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진주' 깔린 아름다운 바다, 거제에 있다

[지금 거기에 가면 34 - 여름휴가는 대한민국에서②] 거제도 동부 해변

등록 2018.06.18 15:40수정 2018.06.18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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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해수욕장 거제도의 대표적인 가족 해수욕장. 파란 바다와 고운 모래, 완만한 경사, 적당한 수온 등 해수욕 여건이 모두 좋은 곳이다. ⓒ 홍윤호


여름에 국내 여행을 가시라고 권하면, 많은 이들이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해외여행 비용과 별 차이 나지 않는 비용 때문에 차라리 해외로 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핑계'에 가깝다. 그냥 해외여행 가고 싶어 해외로 가는 것인데, 굳이 이미 과거의 일이 된 국내 관광지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러니까 해외로 나간다'는 이유를 대는 경우가 많다.

여름 피서철 피서지 물가가 일시적으로 오르는 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그 차이는 상당히 많이 줄었다. 게다가 숙박시설의 예약제가 정착돼 가고, 먹고 마실 것들을 미리 준비해서 가져가거나 현지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현지 비용 부담도 줄었다. 그리고 예전처럼 피서지 상인들이 무턱대고 바가지요금을 들이밀지는 않는다. 그랬다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문이 퍼져 영업에 타격을 받는다.

무엇보다 여름 한철에만 일시적으로 관광객이 몰리는 현상이 과거보다 많이 완화돼 지역 상인들도 '한탕'보다는 지속적인 수익과 이미지 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인다. 유명한 관광지일수록 더 그렇다. 지자체도 자기 지역의 관광 사업 활성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인다.

따라서 과거의 한탕이나 바가지는 많이 줄었다고 보면 된다. 더구나 이것저것 준비해서 가면 그럴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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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해수욕장 전망대의 외국인들 구조라해수욕장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길에 전망대가 있다. 바다를 즐기는 건 어느 나라 사람들이나 같은가 보다. ⓒ 홍윤호


그러니 올 여름에는 말 잘 통하는 대한민국으로 휴가를 떠나보는 건 어떨까. 편안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편리한 소통, 준비물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즐겨 보자. 알고 보면 이 땅에도 좋은 곳 많다. 

거제 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과 구조라해수욕장   

우리나라에서 섬이 하나의 시(city)인 경우는 거제도가 유일하다. 전체 면적은 약 378㎢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 다음으로 큰 섬이다.

거제 해금강과 외도, 바람의 언덕 등 명소가 많았지만, 특히, 부산과 거제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 개통 이후 부산, 울산 사람들의 거제도 방문이 늘면서 여름철 해수욕장도 더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해운대해수욕장처럼 사람들로 빽빽하고 북적댈 정도는 아니라서 충분히 개인 공간을 확보하고 바다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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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 길이는 500m 정도로 아담하지만, 깨끗하고 맑은 바다와 조용한 분위기가 좋다. ⓒ 홍윤호


거제도의 바다를 즐기려면 1순위로 갈 곳은 동부 해안이다. 장승포에서 여차 해안에 이르는 동부 해안은 해안을 따라가는 도로로 모두 통한다. 그저 창문을 열고 바다를 보며 달리기만 해도 좋은 구간이다.

이 구간에 자리한 해변들은 제법 지명도도 높지만, 그렇다고 혼잡할 정도는 아닌, 적당히 사람이 많은 해안이다. 사람도 풍경이 되는 아름다운 바다를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해변 네 곳을 소개한다.

두 곳은 모래가 좋은 해변이고, 나머지 두 곳은 주로 몽돌이 깔린 해변이다.

장승포에서 거제 해금강을 향해 해안을 따라가면 모래가 부드럽고 좋은 해수욕장 두 곳을 만난다. 하나는 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이고, 하나는 구조라해수욕장이다.

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은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해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들어앉은 해수욕장으로, 물이 맑고 바다가 잔잔하다. 백사장 길이는 500m 정도지만, 폭이 100m 정도가 되어 고운 모래가 발에 밟히는 감촉을 오래도록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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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 혼잡하거나 사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해수욕장이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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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 호리병 모양으로 쏙 들어간 해안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어 물이 맑고 물결이 잔잔하다. ⓒ 홍윤호


와현(臥峴)이라는 이름은 중국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라고 보낸 서불이 지친 몸을 눕혀 쉰 곳이라는 전설 때문에 붙은 명칭이라 한다. 하지만 20~30년 전만 해도 이런 전설은 없었으니, 이는 근래에 이 해변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설인 듯하다. 와현의 이름에 고개 현(峴) 자를 쓰고 있으니, 북쪽 일운면 지세포로 넘어가는 고갯길에 붙여진 이름이라 보는 게 맞겠다.

아늑한 소나무숲과 작은 수변 공원, 뒤편에 형성된 펜션과 민박촌의 규모도 적당해 부담 없이 바다를 즐기고 갈 만한 편안한 해변이다. 명성 높고 사람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속 있는 피서지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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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해수욕장 여름을 즐기는 거제도의 대표적인 피서 해수욕장. ⓒ 홍윤호


거제도에서 질 좋은 모래가 깔리고 바다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 구조라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은 길이 1.2km, 폭이 30m 정도인데, 모래가 부드러우며 바다가 맑고 깨끗한 데다 해변 옆에서 바다로 툭 튀어 나온 수정봉이 거센 물결을 막아 주는 역할을 해서 대체로 물결이 잔잔하고 수심이 완만하다. 또 수온이 적당해 좋은 해수욕장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 

앞바다에 떠 있는 윤돌도와 멀리 보이는 외도 풍경도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게다가 주변에는 낭만적인 펜션을 비롯한 숙박시설이 잘 발달해 있다. 초록빛 바다는 하늘과 땅과 마을과 잘 어울린다.

해수욕장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도로에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거제도 일대의 해안과 해수욕장 풍경이 인상적이다. 거제도의 모든 해수욕장들 중에서 모래가 가장 부드럽고 질 좋은 곳이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가족 휴가에 가장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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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라해수욕장 물이 깨끗하고 경사가 완만하여 아이들과 함께 가는 안전한 해수욕장으로 좋다. ⓒ 홍윤호


여행 정보

* 주소: 거제시 일운면 와현해변길 1 (와현 모래숲 해변 해수욕장) / 거제시 일운면 거제대로 2056 (구조라해수욕장)

* 주차장은 와현의 경우 약 100대, 구조라의 경우 200대 수용 가능. 두 해수욕장 모두 해안을 따라 도로가 나 있는데, 이곳 길가에 차를 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면 주차장에 대도록 한다. 샤워장, 급수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장승포에서 구조라에 이르는 해안 길에는 횟집도 곳곳에 있지만, 피서 온 김에 다양한 '맛'도 즐기고자 하면 장승포에 가는 것이 좋다. 전통의 해물뚝배기집이 있는가 하면, 무한 리필로 유명해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온 게장 집을 비롯해 멍게 비빔밥, 성게 비빔밥, 해물 철판 전골 등을 맛깔나게 내는 집들이 많다.

* 숙박시설의 경우 전문 예약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인터넷에서 각각 '거제도 와현 펜션'이나 '구조라해수욕장 펜션'을 검색하면 여러 펜션과 숙박시설들이 나오니 찾아보고 예약한다.

* 가는 법 : 자가용으로는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 종점이나 통영에서 거제도 건너 14번 국도→고현→장승포→지세포를 지나면 와현과 구조라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는 버스 편이 비교적 편리하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고현에서 22번, 22-1번, 23번, 23-1번 시내버스 등을 이용하면 와현 입구와 구조라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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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몽돌 해변 오랫 동안 파도에 씻기고 다듬어지면서 둥글둥글해진 몽돌이 해안 전체에 깔려 있다. ⓒ 홍윤호


거제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여차 몽돌 해변

구조라 해수욕장에서 남쪽으로 길을 재촉하면 학동에서 해금강 진입로, 여차 해변으로 이어진다. 바다는 깊어지고 해안에 붙은 산세도 가파르며 높아진다. 

멀리 외도를 바라보며 활처럼 긴 해안을 이어가는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은 국도변 요지에 자리한 탓에 한여름이면 제법 많은 피서 인파들로 북적거린다.

몽돌은 해안에 깔린 돌들이 오랫동안 파도에 씻기고 다듬어지면서 어느 곳 하나 모난 데 없이 크기도 비슷하게 동글동글해진 돌이다. 따라서 어느 계절이든 안심하고 맨발로 걸어 다닐 수도 있고, 잘 밟고 다니면 지압도 되는 해안이다.

학동의 몽돌은 약 1.2km에 걸쳐 있다. 하얀 거품을 머금은 파도가 밀어닥치면 몽돌은 파도에 이리저리 밀리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낸다. '쏴아' 하고 파도가 밀려 나가면 몽돌들은 바로 저희들끼리 부대끼며 자그락거린다. 어떻게 이런 청명한 소리를 낼까. 아무리 들어도 지루하지 않은 싱싱한 자연의 합창이다.

끊임없이 위치가 바뀌는 이 몽돌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색깔조차 거의 다 검은색 계통이다. 그래서 '흑진주'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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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몽돌 해변 파도가 들어왔다 나가면 몽돌들은 저희들끼리 부딪히며 자그락자그락 소리를 낸다. ⓒ 홍윤호


거제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은 14번 국도가 끝나는 저구리에서 1018번 지방도로가 거제도 최남단의 해안을 한 바퀴 빙 둘러가는 길이라는 평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인정한다.

차량이 다니는 포장도로가 아닌, 주로 시멘트길과 비포장길로 이어진 이 코스는 길이가 약 7.5km에 이르는데, 거제도 최고의 비경이라 할 만한 인상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특히, 여차에서 홍포 무지개마을에 이르는 3km의 길은 오염되지 않은 절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숨은 드라이브 코스 혹은 걷기 코스가 되기도 한다.

코스가 시작되는 여차 몽돌 해변은 학동과 같은 종류의 몽돌 해변이다. 그런데 여차 해변의 몽돌은, 과장하자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깨끗하고 깔끔한 몽돌이다. 파도에 씻기는 몽돌들의 구르는 소리가 마치 저희들끼리 재잘거리는 소리처럼 귀엽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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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 몽돌 해변 서쪽 산 등성이, 홍포 가는 길에 올라 내려다본 여차 몽돌 해변 풍경. 잊기 힘든 경관이다. ⓒ 홍윤호


그래서 이 해변은 해수욕보다 풍경 감상에 더 좋은 곳이다. 여차 해변을 알고 찾아올 정도면 보통 거제도 오기 전에 거제도의 명소를 많이 찾아보았거나, 과거에 와 보고 풍경에 반했기 때문에 다시 온 경우가 많다.

해변 마을을 지나 언덕 위 길을 따라 전망대에 올라가면, 가파른 절벽에 간신히 만들어놓은 길, 그 끝에서 내려다보는 여차 해안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반달처럼 휘어진 해안과 멀리서도 보이는 검은빛을 띤 몽돌, 새파란 물감처럼 깔린 바다, 그 사이로 하얗게 물살을 가르는 배, 모두 멋지다.

이곳 여차에서 홍포에 이르는 길에서는 멀리 수평선과 소병태도, 대병태도, 가왕도, 어유도, 매물도 등의 수려한 섬들을 한눈에 전망할 수 있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끔 풀숲에서 튀어 나오는 고라니들과 눈이 마주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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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차~홍포 가는 길 여차 몽돌 해변에서 홍포로 가는 길은 여전히 비포장길이다. 이 길에서는 남해 바다의 진면목을 싫증나도록 감상할 수 있다. ⓒ 홍윤호


여행 정보

* 주소: 거제시 동부면 학동6길 18-1(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 거제시 남부면 여차길 22(여차 몽돌 해변)

학동 몽돌 해변은 주차장 200대 이상 수용 가능. 샤워실, 탈의실, 급수대, 화장실 모두 갖춤. 여차 몽돌 해변은 100여 대 주차 가능.

*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 쪽에 생선회와 해물 요리, 게장, 물회를 내는 집들이 여럿 있다. 특히, 한약재를 넣어 만든 한방 물회는 특이한 별미이니 한번 먹어 보는 것도 괜찮다. 게장도 먹을 만한 집들이 있다.

* 숙박시설의 경우 학동과 여차 모두 다양한 종류의 펜션과 민박 시설들이 있다. 전문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하거나 인터넷에서 각각 '학동 몽돌 해변 펜션', '여차 몽돌 해변 펜션'을 검색해서 나오는 다양한 숙박시설들을 찾아보고 예약한다.

* 가는 법 : 자가용으로는 대전 통영 간 고속도로 종점이나 통영에서 거제도 건너 14번 국도→고현→장승포→구조라를 지나 계속 가면 학동, 1018번 지방도로로 이어 가면 여차에 닿는다. 대중교통으로는 학동의 경우 장승포에서 약 1시간 간격으로 시내버스가 간다. 여차의 경우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시외버스터미널이 있는 고현에서 53번, 54-1번, 55-1번 버스 등을 이용, 저구에 가서 택시를 이용한다. (이 중 54-1번 버스는 여차까지 간다, 하루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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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물회 여름에 시원하게 먹는 물회는 갈수록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학동 몽돌 해변에서는 한약재를 넣어 맛을 낸 물회를 맛볼 수 있다. ⓒ 홍윤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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