳으라는 거다. 이걸 계속해서 정책이 이끌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서울시는 20대 청년 세대주가 돈을 빌리는 것보다 신혼부부가 대출 받는 것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그래서 서울시의 주거, 주택 정책들을 보면 신혼 부부가 20대 세대주나 청년 세대주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결혼해야 지원해주겠다는 식이다. 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도 신혼부부 아니면 청년 1인 가구 뿐이다.

하지만 지금 청년의 삶은 얼마나 다양한가. 비혼주의자도 있고 동성 커플도 있고, 친구와 함께 사는 사람들도 있다. 이 다양한 이들의 삶을 정책 안으로 포섭시키는 게 아니라, 시민의 삶을 정책에 끼워 맞추려는 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잘 돌아갔다면 진작 바뀌었어야 하는 패러다임이다. 이건 박원순 시장이 잘못했다기 보단 정말 세대적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민주주의를 펼쳐나가는 건, 그들 다음 세대의 정치에서 가능한 게 아닐까."

27세. 최연소 광역단체장 후보인 그는 박원순 후보는 물론 김문수·안철수 후보까지 모두 비판하며 세대 교체론을 주장했다.

"386은 586이 됐고 이 586들이 정부, 국회, 지방의회, 시청에 다 자리잡고 있다. 그들이 펼치는 정치를 보면 평등이나 인권에 거의 다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외치는 게 있다. 바로 개발 사업이다. 김문수, 안철수, 심지어 박원순 후보까지 이번에 모두 지하화 사업을 주창했다. 이걸 보면 어떤 걸 더 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거다.

이게 586 정치의 한계다. 586 정치를 벗어나서, 이제 한국 사회가 성장과 개발만 중시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올릴 수 있을지, 그리고 모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지에 대해, 정치권이 답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이번에 페미니스트를 자임하고 후보로 나온 이유도 그거라고 생각한다."

- 세대 교체를 말하는 건가.
"패러다임이 전환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 패러다임은 박정희 때 시작됐다고 본다. 경제성장 제일주의가 개발로 이어지면서 잘못된 난개발, 약자에 대한 배제가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걸 바로잡는 패러다임은 평등, 그리고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저희가 여성뿐만 아니라 세입자, 자영업자, 성소수자, 청년 등 모든 약자들과 비인간 동물들까지 정책적으로 호명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문수? 정치하지 말아야... 안철수? 기술혁명은 사회 비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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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어떻게 보나.
"김문수 후보는 정치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 후보가 내뱉은 혐오 발언만 들어봐도,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것만으로도 감옥에 가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동성애가 에이즈를 발병시킨다는 건 이미 끝난 일이고 의료계에서도 전혀 사실 무근으로 결론 난 얘기였다.

근데 그걸 서울시장 후보라는 사람이, 자유한국당이란 제1야당의 대표 정치인으로 나와서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도 않고 혐오를 부추기는 것이다. 굉장히 문제적이다. 정치인으로서 책임 의식이 있다면, 응당 소수자들을 대변하는 것이 정치의 과업이고 본분이다. 본인이 그렇지 못하다는 면에서 더 이상은 정치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김 후보만큼은 선거에서 이기고 싶다."

- 안철수 후보는.
"안철수 후보는 좀... 안타깝다. 안 후보 말을 들어보면 온통 4차산업혁명 얘기뿐이더라. 본인께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기술을 써서 우리 사회를 바꾸겠다고 하시는데, 그건 정말 과학자와 민간 업체의 영역에서 해야 하는 일들이다.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기술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안 후보 말대로 서울의 비전이, 한국의 비전이 4차산업혁명에 있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다. 저는 정말 묻고 싶다. 지금 필요한 게 그저 기술이냐고. 정말 4차 산업혁명이냐고. 아니면, 우리 사회에서 지속되는 개발과 끊임없이 지하 도로를 파내 가려는 이 사회의 욕망을 조절하려는 것인지 말이다. 저는 당연히 제대로 된 정치라면 후자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라 함은, 민주주의라 함은, 자기 통제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자기'라고 하는 건 민주주의 사회, 우리 사회다. 우리 사회의 가장 끝없는 욕망은, 예컨대 '어떻게 하면 돈을 벌 것인가'다. '어떻게 하면 갑이 될 거냐'에 대한 욕망들이다. 그런데 정치는 갑이 되지 못한 사람들, 을들의 편에 서서, 우리 사회 소수자의 편에 서서 이들의 인권이, 이들의 권리가 침해 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권력과 기득권층이 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욕망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잘못들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정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민주주의를 정의 내린 것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을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돈이 있든 없든, 학벌과 직업이 어떻든, 모두가 배제되지 않는 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페미니즘하면 성차별이나 가부장적 시스템을 전복시키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있는 가장 뿌리 깊은 차별이 바로 성차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물론 거기에 주목하고 있지만, 더 넓은 시선에서 보면 페미니즘은 차별와 위계를 없앤다는 사상이다. 제가 꿈꾸는 '눈부신 평등의 서울'과도 가장 맞닿은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녹색당이 생태주의 정당인데 왜 페미니즘을 얘기하냐고 하시더라. 그러나 저는 생태주의야 말로 여성주의와 가장 많이 맞닿아있는, 또 같지만 다른 이념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생태주의 안에 페미니즘이 들어가는 걸 수도 있겠고 페미니즘 안에 생태주의가 들어갈 수도 있겠다. 생태주의는 다양한 종들이 다채롭게 어울려 사는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페미니즘 또한 그렇다. 다양한 존재들이 자기 존재 그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 미투 운동부터 낙태죄 폐지 시위, 혜화역 시위, 상의 탈의 시위 등 페미니즘 이슈가 뜨겁다.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 이후 일련의 움직임들은 결국 여성들이 자기가 느꼈던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였다는 걸 깨달아간 과정이었고 생각한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백래시의 고통을 받고 있다. 예컨대 은하선 작가의 강의가 취소된다거나 여총(총여학생회) 퇴진 요구가 일어나는 것들을 보면 오히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있음이 드러난 거라고 본다. 그럴수록 굴복하지 않고, 여성분들이 너무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으면 좋겠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들고나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회의 변화가 멀지 않았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난 죽기 전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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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가 5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앞 유세에서 유권자들의 사진 요청에 흔쾌히 응하고 있다. ⓒ 유성호


신 후보의 답변이 끊기지 않자 옆에선 다음 유세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고 보챘다. 어느덧 마지막 질문이었다. 여성 정치인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를 물었다.

"저는 저희 어머니, 저희 할머니를 보면서 우리 사회 여성들이 얼마나 억압받는지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보고 느끼고 자랐다. 저희 어머님이 이혼을 하셨다. 그래서 한 부모 가정의 엄마로서 두 아이를 키워냈는데, 그것 자체가 굉장히 고난의 과정들이었다. 여자가 혼자 산다, 이혼했다, 아이를 키운다, 이런 끝 없는 편견에 하루 하루를 싸우면서 사셨던 것 같다. 그렇지만 지금도 당당하게 일하시면서 사신다."

신 후보의 목소리가 처음, 조금씩 떨렸다.

"저는 이런 사회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꿈을, 아주 어렸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다. 지금 얘기되고 있는 성차별이나 성폭력이나 미투 운동은, 실은 너무 당연한 이야기들이다. 성폭력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고, 성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다만 너무나 뿌리 깊게, 마치 관습처럼 박혀있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들이 굉장히 많은데, 저는 페미니즘 정치, 페미니스트 정치인이 어디까지 세상을 바꿀 수 있는지를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

제가 꿈꾸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는, 이렇게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소수자든 아무도 차별 받지 않는 사회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해서 여성만 대변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성을 대변하지만, 오히려 여성으로서 시대에 억압 받는 모든 존재들, 약자들 모두를 대변하고 싶다. 그 안에 가진 것 없는 이들, 장애인들, 성소수자들, 이주민들, 동물들, 소수자들이 들어있는 이유가 그것이다.

저는 죽기 전에, 페미니스트 유토피아를 보고 싶다. 죽기 전에, '우리 사회가 성적인 차별이 정말 없구나' 그리고 '누구나 존재 그대로 살 수 있구나'라고 다들 느끼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몇십년 지나면 이랬으면 좋겠다. '야, 2018년도에는 미투 운동이라는 게 있었대' '글쎄 성차별이라는 게 있었대' 하고 기억할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치인으로서 저도 그런 과정에 최대한 일조할 생각이다."

- 이번 선거에서 정한 실질적인 목표가 있을까.
"외부로는 지지율 5%라고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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