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름 폭발" 한국당 의총, 김무성 탈당·김성태 사퇴 요구도

5시간 격론 끝에 '김성태 혁신론' 입장차만 재확인... "골이 너무 깊다"

등록 2018.06.21 17:41수정 2018.06.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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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축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폭발한 거지. 안 곪기를 바랐는데 고름이 결국 터진 거야."

자유한국당의 한 재선 의원이 약 5시간의 지난한 비공개 격론 이후 회의장을 떠나며 읊조린 말이다. 김성태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0일 오전 의원총회를 열며 읍소한 "함께 가는 길"은 결국 계파 간 갈림길에서 끝났다.

점심시간을 훌쩍 지나 오후 3시께 들어간 주먹밥이며 샌드위치 등 식사 대부분 그대로 당직자들의 손에 들려 나왔다. 회의는 지리멸렬한 계파 간 갈등과 서로의 입장차만 표출한 채 명확한 결론 없이 종료됐다. 회의 초반 서청원 의원이 탈당의 변을 전하기 위해 마무리께 신상발언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의 종료까지 등장하지 않았다.

갈등의 씨앗은 하나가 아니었다. 김 대행이 제시한 혁신안의 절차 문제부터, 비박계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구을)의 휴대전화 메모에서 드러난 복당파 '친박 겨냥' 회의 요약본까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의 탈당에 빗대 비박계 대표 격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한 초선 의원도 등장했다. 김 대행에 대한 사퇴 요구도 이어졌다.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 네탓 공방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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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친박계를 비롯한 충청권 의원들은 김 대행이 당권 중심에 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들이받았다.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시)은 문자 메시지로 전달한 총회 발언에서 "(김 대행은) 원래 물러나야 될 사람이다. 선거에서 그렇게 졌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홍준표나 김성태나 거기서 거기다. 홍준표가 없으니 이제 내가 해보겠다고 나설 때가 아니다. 그럴 권한도 자격도 없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빨리 다음 사람에게 물려 주고 내려오라"는 압박이었다.

이날 의원총회를 '고름이 폭발했다'고 표현한 충청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 대행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 태도를 나무랐다. 이 의원은 "마지막 태도를 보면 이제 의원총회를 제대로 소집하지 않을 것 같다"라면서 "(김 대행이) 회의를 한 목적은 '나를 따르라'는 것인데, 우리는 그런 식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따르려면 따르고 마려면 말라'는 식이다"라고 지적했다.


4선 중진인 신상진 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 또한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있는 원내대표로서 사퇴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라면서 "곧바로 김 대행이 (비대위를 구성) 하면 신뢰가 떨어진다. (김 대행의 주장처럼 비대위원장을) 외부인사로 해봤자,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데 뭐하러 외부에서 찾느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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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한 박성중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회의 초반을 달군 논란은 계파 분란의 불씨를 당긴 박성중 의원의 메모였다(관련 기사 : 서청원 탈당에 김성태 반색 "건강한 정당 만들 토대"). '친박 비박 싸움 격화', '탈당파 비난', '친박 핵심 모인다,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등등', '세력화가 필요하다... 목을 친다' 등 계파 간 당권 주도 싸움을 적시한 내용이 박 의원의 휴대전화를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박 의원은 해명을 위해 공개 발언을 신청했으나, 다수 의원들의 만류로 결국 무마됐다.

김진태 의원은 비공개 발언에서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메모로 (복당파의)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라며 "이 와중에도 당권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 있다. 김성태도 참석했으니 책임져야한다. 자신은 아닌 척 계파를 청산하자고 하면 누가 믿고 따르겠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6.13 이후에도 수습 난망... "당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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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총 참석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김 대행이 줄곧 계파 분열 책동 시 단호한 대처를 주창하면서도, 자신과 같은 비박계 인사의 분란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있다는 공세였다. 김도읍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은 "(박 의원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라면서 "(공개된 과정의)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행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당내 갈등을 유발하고 분열이 자초되는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되지 않겠다"라면서도 박 의원 징계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요구가 있어 반영할 것은 하고, 참고할 것은 하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같은 비박계 인사인 정양석 의원은 이날 오전 의총장을 벗어나면서 "(박 의원의 메모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서로 간) 감정적 골이 깊은 것 같다"고 전했다.

"당의 민낯이니까 그런 거 쓰지 마. 기자들이 자꾸 내뱉으니까 우리 당만 어려워지는 거야."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이 의총 당시 제기된 '김무성 탈당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한 답이다. 그의 우려대로,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에도 계파 간 공방을 이어가며 잿빛 민낯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쇄신책으로 내놓은 혁신안은 갈등의 봉합이 아닌 기폭제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김 대행은 그럼에도 '일단 직진'을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선 의원은 '원안을 고수한다는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것이다. (혁신안에) 손대지 말라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김 대행은 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나 "비상대책위원회는 구성 준비위원회를 통해 진행하겠다"라면서 "오늘 나온 의견을 중심으로 당을 혁신하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지방선거 #김성태 #김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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