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과 나, 현직 개그맨이 직접 그리고 쓴 힐링 만화

[도서 서평] 집주인과 나, 소박한 일상에서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만화

검토 완료

노지현(onmikuru)등록 2018.06.26 15:12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집주인과 임차인의 관계를 따뜻하게 그린 만화 <집주인과 나(大家さんと僕)>이다. 아쉽게도 이 만화는 아직 한국에서 정식 발매는 되지는 않았다. <집주인과 나>는 일본에서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야베 타로(矢部太郎)' 씨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대사를 적은 작품이다.

내가 <집주인과 나>라는 작품을 알게 된 계기는 일본 통역 수업 중 교수님께서 이 책의 소식을 자료로 소개해주셨기 때문이다. 당시 <집주인과 나>는 SNS에서 큰 화제가 되던 작품으로, 지금은 벌써 20만 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집주인과 나>라는 작품이 인기가 있는 걸까?

[표지 이미지 외]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집주인과 나>의 그림은 정말 누구나 감탄하는 그림이 아니다. 무척 소박한 그림체가 때때로 '이 정도면 나도 그리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인데, 오히려 그래서 <집주인과 나>라는 작품은 인기가 있다고 생각한다. 수수한 그림이 더 정겹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주인과 나>의 이야기 소재도 마찬가지다. 주인공 야베 타로 씨가 고령의 집주인이 사는 곳 2층에 세 들어 살게 되고, 낯가림 때문에 적응이 어려울 것 같은 야베 타로 씨가 집주인 할머니와 함께 소소한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어떤 이야기에서는 웃음을, 어떤 이야기에서는 감상에 빠진다.

개인적으로 만화 <집주인과 나>에서 읽은 여러 일화 중 지금 머릿속을 스치는 일화는 두 사람이 함께 우동을 먹으러 간 장면이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 우동을 먹으러 간 집주인 할머니와 야베 타로 씨가 거리의 풍경을 두고 이야기하는데, 같은 거리라고 해도 서로가 바라보는 풍경이 다르다는 게 인상 깊었다.

집주인 할머니가 보았던 거리는 옛날 반딧불이를 밤이면 밤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고, 야베 타로 씨가 보는 풍경은 맥도날드와 다양한 가게가 있는 거리다. 같은 곳이라도 살아온 세월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랐던 거다. 두 사람이 그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이야기하며 보내는 일상이 쏠쏠한 재미가 있다.

<집주인과 나>를 읽으면서 인기 있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수 있는 것 같았다. 만화를 읽는 동안 살며시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왠지 모르게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기분이었다. 집주인과 야베 타로 씨가 보내는 아무것도 아닌 한적한 일상 속의 풍경이 너무나 각박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게 해주었다.

<집주인과 나>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저 같은 곳에 사는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일이 그렇고, 때때로 모바일 배틀 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켜고 게임을 하다 같은 지역 사람을 만나 정겹게 떠드는 일이 그렇다. 그런 소박한 일상이 행복인 거다.

그런데 우리는 언제나 커다란 행복만 추구하느라 소박한 일상이 지닌 행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집주인과 나>는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과 한가롭게 흘러가는 시간의 재미를 떠올리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오늘 여기서 잊고 지낸 소박한 일상이 가져다주는 즐거움과 행복을 천천히 떠올려보자.

아직 한국에 정식 발매는 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정식 발매가 된다면 꼭 <집주인과 나>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가족이 되어가는 집주인 할머니와 야베 타로 씨의 이야기는 너무 차갑기만 한 한국의 풍경 속에서 작은 힐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만화 <집주인과 나>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노지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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